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사각지대에 몰린 플랫폼 노동자들···정부의 발빠른 보호정책과 플랫폼 사업자들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

우리나라의 배달음식 시스템은 오래 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전화 한 통으로 30분 안에 따뜻한 짜장면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중국집 앞에서 오토바이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대기 중이던 10대 알바생들은 불량스럽기는 했지만 꼭 필요한 존재였다.

하지만 요즘 돌아다니는 수많은 배달원들은 더이상 10대 불량 학생들의 전유물도 아니고, 중국집에서 시급을 받고 일하던 ‘알바생’도 아니다. 배달 대행 플랫폼에서 주문을 받고 서로 경쟁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배달 대행 업체들의 등장으로 누구나 배달부가 될 수 있게 되면서 시작됐다. 최저임금 인상의 타격이 컸던 소규모 업체들은 배달원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되었고, 비용을 들이더라도 인건비보다 저렴한 배달 대행업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일감을 찾던 개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이었고, 누군가는 경쟁을 뚫고 꽤 많은 배달료 수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더이상 ‘알바’가 아닌 전업으로 배달업에 뛰어든 개인들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플랫폼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근로환경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배달해서 수익을 얻고자 하는 오토바이 배달원들의 교통사고는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유상운송보험 체계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배달부들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보험료를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고를 당한 사람이나 자동차 운전자들 역시 제대로 보험처리를 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이 같은 사례들이 들려오면서 플랫폼 사업자와 플랫폼 노동자 간의 관계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것이냐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었는데, 최근 캘리포니아 의회의 판단은 이러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카헤일링 서비스의 대표주자 우버의 드라이버들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고 실업보험, 의료보조금, 유급 육아휴직, 초과근무수당, 최저임금 등을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국내 플랫폼 노동자들의 수는 약 54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음식배달 뿐 아니라 대리운전, 청소, 단순 노무 등 다양한 종류의 업종에 40~50대 이상 중장년 층이 과반수 비중을 넘는 등 플랫폼 노동 인구 연령 스펙트럼도 매우 넓은 상황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플랫폼 사업자들의 주장대로 개인 사업자라고 볼 수도 있고, 플랫폼 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바라보던 간에 정비되지 않은 제도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플랫폼 노동자들과 시민들 모두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모두 정식 노동자로 인정한다면, 사실상 플랫폼 비즈니스는 공급자와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연결시켜주는 핵심 기능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현행 시스템 그대로 방치해두면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다.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금이라도 시장의 다양한 고용형태에 대응하고 노동자들을 최소한이라도 보호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그리고 책임감 있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세가 필요하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자이자, 플랫폼 사업자들의 중요한 ‘사업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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