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제 도입 후 경기, 충북, 전북출신 회장만 無···호남 vs 중부권 경쟁 가능성도
중앙회 이사, 현안 이해력 등 강점···지지세력 확보에도 일정부분 유리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흔히 ‘대선의 축소판’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역 지지기반 확보와 다른 지역과의 협력이 당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각 후보들의 출신 지역이 득표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전국에 조합원들이 퍼져있는 만큼 지역간 형평성이 무엇보다 중요시 여겨져왔다. 아직 중앙회장을 배출하지 못한 경기, 충북, 전북 지역 출신의 후보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한 다른 지역과의 협력에 있어 중앙회 이사 등 현직 임원들이 선거에서 일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초대 강원 출신 한호선부터 충남, 경남, 경북, 전남 순환···다음은 경기, 충북, 전북?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시스템적으로 다른 지역 조합장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회장 선거 출마를 위해서는 조합장 50인 이상의 후보자 추천을 받아야하며 최소 3개도(道) 이상의 조합장이 포함돼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아니더라도 소속 지역만으로는 293명 대의원 간접선거에서 과반수 이상의 표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역대 회장들 역시 다른 지역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김병원 회장과 최덕규 전 합천 가야 조합장의 연합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곧 어느 한 지역의 독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의원 조합장이 많은 지역의 후보가 경쟁에서 근소하게 우위를 점할 수는 있지만 결국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전국 조합원들의 농심(農心)이다. 역대 선거에서 지역 안배 가치가 강하게 고려되고 각 지역에서 골고루 중앙회장이 배출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지난 1988년 민선제가 도입된 이후 동일한 지역 출신의 중앙회장이 나온 적은 단 한차례도 없다. 초대 회장을 역임한 한호선 전 회장은 강원도 원주 출신이며 2대 회장은 충청남도 아산 출신 원철희 전 회장이 차지했다.

3대와 4대 회장은 경상남도와 경상북도에서 배출했다. 정대근 전 회장은 경남 밀양 출신이며 최원병 전 회장은 경북 경주 출신이다. 연이은 영남권 회장 당선의 반발 효과로 지난 선거는 비영남권 후보 간의 경쟁구도가 형성됐으며 이성희 전 중앙회 감사위원장(경기)과 김병원 현 회장(전남)이 접전을 벌인 끝에 김 회장이 최초의 호남 출신 중앙회장이 됐다.

아직까지 중앙회장을 배출하지 못한 지역은 경기와 충청북도, 전라북도 총 세 곳뿐이다. 자연히 지역 안배 차원에서 해당 지역 후보들의 경쟁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세 곳의 지역에서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들로는 여원구 양평 양서 조합장, 이성희 전 감사위원장(이상 경기 지역), 김병국 전 서충주 조합장(충북), 유남영 정읍 조합장(전북) 등이 있다.

다만 유 조합장의 경우 김 회장에 이어 ‘2연속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김 회장의 지지로 인해 같은 호남의 이미지가 형성되면 ‘전북 출신 회장’이 아닌 ‘호남 재집권’의 구도가 되기 때문에 향후 레이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호남 vs 중부권’의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같은 맥락으로 김병국 전 조합장은 ‘중부권 통합론’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상대적으로 지역 색이 약해 2000년대 들어 회장을 배출하지 못했던 충청권과 경기, 강원권의 힘을 합치고 더 나아가 농협의 통합과 안정에 기여하려는 시도다. 이주선 아산 송악 농협의 조합장과의 단일화, 경기 지역 후보들과의 주도권 경쟁 등이 해결 과제로 꼽힌다.

여원구 조합장과 이성희 전 감사위원장은 우선 경기지역 단일화 과정을 거친 후 타 지지세력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타 지역 조합장 지지 확보가 관건···‘현직 프리미엄’ 강점 될까

모든 인사와 마찬가지로 중앙회장 선거 역시 중앙회 이사, 계열사 대표 등 현직을 유지하고 있을 때 다른 후보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눈에 띄는 경영성과를 강점으로 내세우거나 대외 노출 빈도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속 지역 외 다른 지역 대의원들의 표를 확보해야 하는 중앙회장 선거에서는 다른 지역 조합장들과의 접촉 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후보 등록일 전까지는 행사 참석 등 공식 일정을 활용해 유권자와 접촉하는 것이 가능해 현직 임원 후보가 일정부분 이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불가피하게 매 선거때마다 ‘임직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현안과 내부사정에 밝다는 점 역시 강점 중 하나로 꼽힌다. 최원병 전 회장과 김병원 회장도 선거 전까지 각각 농협RPC운영전국협의회 회장, 농협양곡 대표이사 등의 직무를 수행한 바 있다.

현재 출마 예상 후보 중 중앙회 내 이사로 재직 중인 이는 여원구 조합장과 이주선 아산 송악 조합장, 강호동 합천 율곡 조합장 세 명뿐이다. 이외에 김병국 전 조합장은 올해 초까지 중앙회 이사를 역임한 바 있으며 유남영 조합장은 지난 2016년부터 농협금융지주에서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문병완 보성 조합장은 농협RPC운영전국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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