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은행장에 관료 출신 하마평 ‘무성’···외부 인사 비효율에 기업 지원 둔화 우려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지난 19일 군산산단지점 방문을 마지막으로 국내외 691개의 모든 점포 방문을 마무리했다. 김 행장은 3년 임기 동안 총 12만5024㎞를 이동하며 1만2478명의 직원을 만났고 취임 초에 약속했던 ‘전 영업점 방문’ 약속을 수행했다.

이는 곧 김 행장의 임기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금융권은 이미 차기 기업은행장에 온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일부 전직 관료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관료, 임기 만료를 앞둔 공공기관장들이 기업은행장 자리에 앉기 위해 물밑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모습은 기업은행장 교체 시즌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6년 김 행장이 임명될 당시에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었다. 정부가 주인으로 있는 국책은행의 특성상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은 근 10년 동안 내부 출신 은행장을 꾸준히 배출해왔다. 조준희 전 행장이 당연시되던 관료 출신 은행장 관행을 끊었으며 권선주 은행장이 최초의 여성은행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또한 김도진 은행장은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무사히 마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점차 기업은행에는 우수한 능력만 갖추면 내부출신이더라도 성별, 정권에 관계없이 은행장이 될 수 있다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됐다. 만약 이번에 다시 관료 출신 인사가 임명된다면 이는 10년 전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실적 역시 2012년, 2013년 조선업 부실사태 당시를 제외하고는 줄곧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권 전 행장은 임기 동안 당기순이익은 36.34% 개선시켰으며 김 행장은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순익을 51.49% 증가시켰다.

특히 기업은행은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정책에 가장 큰 역할을 맡아야 할 기관이다. 혁신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생애 주기에 따라 ‘적기’에 자금을 공급받는 것이다. 필요한 때에 자금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유니콘 기업이 될 수도, 실패 기업이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관료 출신 인사가 CEO자리에 앉으면 현안 파악에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당연히 해당 기간 동안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실무자들이 현안 보고에 집중해야하기 때문에 기존의 기능도 일시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가 은행장이 되면 이러한 손실을 최소화될 수 있다.

물론 외부 인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도 있다. 내부 혁신이 그 것이다. 조직의 성장이 한계점에 다다르거나 내부 통제 시스템이 그 기능을 상실해 부패가 발생했을 때는 외부 출신 인사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성세환 전 BNK회장이 주가조직 혐의 등으로 물러난 상황에서 바통을 넘겨받은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현재 기업은행은 엄연히 다른 상황이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조직에 필요한 것은 외부 충격이 아니다. 혁신 성장 지원에 속도를 더할 수 있는 인물이 기업은행을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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