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난제 산적한 현대重 권오갑號···“첫 단추는 노사 관계 회복”
  • 김도현 기자(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19.11.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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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회장 41년 전략통의 샐러리맨 신화···정기선 승계 징검다리 역할론 대두
27일 현대重 노조위원장 선거···권 회장과 ‘악연’ 반복된 현 집행부 재신임 여부에 촉각
권오갑 현대중공업 회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권오갑 현대중공업 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사원으로 입사해 41년 만에 회장직에 오르며 ‘샐러리맨 신화’를 쓴 권오갑 현대중공업 회장이 당면한 첫 과제는 갈등의 골이 깊어진 노조와의 관계 회복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 내에 다양한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노조의 반발이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27일 제23대 노조지부장 선거를 실시한다. 현 집행부 사무국장 조경근 후보와 기존 집행부에 반대하는 유상구 후보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4년 정병모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강경 노선으로 전환했다. 이후 현 집행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강성 집행부가 노조를 지휘해 왔다.

유 후보는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집행부에선 강성의 분과동지연대회의가 주축이 됐다면, 유 후보는 이에 반(反)하는 현장직 근로자들을 대표해 이번 선거에 출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3년 연속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의 연내 타결이 불발되는 등 현대중공업 노동환경이 전에 비해 후퇴했음을 지적하며 사측과의 협상 테이블을 통해 실리를 취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기존 집행부보다 유 후보의 당선이 권 회장이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데 좀 더 유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권 회장이 산적한 난제를 풀려면 노조의 지지가 절실한 만큼 더욱 유 후보의 당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유 후보가 실리를 지향한다는 표면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동안 강성 집행부가 집권했던 노조와 권 회장 사이에 악연이 계속돼 왔다는 점에서 이 같이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회장은 사장 재임 시절이던 2014년 9월 현대중공업 대표직에 취임했다. 취임 직후 임금협상이 실시됐는데, 이견을 좁히지 못해 노조가 부분파업으로 맞섰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19년 무파업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공교롭게도 권 회장이 대표로 취임함과 동시에 무파업 기록이 깨지게 됐다.

이후 노조는 매년 파업을 반복했다. 특히 올해는 파업을 34차례나 벌이기도 했다. 노조는 대우중공업 인수를 위한 물적 분할 및 한국조선해양 설립 과정에서 주총장을 점거했고, 이에 사측이 긴급한 장소 변경을 통해 이를 가결시킴으로써 노사 반목의 골이 깊어졌다. 더욱이 권 회장이 그룹의 전략통으로 군림하면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과 같은 굵직한 사안들에서 주축으로 활동한 탓에 권 회장을 향한 기존 노조 집행부의 불신이 팽배하다는 전언이다.

권 회장이 당면한 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심사를 무사히 통과해야 한다는 점과 그룹 전반에 몰아닥친 자금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이다. 총 6개국의 승인을 얻어내야 하는 결합심사의 경우 앞서 승인을 내린 카자흐스탄 외에 △한국 △중국 △일본 △EU(유럽연합) △싱가포르 등으로부터 모두 승인을 얻어내야 한다. 유럽과 일본에서의 난관이 예상되는 만큼,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빅딜 외에도 자금난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빅딜 성사는 일종의 무기를 장착하는 것과 같다. 수주 활동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셈인데, 업계 특성상 즉각적인 수익 반영은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그룹의 유동성 측면을 고려해 권 회장이 한때 쓴맛을 봤던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재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적한 과제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기선 부사장으로 이어지게 될 그룹의 승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노조는 유럽 공정당국까지 찾아 기업심사 승인을 반대할 정도로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는데, 각종 사안들을 수월하게 추진해야 하는 권 회장 입장에서 노조와의 관계회복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권 회장은 대주주 정몽준 이사장 및 일가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면서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은 고배당을 바탕으로 정 부사장으로의 승계 작업을 준비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이 같은 배당 성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노조와의 화해를 바탕으로 관련 사안들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도현 기자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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