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성접대 등 3.3억 수뢰 혐의 “입증부족·면소” 판결···구속기소 됐지만 ‘석방’

3억원대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3억원대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성접대비를 포함해 3억3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그는 이날 판결로 석방됐다.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입증부족이나 공소시효 만료에 따른 면소 판결을 내렸는데, 과거 두 차례 이 사건을 수사하고도 김 전 차관을 기소하지 않았던 검찰은 ‘부실수사’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는 2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사업가 최아무개씨 등으로부터 합계 3억3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2006년 9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13회에 걸쳐 강원 원주 별장,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은 것이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2008년 10월에는 윤씨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윤씨를 통해 김 전 차관이 성관계를 가져온 이아무개씨의 윤씨에 대한 가게 보증금 1억원 반환 채무를 면제해주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도 있다.

이외에도 2012년 4월 윤씨로부터 부탁을 받고 형사사건 조회를 통해 사건 진행상황을 알려준 혐의(수뢰 후 부정처사)도 있다.

재판부는 제3자뇌물수수 혐의와 수뢰후 부정처사 혐의에 대해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1억원 채무 면제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형사사건 조회를 해준 행위가 전달내용에 비춰봤을 때 부정한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혐의인 윤씨로부터 3100만원 상당의 금품과 성접대를 받은 의혹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뇌물액수가 1억원 미만은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10년이고, 뇌물 수수기간이 2006년 여름부터 2010년 10월까지이므로 10년이 지났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김 전 차관이 2000년 10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최씨에게 신용카드 대금, 상품권, 차명휴대폰 사용요금 등을 지원받아 약 4800만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를 선고했다.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일부 뇌물액에 대해서도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아무개씨로부터 받은 1억5000만원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공소시효 도과에 따른 이유면소 또는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3차 수사까지 간 ‘늑장수사’가 원인…‘책임론’ 비판 거세질 듯

김 전 차관이 다수의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으면서 과거 검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두 차례 김 전 차관을 재판에 넘길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 2012년 경찰은 김 전 차관 비위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착수해 2013년 7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같은 해 11월 김 전 차관을 한차례 소환한 후 무혐의 처분(1차 수사)을 내렸다.

또 2014년 성폭행 피해자의 고소가 있은 후 한차례 더 수사에 나섰지만 김 전 차관을 소환하지도 않은 채 이듬해 1월 무혐의 처분(2차 수사)을 내렸다.

지난해 4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김 전 차관의 사건을 재조사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올해 3월 김 전 차관을 비롯해 1차 수사 당시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수사를 권고했다.

하지만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은 지난 6월 김 전 차관을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도 성범죄와 수사외압은 밝혀내지 못했다. 수사단은 곽 의원과 이중희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변호사)에 대해서도 증거를 찾지 못하거나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 중 직무유기 부분은 공소시효를 이유로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으며, 검찰 내·외부의 부당한 개입이나 압력 등 직권남용 부분 역시 수사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고 수사단은 밝혔다.

아울러 과거사위가 ‘윤중천 리스트’로 정의하며 수사를 촉구한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박아무개 전 차장검사와 윤씨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단은 수사에 착수할 만한 구체적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법원은 지난 15일 윤씨의 선고공판에서도 검찰의 늑장·부실수사를 비판한 바 있다.

윤씨의 사건은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손동환 부장판사)는 윤씨의 특수강간 혐의와 강간 치상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 완료를 이유로 면소 판결을 내리면서 “(윤씨의) 거짓말 탓도 있었겠지만, 대부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검찰 수사가) 좌절됐다. 검찰이 2013년 적절히 공소권을 행사했다면 그 무렵 피고인이 적절한 죄목으로 법정에 섰을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무죄 판결 이후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취재진에게 “무죄를 생각하면서 재판에 임했다”면서 “상당히 많은 관심을 받는 사건이고 사건 외적으로 압박을 느낄 수 있었을텐데 법과 정의의 원칙에 따라 판결해 준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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