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분위기 탓 서울 주택시장 내 주요단지 거래 가능 물건 귀해져
경매시장 8월부터 응찰자수 늘고 낙찰가율 꾸준히 상승세
감정가보다 높은 값에 낙찰되는 경우도 상당수

아파트 등에 대한 경매가 열린 서울 중앙지법 입찰법정 앞 복도 모습 /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등에 대한 경매가 열린 서울 중앙지법 입찰법정 앞 복도 모습 / 사진=연합뉴스

 

 

#30대 직장인 A씨는 내년 5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알아보러 다니다 깜짝 놀랐다. 강북 대장주로 꼽히는 마포구의 한 아파트 전용 59㎡(구 25평)은 전체 3885세대 가운데 1230세대를 차지할 정도로 공급물량이 많지만 입주 가능한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실거래가 기준 13억3000만 원까지 거래됐는데 신고가 찍으며 13억5000만 원에 계약 가능하니 파시라고 해도 집주인들이 계좌번호를 내주지 않더라”라며 철저한 매도자 우위시장 분위기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단지만의 분위기가 아니다. 강남권 학군 좋은 동네의 경우 입학시즌을 앞두고 겨울부터 매매를 알아보는 수요가 증가하는데, 최근에는 높은 가격을 주고 매입하려 해도 입주 가능한 물건이 귀해졌다.

서울 주택시장 내 주요 단지의 매물이 씨가 말랐다.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강남의 주요 정비사업장이 속도를 늦추며 공급물량이 수년 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자 강남의 집주인들이 팔려던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강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 아파트를 매도하고 강남에 진입하려는 이들 여럿이 매물을 내놓았었다. 그런데 강남의 집주인들이 분양가 상한제 발표 이후 매물 부족 전망에 자신이 내놓았던 집을 거두어들이자, 매수할 집이 없어진 이곳 주민들까지 일단 보유로 결정하고 매도를 보류하고 있다. 결국 매매계약 할 수 있는 매물 자체가 1200세대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라고 매물이 귀해진 이유를 설명했다. 수년 전부터 세제 혜택을 위해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면서 강남 매물이 귀해진 것도 강북 주요 단지에까지 거래 고갈 영향을 주고 있다.

이 같은 까닭에 주택 수요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낙찰가율은 8월(101.8%), 9월(100.9%), 10월(101.9%), 11월 20일까지 기준으로 103% 등 꾸준히 오르고 있다. 평균 응찰자수도 7명을 넘길 정도로 달아올랐다. 실제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전용 50㎡의 경우, 1회 유찰 후 두 번째 경매에서 감정가보다 16억4000만 원보다 1억7000만 원 이상 높은 18억1500만 원에 낙찰됐다. 양천구 목동의 트라팰리스의 한 매물에는 36명의 응찰자가 몰리며 감정가 21억4000만 원보다 4억 원 가량 높은 25억 원 대에 낙찰되며 117%라는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법적 분쟁으로 이주가 무기한 연기되며 혼돈에 빠진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매물에 조차 4명이 몰리며 감정가 41억9000만 원보다 높은 42억 대에 새 주인이 결정됐다.

주택 매수자들이 경매에 눈을 돌리는 것은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낙찰가만 높게 써내면 매입이 가능하다. 반면 최근의 주택시장은 거래될 때마다 높은 가격에 성사되며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지만 물건이 귀해 매수기회를 잡는 게 쉽지 않다. 청약시장의 경우 진입문턱은 더욱 높다. 최근 들어 서울 전역 당첨 가점이 평균 70점에 육박하는 등 40대 중반 미만의 이들은 사실상 청약 당첨이 불가한 수준이다.

주택시장을 둘러싼 이같은 규제에 전문가들은 달아오른 경매시장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최근 주택시장에서 신축 아파트의 가치가 높아졌는데 매물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졌음에도 매물을 못 잡는다는 사연이 속출하고 있지 않나”라며 “경매시장의 감정가는 시세보다 소폭 낮은 급매 수준으로 매겨지고 매물잡기도 유리하다. 때문에 경매시장에 진입해 거품 없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이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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