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중 단독 취항했지만 경쟁 불가피···에어부산, 신기재 도입 후 취항 계획
좌석 개조로 인한 수익 감소에도 ‘중거리 노선’ 취항했지만 상징적 의미 사라져

제주항공이 국제선 수하물 위탁방식을 무게제에서 개수제로 바꾼다. / 사진=제주항공
일각에선 한국-싱가포르 간 항공자유화가 제주항공엔 마냥 긍정적인 소식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 사진=제주항공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사이에 있던 ‘직항 운항횟수의 상한’이 폐지됐다. 양국 간 항공 자유화 합의로 저비용항공사(LCC)에게 새로운 노선 개척의 기회가 열렸다. 하지만 시장에선 기존 LCC 중 홀로 싱가포르에 취항하던 제주항공에 마냥 긍정적인 소식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에 항공 자유화가 이뤄졌다. 지금까진 인천과 김해 등에서 정부가 허가한 노선 운수권이 있어야만 운항이 가능했다. 앞서 지난 2월엔 운수권 배분을 신청한 4개 항공사 중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두 곳만이 운수권을 배분받았다.

배분 이후 두 항공사는 각자의 사정에 맞게 취항 준비를 이어갔다. 이스타항공이 중거리 노선 운항을 위해 도입한 B737 맥스8 기종이 운항 중단 조치를 받아 정규 노선 운항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과 달리 제주항공은 맥스8 기종이 아닌 기존 항공기(B737-800)를 개조하는 방식으로 부산~싱가포르 노선에 취항했다. 4600km에 달하는 부산~싱가포르 노선 운항을 위해 189석의 좌석을174석으로 축소해 항공기 무게를 줄였다. 항공기의 경우 무게와 운항 거리는 연동된다.

좌석수를 줄이다 보니 수익성 감소는 불가피했다. 더욱이 취항 초기에 제주항공은 해당 노선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 탑승률도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지난달 탑승 실적은 취항 초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8월 발표 자료를 통해 “36편을 운항했고 5270명이 탑승했다”고 밝혔다. 에어포탈에 따르면 지난달 실적은 이와 유사한 35편 운항, 5549명 탑승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해당 노선의 수익성이 크지 않음에도 제주항공이 이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LCC 중 유일하게 중거리 노선을 취항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항공 자유화로 취항이 자유로워지면서 이 같은 상징성이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 경쟁 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취항 의지를 내비친 곳은 에어부산이다. 에어부산은 부산~싱가포르 노선 취항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지난 2월 운수권 배분에서 탈락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은 “내년 신기재 도입 후 싱가포르·델리·발리 등에 대한 중거리 노선을 개발해 수익 창출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에어부산이 내년에 도입하는 항공기는 에어버스의 A321neo LR 기종으로, 총 2대를 들여올 계획이다. 해당 기종은 승객 탑승 후에도 6000km 이상의 거리를 운항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좌석 숫자도 240여 석으로 제주항공에 비해 60여석이 많다. 일부 좌석을 프리미엄 이코노미로 운용해도 문제가 없는 규모다.

외항사 취항으로 인한 공급 과잉 문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일각에선 기재 여력이 충분한 싱가포르 항공사가 노선 공급을 늘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중국 노선 추가 운수권 배분 이후 우려됐던 점과 마찬가지로 외항사의 추가 진입에 따른 경쟁력 제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싱가포르항공이  4회 일정으로 부산~싱가포르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항공 자유화가 제공하는 기회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일각에서 나오는 우려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항공 자유화로 싱가포르뿐 아니라 브루나이 등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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