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 나주에서 출판기념회 개최, 총선 출마 ‘유력’···차기 회장 관심 급증
명예직에도 불구, 회원 및 자회사에 관리·감독 권한···정치권 영향력도 ‘막강’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총선 출마가 유력시됨에 따라 차기 중앙회장 선거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농협중앙회장 당선 당시 김병원 회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총선 출마가 유력시됨에 따라 차기 중앙회장 선거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농협중앙회장 당선 당시 김병원 회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4년 가까이 농협을 이끌어왔던 김병원 회장 체제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감에 따라 다음 중앙회장을 노리는 후보들의 경쟁구도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농협중앙회장은 225만 농업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30여개의 경제·금융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집단의 수장이기도 하다. 어떠한 후보가 당선되는지에 따라 국내 사회와 정치, 경제 등이 적지 않은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 만료 앞둔 김병원 회장, 총선 출마 ‘유력’···중앙회는 다음 체제 준비

지난 20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전남 나주종합스포츠파크에서 ‘미래의 둠벙을 파다’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김 회장은 “농협 회장 재임기간 추진했던 ‘둠벙론’을 통한 농업의 미래비전을 책에 담았다”며 책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책의 내용보다 주목을 받은 것은 김 회장의 총선 출마 여부였다. 이날 행사에는 송영길, 이개호,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인규 나주시장, 구충곤 화순군수, 최형식 담양군수 등 유력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4000여명의 사람들이 몰렸다. 총선 출정식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출마설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김 회장은 전남 나주 출신 인사로 1999년부터 남평농협 조합장을 13년 동안 맡았기 때문에 지역기반이 매우 탄탄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전남 나주·화순 지역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김 회장 본인 역시 지난 1일 전남대 특강 자리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출마 의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회장의 총선 출마가 유력시됨에 따라 농협중앙회의 ‘김병원 체제’도 예상보다 빨리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11일까지지만 김 회장이 출마를 하게 되면 그 전에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차기 중앙회장 선거에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자산규모 9위 대기업 집단 농협···중앙회장, 농협법에 따라 관리·감독 권한 집행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지난 1988년 선출직으로 바뀐 후 매번 치열한 경쟁을 거듭해왔다. 대통령 선거의 축소판이라고 불릴 만큼 지역간 협력과 경쟁이 활발하게 일어나며 그 과정에서 일부 부정행위들도 발생해왔다.

이는 중앙회장이 가지는 거대한 권한과 영향력의 방증이기도 하다. 중앙회장은 기본적으로 농민들을 대표하는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그 권한이 농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농협중앙회는 경제계열사와 금융계열사 총 35개를 거느리고 있으며 소속 임직원만 10만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농협의 공정자산 규모는 59조4330억원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60개 대기업 집단 중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10위 현대중공업(55조8660억원)보다 3조5670억원 많은 수치다.

물론 중앙회장은 공식적으로 명예직이기 때문에 경제지주사나 금융지주사, 그 산하 자회사에 실무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다. 인사와 예산집행을 직접적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앙회장은 농협법에 따라 그 이상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농협법 142조에 따르면 중앙회장은 회원을 지도하며 이에 필요한 규정이나 지침 등을 정할 수 있다. 또한 회원의 경영 상태와 회원의 경제사업 기준에 대해 그 이행 현황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그 회원에게 경영 개선 요구나 합병 권고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142조2항에 따라 자회사에 대해서도 동일한 지도·감독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를 모두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기타 자회사들 인사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여기에 215만 농협 조합원들의 대표로서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 않다. 일례로 최원병 전 회장의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포항동지상고 동창 ‘영포회’ 출신으로 이 전 대통령의 당선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대근 전 중앙회장 역시 중앙회장 역임 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으며 여야 실세 정치인과 관계를 맺으며 정치권에 정대근 리스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민선 초대회장과 2대 회장인 한호선, 원철희 전 회장은 모두 퇴임 이후 국회에 입성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