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제약 3분기 누적 386억원 매출, 영업익·순이익 흑자전환···원가절감, 인원감소, 수출증가 원인
일성신약 영업익 적자전환, 매출 20% 이상 하락···도입품목 판권 상실 원인, 영업시스템 개편 추진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전문경영인인 김정호 사장이 떠나고 오너경영체제로 전환한 서울제약의 경영실적이 올 들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공교롭게도 김 사장을 영입한 일성신약은 부진에 빠져 눈길을 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약사들은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며 영업 등 핵심분야를 맡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전문경영인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실적을 한 사람의 책임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제약사별로 영업시스템과 경영전략이 있고, 이 부분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전문경영인이 해줄 수 있는데, 경영실적의 100% 책임을 무조건 경영인에게 묻는 것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예를 들어 모 프로야구 구단은 수석코치가 연속으로 다른 팀으로 옮겨도 결국 우승을 했다”며 “코치나 감독 같은 인적 자원이 아닌 기존 시스템으로 구단이 운영되듯이 제약사 전문경영인도 사례별로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시스템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예로는 지난 3월 일성신약에 영입된 김정호 사장을 들 수 있다. 그는 지난 1983년 강원대 농대를 졸업한 후 대웅제약에 입사하며 제약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2009년에는 JW중외제약으로 옮겨 영업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이어 CMG제약과 서울제약에서 대표이사 직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서울제약 대표에서 물러난 후에는 부회장으로 일하다가 올 3월 일성신약에 사장으로 영입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제약은 올해 들어 경영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일성신약은 올 들어 부진한 실적을 보여 대조적 모습이다.  

우선 서울제약은 3분기 누적 386억4210만3074원 매출을 올려 전년대비 18.3% 성장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21억6800만원과 6억400만원을 달성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특히 3분기 매출은 134억8672만8492원이다. 지난해에 비해 40.5% 늘었다. 올 2분기와 비교하면 22.5%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서울제약 경영실적이 호전된 것은 전사적 원가절감과 조직변경에 따른 인원 감소, 해외 수출 증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원가절감은 위탁생산 품목 매입가격의 하향 조정과 조직 슬림화 등으로 실현됐다. 인원 감소는 구체적 수치에서 확인된다. 서울제약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인원은 기간제근로자를 합쳐 196명이었다. 올 3분기 말 회사 직원은 185명이다.

황우성 대표이사 회장을 포함한 임원급도 지난해 12명에서 올해 8명으로 줄었다. 수출 물량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금액을 기준으로 올해 50%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다. 이같은 실적은 김정호 전 대표가 지난해 물러난 후 취임한 오너 황 회장이 직원들과 호흡하며 구축한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올 3월 일성신약에 사장으로 합류했다. 그는 대표는 아니다. 윤석근 부회장과 그의 차남 윤종욱 이사가 대표로 근무하는 일성신약 영업을 총괄하는 사장으로 영입된 것이다.

일성신약의 3분기 누적 매출은 354억6780만7355원이다. 지난해에 비해 21.8% 하락한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되며 14억300만원 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손이익은 34억8000만원을 올리며 지난해에 비해 42.4% 증가했다.

일성신약 부진 원인은 수년간 판매했던 다국적제약사 박스터의 흡입마취제 ‘슈프레인’과 혈액대용제 ‘플라스마라이트’의 국내 판권을 다른 제약사에 뺏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판권을 넘겨준 시점은 각각 지난해 6월과 올 1월로 파악된다.

일성신약을 구체적으로 보면 외부에 알려진 것에 비해 오리지널 품목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전문화된 영역에 치중해있다. 주로 마취제와 안과전문, 항생제 등이다. 이처럼 전문화된 영역의 오리지널 품목을 위주로 영업하기 때문에 영업사원과 거래처 숫자가 적다.

경영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영입된 김 사장은 영업시스템 등 일성신약 근무방식을 개편하고 현재 내년 사업계획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성신약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내세워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올 들어 3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등 부진한 실적은 일성신약이 갖고 있던 시스템 때문이며, 내년부터 나타날 시스템 개편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업계 관계자들 지적이다. 대표품목 2개 국내 판권을 다른 제약사에 넘긴 것도 김 사장이 영입되기 전 발생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인물에 따라 전문경영인도 여러 케이스로 분류된다”면서 “김 사장의 경우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매출과 수익성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