경영 물러난 이후 공교롭게도 KAL호텔네트워크 적자 지속···대한항공 호텔 사업도 적자 장기화
내달 한진그룹 인사 단행될 것으로 보여···3남매 경영 체체 본격화 여부 촉각

한진그룹 임원 임사가 내달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일선 복귀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장기화된 한진그룹의 호텔사업부문 실적 부진이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KAL호텔네트워크의 연도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KAL호텔네트워크의 영업이익은 2013년 86억원에서 2014년 7억1611만원으로 급감하더니 ▲2015년 38억7756만원 손실 ▲2016년 26억원 손실 ▲2017년 252억5325만원 손실 ▲2018년 80억1482만원 손실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2014년 ‘땅콩회항’ 사건으로 조 전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조 전 부사장은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기 전 KAL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대한항공 호텔사업본부 본부장 등 호텔(관광)사업을 담당했다. 조 전 부사장이 KAL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를 역임한 2009년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상승세를 그렸다. 2009년 말 463억원이던 매출액은 2013년 855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은 59억원에서 87억원으로 증가했다. 당기순익도 22억원에서 53억원으로 상승세를 그렸다.

KAL호텔네트워크 연도별 영업익 추세. /인포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KAL호텔네트워크 연도별 영업익 추세. / 인포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이 때문에 올 연말 임원 인사를 통해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의 호텔사업부문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진그룹은 내달 중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한진그룹은 매년 연말과 연초 사이에 정기 임원 인사를 진행했으나 지난해엔 오너 리스크와 행동주의 KCGI의 경영권 위협이 겹치면서 임원 인사를 생략했다.

이번 인사의 주요 포인트는 인사 규모와 함께 3남매 경영 체제의 본격화 여부다. 일각에선 조 전 부사장이 복귀해 본격적인 ‘3남매 경영 체제’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3남매 경영이 구체화되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과 그룹 총괄 역할을, 조 전 부사장이 KAL호텔네트워크 등 호텔사업 부문을,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진에어 등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발언으로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3남매 경영에 대해 “아버님 뜻에 따라서 자기가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셋이 합의했다”면서 “때가 되면, 준비가 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의 복귀에 ‘선친의 뜻’이라는 명분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KAL호텔네트워크를 비롯한 한진그룹 호텔사업의 전반적인 약세 개선도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명분 중 하나다. 한진그룹은 한진칼, 대한항공, KAL호텔네트워크를 통해 호텔사업을 하고 있다. 한진칼은 미국 하와이에 위치한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을 소유 중이고, 대한항공은 출자 법인을 통해 미국 LA에 있는 윌셔그랜드센터호텔을 소유하고 있다. KAL호텔네트워크는 국내에 제주KAL호텔, 서귀포KAL호텔, 파라다이스호텔제주, 그랜드하얏트인천을 갖고 있다.

이 중 KAL호텔네트워크뿐 아니라 대한항공의 호텔사업 부진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한항공의 호텔사업 부문 영업손실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올해만 놓고 보더라도 1분기엔 1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반기엔 218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3분기엔 적자가 늘어나 영업손실이 410억원에 달한다. 호텔사업 부진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애널리스트들과의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호텔부문은 2019년 3분기 재산세 부과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것 이외에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흑자 전환을 위해선 대규모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조 전 부사장 복귀 시 KCGI 등의 공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를 빌미로 조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을 반대할 여지도 높다.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이 6.46%, 조 전 부사장이 6.43%, 조 전무가 6.42%,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5.27%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28.93%에 달한다. KCGI는 15.98%의 지분 확보에 그치고 있지만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충분한 지분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조 전 부사장의 복귀 전망 등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아직 확인된 바 없고 정해진 것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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