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창작욕을 불태우는 아이돌이 있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선 안무 연습실과 보컬 트레이닝 룸을 지나 어두컴컴한 골방 같은 작업실로 가야 한다. 컴퓨터와 키보드, 작은 악기들로 채워진 좁은 공간에서 그들은 비트를 짜고, 멜로디를 입히고, 가사를 쓴다. 그리고 고민한다. 대중이 원하는 음악은 무엇인가. 곡 쓰는 아이돌들을 만났다. 펜타곤의 후이, (여자)아이들의 소연, 스트레이 키즈의 방찬이다.

후이 펜타곤

 

니트는 참스, 팬츠는 친 다운, 모자는 1017 알럭스 제품. /PHOTOGRAPHY 이수환

 

월드 투어가 막 끝났다. 미주 지역으로 투어를 다녀왔다. 조금 있으면 유럽과 아시아 투어도 있고. 월드 투어 사이사이 앨범 준비도 하고 있다. 새 앨범에서는 새로운 시도도 하고 싶고, 다른 콘셉트의 음악도 해보고 싶다. 이것저것 구상 중이다.

후이는 창작 전에 영감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나?요즘에는 길거리 걸어다니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투어를 하면서 독특한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있었거든. 찍어놓은 사진이나 그림, 간판들을 많이 봤다.

후이가 추구하는 음악관이 궁금하다. 이전에는 캐릭터로 접근을 많이 했다. 꼭 현실에 있지 않더라도 재밌고 흥미로운 주제가 떠오르면 음악으로 만들어봤다. 그런데 최근에는 독창적이고 새로운 가사를 쓰려면 내 진정성을 대입하는 게 맞지 않을까, 스토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그러면 확실히 다른 표현이 나오는 거 같아서.

이를테면 어떤 걸까? 곡 안에 담긴 드라마라든지,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곡을 의뢰하면 그에게 어울릴것 같은 스토리나 드라마를 그려보는 식이다. 그렇게 그려가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거. 그런 거 좋다.

그렇게 작업한 대표적인 결과물이라면? 제일 최근에 작업했던 곡이다. <프로듀스 X 101>에 쓰인 ‘소년미(少年美)’. 의뢰를 받고 나서 ‘어리지만 섹시할 수있지 않을까’에 포인트를 두고 고민하면서 만들었다. 순수하지만 섹시한 이미지의 소년에 맞춰 스토리를 만들어갔다. 다행히 그 친구들하고 굉장히 잘 어울렸다. 이 노래를 만들고 다시 한번 내 작업 방식에 확신을 갖기도 했고.

‘어울림’이 곧 후이의 곡 작업에 바탕이 될까? 중요하다. 많이. 그래서 곡 의뢰가 들어오면 그 뮤지션의 사진을 많이 본다. 앨범 재킷이라든지, 잡지 화보라든지. 이미지를 보면서 그 사람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주제를 정리해나가는 편이다.

어려운 일이겠다. 사실 노래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많으니까. 그분들과 함께 노래를 만든다는 건, 글쎄 어렵다기보다 오히려 즐겁고 감사한 시간이지. 하지만 토픽을 정하고, 스토리를 구성하는 건 조금 어려운 작업이다.

PHOTOGRAPHY 이수환

 

 

“곡 의뢰가 들어오면 그 뮤지션의 사진을 많이 본다.

그 사람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주제를 정리해나가는 편이다.”

 

 

후이에게 고집에 가까운 작업 스타일, 작업 과정이 있을까? 제목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별한 제목을 짜내야 해서 고민이 길어지는 건 아니고 대부분 제목을 은유적으로 찾아내는 스타일이라서 쉽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예전에는 정말 집착에 가까웠다. 제목을 정하고 곡 작업을 들어가는 식이니까. 제목을 정하지 못하면 곡 작업을 시작할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굉장히 중요했지. 제목이 곧 곡이 만들어지는 시작점이니까.

대중음악을 한다. 대중적인 음악이란 뭘까? 최근에 이 주제로 선배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대중적인 음악을 하고 싶은데 대중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물었다. 그때 선배가 ‘대중적인 건 정말 가늠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어떤 노래든 얼마나 사랑받을지는 누구도 모르는 거니까. 그러니까 작업할 때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게 결국 많이 배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나는 아티스트로서 아이덴티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아이덴티티는 결국 자신감에서 나오는 거라는 조언도 해주셨다. 자신감 있게 내 음악을 해보라고.

 

 

“안정적인 울타리를 벗어난다는 것, 벗어나서 새롭게 다시 탄생한다는 건 당연히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닐까.”

 

셔츠는 누마레, 니트는 레이 by 매치스패션, 팬츠는 와이엠씨, 신발은 에스.티. 듀퐁 제품. /PHOTOGRAPHY 이수환

 

후이의 음악들에서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사랑’ 그중에서도 ‘아름다움’에 관한 노래가 거의 없다. 왜그런지 모르겠다. 글쎄 내 성향일 수도 있고. 사랑에 관한 노래를 쓰기에는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쓴곡들 대부분은 조금 어둡다. 앞으로는 이별이 됐든, 다시 시작하는 사랑이 됐든 ‘사랑’을 주제로 한 곡들을 써보고 싶다.

후이에게 음악은 여전히 즐겁고 재밌을까? 아니면 하면 할수록 어려울까? 나 혼자 부르려고 만들어놓은 노래들이 정말 많다. 그노래는 진짜 내 이야기니까.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니까 정말 하루면 만든다. 그런 노래를 만들 때는 재밌다. 즐겁고. 반면 목표가 있는 곡이나, 어떤 결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곡을 작업할 때는 정말 고통스럽다. 그 과정을 굳이 ‘고통’이라는 단어를 써서 표현하고 싶을 정도니까. 앨범 준비 중에 곡 작업하는 기간은 거의 두 달 정도 된다. 그 두달간은 정말 치열한 시간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석하고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시간이다.

왜 그렇게 고통스러울까? 글쎄. 창작이란 매 순간 기존의 틀을 깨는 행위고, 다시 만들어내는 행위고, 또 그 과정을 통해 다시 발전하는 시간이지 않나. 안정적인 울타리를 벗어난다는 것, 벗어나서 새롭게 다시 탄생한다는 건 당연히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닐까.

그렇게 만들어낸 음악을 통해 어떤 영향력을 전하고 싶나? 나는 음악적으로 우상이 되어보는 게 꿈이다. 그런데 아직은 내 한계치가 눈에 너무 잘 보인다. 부족한 게 많다. 그래서 배우고 싶은 것도,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음악적으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된다면, 그때 어떤 영향력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내가 어떤 영향력을 전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펜타곤의 음악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영향력이 있다면? 앨범을 만들 때마다 많은 것들을 고민하는데, 첫 번째가 좋은 노래인가. 두 번째는 곡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나. 세 번째가 어떤 상황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인가를 고민한다. 펜타곤의 강점은 곡 쓰는 멤버가 많다는 거다. 그래서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한 앨범 안에 존재할 수 있는데,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의 음악이 따뜻한 힘으로, 위로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PHOTOGRAPHY 이수환

STYLIST박명현 HAIR소피아 MAKE-UP희연

 

 

 

소연 (여자)아이들

데님 원피스는 어멘드먼트×YOOX, 슈즈는 슈츠, 이어링은 라 벨에포크,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PHOTOGRAPHY 이수환

 

시작은 어떻게 하나? 작업 전개 과정이 궁금하다. 비트부터 만들어 곡의 느낌을 잡는다. 그리고 멜로디를 입힌다. 그렇게 1절 정도를 쓴 다음, 주제를 잡고, 제목을 정하고 나서 가사를 쓴다. 늘 그런 식이다. ‘라타타’는 멤버들을 생각하며 만든 곡이다. 각 멤버에게 어울리는 사운드를 찾기 위해 여러 종류의 소리들을 계속 들어야 했다. 물론 그전에 메인 악기를 정했다.

‘라타타’의 메인 악기는 뭐였나? 처음 멤버들을 생각했을 때 떠오른 건 ‘뭄바톤’이었다. 뭄바톤 비트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멤버들의 느낌과잘 어울릴 것 같았거든. 악기는 퍼커션을 사용했다. 가급적 투박한 악기를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간단한 악기로 비트를 만들고 루프를 돌린 다음에야 멤버들에게 어울리는 멜로디를 입혔다.

창작물에는 작가의 지금 고민이 깃들곤 한다. 곡을 만들 때도 그럴까? 각 시기마다 강조해야 할 표현이 있는 것 같다. ‘라타타’를 만들 때는 데뷔가 목표였다. 명확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확실한 콘셉트와 강렬한 느낌을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 ‘어-오’는 내 생각이 더 들어간 곡이다. 하지만 나는 작업할때 기분에 좌우되지 않는다. 기분이 좋아도 슬픈 곡을 쓸수 있다. 상황이나 스토리에 순간순간 이입한다. ‘싫다고 말해’는 이별의 슬픈 감정을 담은 곡인데 작곡 당시 슬픈 일은 없었다.

스스로 한계를 느낀 적 있나? 최근에 나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모두 소진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갑자기 든 생각이다. 해답은 의외로 책에서 찾았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을 읽다가 같은 주제도 누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는걸 알았다. 지금 다루는 주제를 나중에 시간이 흘러 다시 쓴다면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

<퀸덤> <언프리티 랩스타> 등 치열한 경쟁 프로그램은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경쟁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경험이 많이 쌓인다. 경쟁에 대한 경험만이 아니라 등수가 나쁠 때의 실망감 그리고 그실망감에 대한 많은 고민, 성취감 등이 쌓인다. 그런 점에서 경쟁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좋다.

스트레스 안 받나? 스트레스 받는다. 출연 당시에는 힘들었는데, 끝나고 나니까 가사에 하고 싶은 말이 훨씬 많아지더라.

말싸움하고 집에 가면 더 생각나는 것처럼? 맞다. 내가 그때 그 말을 하지 못했네. 이런 것도 있다. 새로운 경험이 생겼네, 이런 생각을 하게 됐네 등이야깃거리가 훨씬 많아진다. 그 어떤 경험이나 경쟁이든 내게 영향을 주는 것들은 다 좋다.

단시간에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경쟁 프로그램의 작업 방식도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그렇다. 경쟁을 좋아하는 이유는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일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거든.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곡을 만들어야 한다. 그 시간 동안 어떻게 가사를 쓰나 싶었는데, 막상 닥치니까 다 하게 되더라. 멤버들도 처음 경쟁 프로그램에 나갈 때는 무섭다고 했는데, 그럴 때마다 닥치면 다 하게 된다고 말해주곤 했다. 그런 경험이 나를 더 성장시킨다. 사실 곡 쓰는 게 느린 편인데, 경쟁 프로그램에선 누구보다 빨리 쓴다. 온 정신을 집중해서 쓰게 된다.

PHOTOGRAPHY 이수환

 

승부욕이 강한가? 엄청 강한 편인 것 같다.

작업 과정에서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특이한 버릇이 있나?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비트와 멜로디를 쓰는 것? 보통 트랙 메이커가 있고, 멜로디 쓰는 분이 있고, 어느 정도 완성된 비트에 멜로디를 얹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피아노만 있어도 곡을 쓰고, 비트만 있어도 쓴다. 그래서 특이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웃음)

이별 이야기든, 사랑 노래든 곡을 만들다 보면 실제 경험에 대한 갈증도 느낄 법하다. 슬픈 노래를 쓸 때는 진짜 울기도 한다. 경험한 적은 없지만 눈물이 난다. 앞서 말했듯이 이입을 하려고 한다. 내가 진짜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곡을 쓴다. 상상을 해서 쓴다. 경험 유무와는 상관없이 진심으로 그 순간 느낀 감정을 쓴다.

작사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자. 의식적으로 피하는 단어가 있나? ‘나’라는 단어를 안 썼다. ‘나는’을 쓰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가급적이면 배제하려고 한다. 안 써도 충분히 좋은 가사가 나오더라. 나라는 주어를 안 쓰면 오히려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라임을 짜는 노하우가 있나? 라임을 진짜 중요하게 여긴다. 래퍼라서 항상 라임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내 노래를 들어보면 반복되는 구조가 느껴질 거다. 두 마디 이상 라임을 맞추는 방식에 익숙하다. 랩을 쓸 때 항상 라임을 지키기도 했고.

라임을 잘 만들려면 어휘력이 좋아야 한다. 어휘력은 어떻게 키우나? 예전에는 펀치라인만 모아놓은 노트를 만들었다. 노트에는 라임별로 단어들을 다 적어놨다. 랩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라임은 아니지만 라임처럼 들리는 단어들도 많이 찾곤 했다.

음악에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군가? 멘토 말이다. 고등학생 때 랩 선생님. 랩에 대한 많은 걸 배웠다. 그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랩을 시작했다. 물론 그전에도 랩을 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랩이 아니었다. 기본기부터 좋은 가사 쓰는 법, 진정성을 녹이는 법 등을 깨우쳐준 엄청난 멘토다.

후드 아노락과 스니커즈 모두 크리스찬 디올, 비니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이어링은 라 벨에포크,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PHOTOGRAPHY 이수환

 

“나는 피아노만 있어도 곡을 쓰고, 비트만 있어도 쓴다.

그래서 특이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가사에는 주로 어떤 내용을 담으려고 하나? 보통 팀 곡을 쓰기 때문에 팀에 어울리는 가사를 쓰려고 한다. 팀에 대한 단어나 멜로디가 떠오르면 바로 녹음한다. 그렇게 녹음한 파일만 휴대폰 안에 1천1백15개가 있다. 녹음한 파일을 다시 들어보고 작업에 사용한다.

생활이 곧 음악이네? 음악 말고 잘하는 게 없다. 아무것도 없다. 밖에서 노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항상 작업실과 집에만 있는다. 취미가 음악, 특기도 음악이다. 음악 외에는 뮤직비디오 아이디어, 의상 아이디어, 무대 구성, 안무 짜기 등이다.

좋아하는 게 직업이 되면 싫어지기도 하더라. 스트레스도 즐기는 편이다. 스트레스 받아서 만든 결과물이 좋다. 속이 시원하다.

 

PHOTOGRAPHY 이수환

 

STYLIST황진주 HAIR서진이 MAKE-UP한아름

 

 

 

방찬 스트레이 키즈

 

니트 풀오버는 아워 레가시 by 매치스패션, 네크리스는 본인 소장품. /PHOTOGRAPHY 이수환

 

방탄 가방 같은 걸 들고 다닌다. 작업 가방이다. 이동하면서 작업하기에 좋을 것 같아서 샀다. 노트북, 허브들, 라이선스, 미니 키보드, 충전기, USB… 곡 작업할 때 꼭 필요한 것들을 넣어 다닌다. 사람들이 무기 같다고, ‘007 가방’이라고들 한다.

맞는 말인 것 같은데? 방찬에게는 무기지? 아, 그렇지. 내 무기 맞다. 이걸 들고 다니면 엄청 피곤한 날에도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신기하게도.

‘007 가방’ 외에 곡 작업할 때 꼭 챙기는 것이 있다면? 음료수나 젤리, 초콜릿. 단것을 먹으면서 해야 뇌가 돌아가는 느낌이다. 커피는 안 마신다. 카페인이나 탄산음료는 피하려고 하는 편이라.

예전에는 밤에 작업하는 걸 좋아해서 불을 다 끈 채 곡을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 요즘은 시간에 상관없이 늘 작업 중이겠다. 맞다. 그때는 곡 작업할 때의 분위기가 정말 중요했거든. 요즘은 비행기 안에서 엄청 많이 한다. 비행 중에는 딱히 할 게 없으니까. 대기실에서도 작업한다. 최근에 창빈, 승민이와 작업한 곡이 있는데, 스트레이 키즈가 <엠카운트다운> 무대에 처음 오르던 날 대기실에서 만든 트랙이다.

스트레이 키즈 앨범의 거의 모든 트랙을 방찬, 창빈, 한이 뭉친 그룹 내 프로듀싱 유닛 ‘3RACHA(쓰리라차)’가 만든다. 3RACHA의 협업 방식이 궁금하다. 곡마다 다르다. 창빈이의 멜로디에 한이가 쓴 가사를 얹을 때도 있고… 때에 따라 적절한 방식으로 협업한다. 나는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역할을 할 때가 많다. 트랙 작업은 내가 거의 다 한다. 창빈이와 한이 그리고 나의 색깔과 기준이 조금씩 달라서 함께 작업하면 재미있다.

 

“음악의 세계는 참 깊고도 넓어서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

아직 안 해본 게 너무 많으니까. 아직도 곡 작업할 때는 설렌다.”

 

패치워크 데님 셔츠·팬츠는 모두 캘빈 클라인 진, 파란색 브레통 셔츠는 세인트 제임스, 네크리스는 불레또, 슈즈는 컨버스 제품. /PHOTOGRAPHY 이수환

 

지난 10월 10일에 공개한 스트레이 키즈의 새 싱글 ‘Double Knot’도 3RACHA의 곡이다. 엄청 파워풀하던데? 어떤 곡을 만들고 싶었던 건가? ‘Double Knot’은 신발끈 두 번 묶고 어디든 나가보자는, 패기 넘치는 트랙이다. 일렉트로닉, 힙합 등 강렬한 장르를 섞었다. 미국에서 작곡가 댈러스 케이(DalasK)와 함께 작업했다. C마이너로 쭉 달리는 곡인데, 원하는 사운드와 느낌을 잘 살린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Double Knot’은 처음부터 C마이너로 가고 싶었다. 처음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코드와 멜로디를 키보드로 쳐보니까 딱 C마이너가 맞더라. D마이너, A마이너에 비하면, 부르기에 조금 더 편하다.

‘Double Knot’을 만드는 동안 생각했던 키워드는 무엇이었나? 퍼포먼스에 관해서 생각했다. 퍼포먼스가 엄청 화려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첫 번째였다. 화려하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트랙으로도 표현하고 싶었다. 특히 드롭 부분의 임팩트에 신경 썼다. 아예 어떤 박자는 다른 사운드를 다 비우고 악기 하나만 살렸다. ‘빰!’ ‘빰!’ 이런 식으로. 중점을 뒀던건 퍼포먼스, 구성, 강렬한 느낌, 패기 등이다. 패기가 중요했다. 패기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

트랙 작업은 대개 어떤 방식으로 하나? 특유의 방식이 있나? 경우에 따라 다르다. 드럼으로 시작해 사운드를 쌓을 때도 있고, 코드를 몇 개 쳐놓고 그 코드에 어울리는 다른 코드를 얹을 때도 있다.

작업할 때 많은 시간을 들이는 편인가? 때마다 다른데, 가끔은 어딘가에 꽂혀서 2시간 만에 끝낼 때도 있다. 물론 일주일씩 걸릴 때도 있고. ‘잠깐의 고요’라는 곡이 그랬다. 랩을 정말 빨리 썼다. 거의 한시간 내에 완성했다. 데뷔 앨범의 ‘Rock’이라는 곡도 마찬가지다. 그 정도 걸렸다. 일주일 걸려 만들고서도 버리는 트랙도 있다.

본격적으로 곡을 만들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나? 2015년쯤이었다. 원래는 피아노와 기타를 칠 줄 알았고, 그즈음에 로직 한 번 만져보면서 사운드를 만들었는데, 로직이 편하긴 하지만 본격적으로 작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곡 작업은 잠시 접어두었다 1년 후쯤 큐베이스로 다시 해봤는데 확실히 낫더라. 작업한 지는 이제 3~4년 정도 됐다. 그동안 앨범을 7개쯤 만들었다.

7개의 앨범을 발표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데, 창작의 고통을 느끼지는 않나? 가끔 그럴 때가 있지만 음악의 세계는 참 깊고도 넓어서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 아직 안 해본 게 너무 많으니까. 아직도 곡 작업할 때는 설렌다.

스트레이 키즈가 데뷔한 이래 줄곧 플레이어이면서 동시에 프로듀서였다.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하는 입장이기에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들과는 생각하는 지점이 다를 것 같다.그래서인지 나는 늘 중간자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연습생 친구들이 회사에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내가 대신 전달하는 식이었다. 괜찮았다. 어떤 책임을 지거나 감당하길 좋아하는 성격이라, 나에겐 그런 역할이 잘맞았다.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싶어 하는 성향도 있는데. 장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 이런 성격 때문에 병을 앓은 적은 없고, 건강하게 살아 있으니까 이대로 계속 달려볼 생각이다. 하하.

자신을 아티스트와 직업인 중 어느 쪽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둘 다 아닌 것 같다. 나는 그냥 음악을 통해 뭔가를 말하고 싶은 사람이다.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사람. 팬들과 스트레이 키즈 멤버 그리고 나의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과 에너지를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 순간들이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어서, 내가 직업인이든 아티스트든 아무 상관없다.

요즘은 음악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어떤 주제에 골몰하게 되나? 다루고 싶은 주제는 언제나 다양하다. 그런데 결국 들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만드는 편이다. 3RACHA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곡을 만들다 보면 언제나 그런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최근 머릿속에 떠오른, 개인적인 아이디어 하나를 풀어보자면. ‘이불 밖은 싫어’라는 주제로 잔잔한 멜로디의 곡을 만들어보고 싶다.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리는, 이불 속에 있을 때느끼는 아늑함이 담긴 음악이었으면 좋겠다.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얼마 전에 샤워하면서 떠올린 아이디어인데 생각만 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좋은 멜로디나 좋은 가사는 항상 샤워할 때 떠오른다.

가장 편안하고, 이완되는 순간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 그런가 보다. 아무 생각도 안 하게 되는 순간이라서. 편안하니까.

 

 

“작업하다 보면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있는데,

멤버들이 옆에서 해주는 한마디가 엄청난 도움이 된다.”

 

PHOTOGRAPHY 이수환

 

음악 프로듀서 중 특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 힙합 프로듀서 메트로 부민(Metro Boomin). 그리고 드레이크와 트래비스 스콧. 한때 드레이크를 엄청 좋아했다. 드레이크의 엔지니어인 노아 셰비브(Noah Shebib)가 사운드 만지는 걸 보면서 곡 만드는 일에 호기심이 생겼다. 나중에 그런 분들과 작업하면 정말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면서 꿈을 키웠다. 메트로 부민과 드레이크, 노아 셰비브는 여전히 존경한다.

좋은 작업을 하는 에너지는 무엇에서 얻나? 두 가지인데. 하나는 팬들의 피드백이다. 스트레이 키즈의 음악으로 좋은 기분을 느꼈다거나, 희망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계속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창빈과 한이가 “엇, 형. 이 트랙 좋은데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 한마디에 힘이 솟는다. 작업하다 보면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있는데, 멤버들이 옆에서 해주는 한마디가 엄청난 도움이 된다. 스트레이 키즈 친구들에게 피드백 받는 걸 가장 좋아한다.

프로듀서이자 플레이어로서 요즘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I am> 시리즈와 <Cle′> 시리즈로 우리의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제부터는 조금 방향성이 다른 곡이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싶다는 것. 스트레이 키즈라는 장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에 관해서 고민한다.

스트레이 키즈라는 장르를 정의할 때, 꼭 들어가야 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에너지. 음악적으로나, 그룹의 정체성 면에서나 ‘에너지’야말로 우리를 관통하는 단어다.

요즘 방찬을 가장 자극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다들 잘 모를 수도 있는데, 스트레이 키즈라고 그 친구들참 괜찮더라.

STYLIST백영실 HAIR & MAKE-UPJE(더 제이 컴퍼니) ASSISTANT정소진

 

 

아레나 2019년 11월호

https://www.smlounge.co.kr/arena

EDITOR조진혁, 신기호, 이경진 PHOTOGRAPHY이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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