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저승사자’ 기업집단국 앞세워 LH용지 독과점 및 오너家 일감몰아주기 조사 착수
88년생 김대헌, 10년전 5억원으로 비오토 설립···그룹일감 성장 후 합병으로 호반건설 대주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공정거래위원회가 호반건설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호반건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용지 독과점과 오너가(家) 일감몰아주기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번 조사는 공정위 내에서도 ‘재벌가 저승사자’라 일컬어지는 기업집단국이 맡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기업집단국은 최근 호반건설의 불공정 경쟁 및 부당 내부거래 혐의 등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실시했다. 호반건설과 LH 등을 대상으로 서면·현장조사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7일 국회 정무위의 공정위 국정감사 당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호반건설에 대한 조사여부를 묻는 질의에 “검토 중이다”고만 답했는데, 실제 조사에 나서게 된 셈이다.

호반건설을 둘러싼 의혹은 공정위가 착수한 바와 같이 두 가지로 압축된다. LH 공용주택 용지공급은 추첨으로 실시된다.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실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건설사 분양현황을 보면 △호반건설 △중흥건설 △우미건설 △반도건설 △제일풍경채 등 5개 건설사의 분양비중이 전체의 30%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전체 분양필지의 9.3%, 분양면적의 9.2%를 공급받은 호반건설은 의혹이 제기된 5개 건설사 중에서도 비교적 높은 수치를 보였다. 당시 송 의원은 “이들 5개사가 이 땅에 아파트를 짓고 분양해 거둔 영업이익만 6조원을 웃돈다”면서 “이들이 여러 곳의 페이퍼컴퍼니를 추첨에 참여시키는 편법을 이용해, 이 같은 독점을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송 의원은 “호반건설은 내부거래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장·차남에 택지를 몰아줘 각각 7912억원, 4766억원의 분양수익을 올렸다”며 오너가의 이익편취 가능성도 제기했다. 송 의원이 지적한 김 회장의 장남은 김대헌 호반건설 부사장이며, 차남은 김민성 호반건설 전무다.

LH는 지난 2009년 6월부터 경영난을 겪는 건설사가 ‘분양가격 이하’ 조건으로 다른 회사에 주택용지를 전매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2008년부터 지난해 사이 낙찰 받은 공용주택용지 44개 중 27개를 전매했다. 27개 중 19개를 계열사에 팔았는데 17개는 김 부사장, 김 전무 등 김 회장의 세 자녀가 대주주로 돼 있는 계열사들이다.

재계순위 44위 호반건설은 1989년 창립했다. 올해 처음으로 시공능력평가 10위권에 진입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보유하던 부동산들을 헐값에 내놓자, 이를 매입해 임대아파트 사업을 펼치며 사세를 키웠다. 사세가 위축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뒤를 이을 호남지역 대표기업으로 평가받는 호반건설은 지난 2014년 11월에는 금호산업 지분매집을 바탕으로 인수를 추진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룹 지주사격인 호반건설의 최대주주는 김대현 부사장이다. 1988년생으로 지난해 부사장직에 오른 김 부사장은 호반건설 지분 54.34%를 보유했다. 호반건설 외에도 그룹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호반산업 지분도 11.4%를 가졌다. 이 밖에도 스카이주택, 스카이리빙, 대전용산개발, 호반호텔앤리조트 등은 그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이다.

그가 호반건설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던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일감몰기를 바탕으로 승계작업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김 부사장은 스무 살 때 자본금 5억원으로 비오토를 설립했다. 비오토는 그룹일감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한 때 내부거래 비중이 99.4%에 달했을 정도다. 이후 비오토는 ‘호반’으로 사명을 교체했으며 지난해 호반건설과 호반이 합병함에 따라 김 부사장이 호반건설 최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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