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모든 것을 구독하는 시대

 

모든 것을 구독하는 시대가 열렸다. 구독이라고 하면, 전형적으로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간행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현재의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디지털로 구독한다. 유튜브에서부터 OTT 서비스, 스트리밍까지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실물 콘텐츠 상품을 구매하기보다는 일정 시간을 점유하고 휘발돼버리는 구독형태의 콘텐츠 향유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종이만화보다는 웹툰을 즐겨보고, 단행본보다는 전자책을 구독하거나 빌린다. 심지어 소프트웨어도 정기구독을 한다. 어도비는 클라우드를 이용해 매달마다 일정 금액을 결재하고 일러스트, 사진, 동영상 편집툴 등을 구독하게 한다. 그야말로 ‘별걸 다 정기구독’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 매니저인 제프리 롱(Geoffrey Long)은 “웹 만화는 일반적으로 창작자에 의해 소유되고 운영되며 광고, 팬 구독, 멤버십 혹은 부가적인 상품 판매에 의해 발생된 수익에 의존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수용자들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창작자들에게는 단행본(예를 들어 전통적인 인쇄 저장매체)를 구매할 개인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인사이트는 디지털 콘텐츠 시대에 소비나 향유가 어떻게 변화하고 이를 소비하는 이용자들과의 관계 구축을 생산자들이 어떤식으로 해나가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정기구독은 구매보다 적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용자들로 하여금 언제든지 그 구독을 끊어낼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이 관건이다. 한 번의 콘텐츠 판매로 끝나는 것이 아닌, 끊임없는 버전의 개발과 서비스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저작권에 대한 유연한 처리방식은 다양한 지지층의 가치를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하나의 콘텐츠가 서비스되는 방식의 개발을 사업자로 하여금 고민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정기구독은 다양한 행위의 분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특정 콘텐츠 이용자들이 열성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를 수반하는 팬층으로 진화하기 시작하면, 디지털 유통이 피지컬한 상품으로 생산돼 실물 소비를 촉진시키기도 한다. 다시 말해 디지털 배포와 정기구독의 경제구조가 다시 소장과 상품구매의 비즈니스 모델로 돌아오는 것이다.

현재 음반계의 LP판매 트랜드가 그렇다. CD보다 훨씬 비싼 LP를 구매하는 행위자체는 실질적인 음악을 듣기위함이라기보다 내가 이 음반을 다양한 버전으로 구매해 ‘소장’하고 싶다는 욕망의 실현에 가깝다. 

내가 좋아하는 음반을 단지 스트리밍하는 것보다, 다양한 형태의 수집욕을 불러일으키는 패키지 음반을 구매하는데 더 가치를 두는 것이다. 이는 음악을 단지 듣는다는 행위뿐만이 아닌 융복합의 문화콘텐츠로 바라보고 이용자들이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팬들에게 소유와 구독은 동시에 일어난다. 

스마트폰으로 읽거나, 보거나, 듣거나 소통하면서 오프라인에서 타이틀을 소유하는 방식 또한 개별적인 니즈를 반영해 맞춤 생산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떤 시대가 완벽하게 종료되지는 않는다. 뉴 트랜드는 과거의 옷을 입고 늘 떠오른다. 소유와 구독, 그 사이에 이용자들은 다양한 선택지를 스스로 만들어나가며 콘텐츠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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