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문 정리보단 적자 운영 이어지고 있는 국내선 노선 조정 여부가 수익성 개선 관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위기 상황 속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 업계에선 특히 대한항공이 노선 조정에 들어갈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적으로 정리할 부분보다 국내선 등 적자노선을 어떻게 할지 여부가 수익성 개선의 핵심 포인트라는 분석이다.

조 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현지 기자들을 만나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대해 정리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조 회장이 사업부 및 계열사와 관련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허나 항공업계 및 전문가들은 해당 발언을 사업부문 정리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의 사업구조를 보면 사업부문 자체는 수익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운송과 여행업을 함께하는 대한항공의 수익모델은 세계 항공업계에서도 높게 평가하는 부분”이라며 “항공우주부문 역시 매년 수 천 억원 매출을 내는 알짜부문으로 특별히 꼭 정리해야 할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각 사업부문이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수 차례 항공운송 및 제작과 함께 호텔 및 여행업 역시 핵심 분야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항공업에만 집중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은 이 부분에서도 설득력을 잃는다. 한진정보통신 등 각 분야는 수익을 떠나 그룹 내 다른 사업들과의 연계성 등 때문에 정리하기 힘들고 수익성도 나쁘지 않다.

계열사 진에어 역시 조정대상과는 거리가 멀다. 비록 3분기 적자를 내긴 했지만 항공업계 전반적인 불황과 국토교통부의 장기간 제재 속에 있다는 특수상황 때문이라는 점, 제주항공과 함께 업계 1위를 다투는 잘 자리잡은 LCC(저비용항공사) 계열사라는 점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오히려 대한항공의 사업부문이 아니라 노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한항공이 노선 효율화에 나서는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적자가 나는 노선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사업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얘기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김포-김해, 김포-제주 등 일부 노선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국내선 노선은 적자인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비행기를 띄우면 띄울수록 돈이 나가는 수준인데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국내선 운영으로 수백억 원대 적자를 보고 있을 것이란 전언이다.

이 같은 상황은 대한항공 뿐 아니라, 국내 항공업계가 모두 피해갈 수 없는 변화다. 항공업계 인사는 “KTX가 활성화 된 이후 국내선의 수익성은 해마다 감소해 결국 지금과 같은 적자운영 상황까지 치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이 부진한 부문을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다면 수익성 개선을 위해 국내선 화물사업을 중단한 것처럼, 국내선 노선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내년엔 대한항공을 비롯한 전 항공업계가 전반적으로 구조조정 등 수익성 개선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불황이 더 이상 용인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시장은 항공사업 발전 과정 상 사업 구조조정 시기를 맞았고, 이는 미국시장도 겪었던 것”이라며 “시장 재편은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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