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총계 5년 동안 26% 늘어나는데 그쳐···경쟁사 중 최저 증가율
올해 하반기에만 증권사 3곳 자본 확충 나선 것과 비교돼
내실 다지기 전략과 오너 일가 자본확충 여력 부족이 배경으로 꼽혀

국내 다수 증권사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기자본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대신증권은 이에 뒤처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5년 동안 경쟁사들은 최대 4배에 가까이 몸집을 불렸지만, 대신증권은 30%에도 못미치는 자본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대신증권의 자본총계는 2조447억원이다. 이는 국내 증권사 중에서 11번째 순위로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의 자본총계 9조1561억원과는 7조원 넘게 차이가 난다. 

대신증권은 5년 전만 하더라도 최상위 증권사와의 자본 격차가 이처럼 크진 않았다. 대신증권은 2014년 3분기 말 1조6227억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했는데, 당시 자본 1위였던 옛 대우증권(4조1430억원)과는 2조5000억원 가량의 차이가 있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표=시사저널e.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표=시사저널e.

업계 1위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 증권사와의 자본 격차도 점차 벌어지는 모습이다. 2014년 당시 자기자본 2조3068억원이던 신한금융투자는 계속된 자본확충을 통해 올해 3분기 말 4조2320억원으로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진입했다. 자기자본 4조원이 채 되지 않던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도 5년 새 4조원을 넘어서며 초대형IB로 입지를 다졌다.

대신증권보다 자본력이 낮았던 증권사들도 이미 대신증권을 넘어선 상태다. 5년 전 자본총계가 7916억원이었던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3조6615억원으로 4배 넘게 급증했다. 1조6097억원이었던 하나금융투자 역시 3조4297억원으로 두 배 넘게 성장했다. 자기자본 1조원에도 못 미치던 키움증권은 2조2000억원 수준의 증권사가 됐다. 대신증권의 자본총계가 5년 동안 26% 증가한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기자본 확충에 힘을 쏟아부었다. 자본규모가 클 수록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유도한 금융당국 정책의 결과였다. 특히 자본 기준이 4조원인 초대형IB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통해 자기자본을 레버리지 삼아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유인점이 있다.

올해 하반기만 하더라도 증권사들의 자본확충은 활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지주사의 카카오뱅크 지분 정리와 함께 자본을 늘리면서 자본총계가 5조원을 넘어섰다. 중소형 증권사인 현대차증권은 지난 10월 1000억원대 유상증자로 내년 자기자본 1조원대 시대를 예고했다. 지난 7월에는 신한금융투자가 6600억원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초대형IB에 진입한 바 있다.

대신증권이 상대적으로 자본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배경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우선 자본 확충보다는 전략적으로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대신증권은 현재 기존 브로커리지 중심에서 부동산과 IB 부문에 무게를 두고 체질 변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무리하게 덩치를 키워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리스크관리와 재무 건전성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자본을 확충하기에 대신증권 오너일가의 여력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대신증권 지분은 채 13%에 못미치는 상황으로 경영권이 마냥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에 지분 희석 가능성이 있는 자본확충 방법을 쓸 수 없는 상태이고 직접출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기엔 자금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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