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투자 약속하며 조성원가 수준 저렴하게 매입 후 10년째 방치
GTX-B 등 호재로 부지 가치 껑충
주민 생활편의시설 미설치에 불편함 많아
용도 외 사용이나 착공 지연에는 벌점 부과로 투자 활성화 약속 지키도록 유도해야

 

신도시는 깨끗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갖춰져야 할 최소한의 것들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일상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표적인 게 대형마트 등 생활편의시설 부재다. 이러한 이유로 조만간 인근 지역에 마트가 들어선다는 형태의 광고와 함께 아파트를 분양하면 이전보다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수요층이 운집된다. 이른바 몰세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활편의시설 기대감에 인근 아파트를 분양받아 살다보면 당초 계획했던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업을 상대로 지어달라고 외쳐댄다 한들 착공될리 만무하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질 것을 기대하고 일명 프리미엄까지 얹어가며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한 사람 입장에서는 속이 쓰린 일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에는 매입한 부지를 공터로 두다가 조성원가 보다 몇 배 비싼 금액에 되파는 까닭에 기업이 부동산 투자를 한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인천 송도 주민역시 이 같은 까닭에 몸살을 앓아왔다. 롯데몰, 이랜드몰 등을 약속했던 기업들은 착공을 수년간 미뤄오면서 오랜 기간 기대감에 부풀어있던 지역 주민을 애태웠다. 그사이 롯데와 이랜드리테일이 사들인 부지 근처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인 GTX-B 노선 역사가 설치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부지의 가치는 껑충 뛰었다. 다행히 10년 가까이 애태워온 롯데몰은 약속한 시간보다 수년 지체하다 지난달 착공했지만, 이랜드몰 부지는 부지를 매입하고 8년째 여전히 잡초만 무성한 공터로 남아 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준공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데도 말이다.

기업의 투자시기 결정은 기업의 자유의지이고 자유시장 경제의 근간이다. 그러나 지역사회 투자를 약속으로 조성원가 수준으로 저렴하게 매입했으면서 사업이 10년 가까이 지체하는 행태는 기업의 사회적 소임은 차치하고 시장과 지역 주민으로부터 불필요한 오해와 불평불만을 듣기에 충분하다.

기업투자를 유치하고 관리해야 하는 지자체의 책임도 있다. 개발 사업 진행 인허가를 승인해주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에 따르면 목적의 건물을 짓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착공시기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한다. 문제는 부지를 매입한 기업이 추후 되파는 등의 이유로 개발계획이 변경되는 순간 그 불편은 인근 지역 주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업이 시장 동향이나 자금 운용상의 이유로 계획에 소폭 변동을 주는 것 정도는 허용하는 선에서, 부지 매입 후 용도 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착공이 지나치게 지연되는 경우에는 벌점을 부과하는 등의 정책적 보완책을 마련해 기업이 약속한 투자를 지키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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