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합병상장이익에 대한 증여과세 처분은 적법”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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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두 아들이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돈으로 산 주식에 20억원대 증여세를 부과받자 세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법원은 비상장법인과 상장법인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이익’도 직접적인 ‘상장이익’과 동일시보고 과세를 해야한다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입법취지를 재확인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이정민 부장판사)는 윤형덕 웅진투투럽 대표이사와 윤새봄 웅진 사업운영총괄 전무가 세무당국을 상대로 “증여세를 부과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두 형제는 2003년 11월 비상장법인 주식회사 웅진해피올의 주식을 취득해 주주가 됐다.

웅진해피올은 2005년 11월 5일 주주배정방식의 유상증자(주당 5000원)를 실시했는데, 윤형덕은 유상증자 3일 전인 2005년 11월 2일 윤석금으로부터 7억8200만원을, 윤새봄은 4억9500만원을 각각 증여받아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웅진해피올 주식을 재차 취득했다.

4년 뒤인 2009년 5월 웅진홀딩스는 웅진해피올을 1:4.4591781의 합병 비율로 흡수합병했고, 웅진해피올 주주였던 윤형덕은 웅진홀딩스 주식 125만여주를, 윤새봄은 웅진홀딩스 주식 100만여주를 합병대가로 각각 취득하게 됐다.

형제가 취득한 주식 중 윤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돈에 대응하는 웅진홀딩스 주식 수는 윤형덕이 47만6000여주, 윤새봄은 31만2000여주로 계산됐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6년에 두 형제의 2009년 주식변동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뒤 ‘두 사람이 윤석금으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아 웅진해피올 주식을 취득한 뒤 5년 이내에 합병이 이뤄졌고, 윤형득이 21억여원을 윤새봄이 14억여원의 합병상장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과세자료를 통보했다.

이에 지역 세무서는 같은 해 12월 윤형덕에게 증여세 13억6000여만원을, 윤새봄에게 7억7500여만원의 증여세를 결정·고지했다.

두 형제는 해당 처분이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지난해 12월 모두 기각됐고, 행정소송까지 냈다.

이들은 과세의 근거가 된 옛 상증세법과 옛 상증세법 시행령의 해석을 두고 다퉜다. 두 형제는 합병이 옛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이뤄져 합병으로 이익을 받지도 않았고, 합병으로 인한 증여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증여이익을 계산할 수 있도록 규정한 옛 상증세법 시행령이 상증세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조항의 입법취지는 합병 행위로 인한 이익을 과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상장법인과 상장법인의 합병을 계기로 증여나 취득 당시 실현이 예견되는 부의 무상이전에 따른 합병상장이익으로 과세하고자 하는 취지다”며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주식 등의 합병에 따른 이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제도는 기업의 합병 등 기업의 내부정보를 가진 최대주주 등이 미리 자녀 등 특수 관계인에게 주식 등을 증여하거나 매각한 후 가까운 장래에 주권상장법인 또는 협회등록법인과의 합병을 실행해 거액의 이익, 이른바 ‘합병으로 인한 우회상장 프리미엄’을 그 특수 관계인에게 얻도록 하는 경우 합병 후 해당 주식 등의 가치 증가가 현저한 상태에서 증여한 것과 동일한 경제적 효과가 있으므로, 그 합병상장이익을 증여세의 과세대상으로 삼도록 한 것이다”며 “이는 주식 등 재산의 증여 또는 취득 시점에 사실상 무상으로 이전된 재산의 가액을 실질적으로 평가해 과세함으로써 조세부담의 불공평을 시정하고 과세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 등의 상장에 따른 이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제도가 2000년 1월부터 시행된 이후 비상장법인과 상장법인의 합병이라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실질적인 상장의 효과를 누리도록 하는 증여의 수단이 등장했는데, 소위 ‘우회상장이익’은 직접적인 상장이익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라는 점에서 증여세 과세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합병상장이익 증여과세제도와 주식상장이익 증여과세제도는 상장과 합병이라는 규율대상의 법률적 형식만을 달리 할뿐, 실질적으로 동일한 상장이익에 대한 증여 과세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합병상장이익 증여과세제도의 구체적 내용은 대부분 주식상장이익 증여과세제도의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고 부연했다.

두 형제는 합병상장이익 산정에 있어 최대주주 보유주식에 대한 ‘할증평가’를 적용한 것이 위법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옛 상증세법에서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유가증권을 할증해 평가하는 취지는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에는 그 재산적 가치를 증가시키는 경영권프리미엄이 포함돼 있다고 보아 이러한 경영권프리미엄이 반영된 증여재산 가액을 평가하려는 것인 점, 경영권 프리미엄은 통상적인 주식가치에 더해 최대주주 등이 보유하는 주식이 관련 회사의 경영권 내지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수한 가치이므로 주식의 가치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며 “최대주주 할증평가 규정을 적용한 것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취득가액과 기업실질가치 증가분에도 최대주주 보유주식에 대한 할증평가가 적용돼야 한다는 두 형제의 주장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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