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메이트X 영하 5도 이하서 접지 말라" 안내···품질 완성도 논란
갤럭시폴드 보관 적정온도 영햐 10도 이상
저온 환경에서 플라스틱 소재 부품 경화 문제 추정

로욜의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 이미지 / 자료=로욜 홈페이지
로욜의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 이미지 / 자료=로욜 홈페이지

화웨이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가 저온 환경 사용 불가로 논란을 겪은 가운데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인 로욜의 ‘플렉스파이’ 역시 영하 2도에서 접지 말라는 주의를 안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온 환경에선 접지 말라는 권고를 두고 전문가들은 폴더블 제품에 적용된 설계와 부품 내구도 문제를 지적한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대 선점 경쟁에 품질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전자 갤럭시폴드는 아직 온도 관련 이슈를 겪지 않았다.

22일 로욜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플렉스파이’ 사용 안내설명문(FlexPai Quick Start Guide)을 보면, ‘주변 온도가 영하 2도 이하로 떨어지면,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작동되더라도, 스마트폰을 접거나 펼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낮은 온도에서 제품을 접게 되면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구절이 명시돼 있다.

 

플렉스파이 주의사항 일부. /캡처=로욜 홈페이지
플렉스파이 주의사항 일부. /캡처=로욜 홈페이지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로욜은 삼성전자와 화웨이에 앞서 지난해 말 플렉스파이를 출시하면서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 타이틀을 거머쥔 업체다. 다만 주문제작 방식으로 생산하는만큼 시장에 소량으로 공급한다. 

같은 이슈는 얼마 전 첫 폴더블폰을 내놓은 중국 화웨이도 겪었다. 화웨이는 지난 15일 중국에서 첫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를 출시하면서 ‘영하 5도 이하 환경에선 접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안내해 ‘메이트 썸머’(summer)라는 조롱 섞인 비판도 받았다. 플렉스파이와 달리 양산 제품이라 논란은 더 거셌다. 양사 모두 밖으로 접는 아웃폴딩 구조를 채택했다.

신성태 고려대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부 교수는 “통상적인 품질 신뢰성 평가 시 영하 20~40도까지 제품 구동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며 "사실상 제품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채용된 플라스틱 소재 내구도 문제를 지적한다. 두께가 얇은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접는 충격을 견디고 디스플레이를 보호하기 위해 플라스틱 소재의 필름 및 접착소재 등 부품을 적층한다. 그런데 플라스틱 소재는 저온에선 딱딱하게 경화되는 물성을 갖는다. 이 때문에 접는 충격이 없는 기존 바(Bar)형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달리 폴더블은 저온에서 접을 경우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플라스틱 필름 소재는 아주 낮은 온도에선 경화되고 접으면 부러진다"며 "기존 스마트폰은 채용된 플라스틱 기판이 경화 되더라도 접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동작에 지장이 없었지만 폴더블은 접어야 하기 때문에 저온 환경에선 불량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서 그런 주의 사항을 안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정노 전자부품연구원 박사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보호하기 위한 필름 등을 붙일 때 사용되는 감압접착제(PSA)나 투명접착필름(OCA) 등 부품은 온도에 따라 특성 변화가 심한 편이다”면서 “또 편광판 두께나 터치 기판의 적층 구조 등 다양한 요인도 해당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을 짚긴 어렵지만 복합적 설계 및 부품 문제로 이 같은 주의사항을 권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화웨이의 메이트X의 경우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두 개 층에 투명 PI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명 PI를 접착하는 OCA도 두 번 적용되는 셈이다. 안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과 달리 밖으로 디스플레이가 노출되는 아웃폴딩 방식을 선택한 까닭에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 채택한 설계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저온 환경에서 갤럭시폴드를 접지 말라는 주의사항은 안내하지 않고 있다. 갤럭시폴드를 둘러싼 온도 관련 품질 이슈도 아직 불거진 바 없다. 지난 4월 갤럭시폴드 상단 화면보호막을 강제로 뜯어내면서 일부 디스플레이 문제가 발생했지만 삼성전자는 약 5개월간 설계 보완을 통해 해결했다.

다만 갤럭시폴드의 보관 시 최저 온도 기준은 일반 스마트폰 보다 10도 가량 높은 편이다. 갤럭시노트10플러스 적정 보관 온도가 -20℃~50℃, 아이폰11 프로 맥스의 보관 가능 온도가 -20℃~45℃인 반면, 갤럭시폴드는 -10℃~50℃다. 로욜의 플렉스파이도 적정 보관 온도는 -20℃~45℃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말 그대로 '적정' 보관 온도라서 그 이하 환경에서도 사용은 가능하지만 제품에 무리가 갈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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