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통계청 ‘2019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
3분기 소득격차 4년만 개선···가계 사업소득은 감소폭 지속

올해 3분기(7~9월) 가계 사업소득이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소득에서 차지하는 세금과 이자 등 비소비지출 비중이 23.34%에 달했는데, 월 소득의 4분의1 가량이 세금, 건강보험료, 대출 이자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세금·사회보험·이자비용 등을 포함한 비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6.9% 증가한 113만8200원으로 집계됐다. 월 소득(487만6900원)의 23.34%가 고정 지출된 것이다. 소득 대비 비소비지출은 지난해 3분기 23% 늘어나며 사상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올해 3분기에도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비소비지출이 늘면서 가계 전년 동기 대비 처분가능 소득 증가율은 1.5%로 올해 2분기(2.7%)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3분기 처분가능 소득 증가율이 0.3%로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3분기에는 기저효과가 있었음에도 증가세가 약했다.

/ 자료=통계청, 표=이다인 디자이너
비소비지출 추이. / 자료=통계청, 표=이다인 디자이너

비소비지출이 늘어나는 데는 세금 등 경상조세가 전년 동기 대비 12.7% 급증해서다. 이와 함께 사회보험 지출이 7.5%, 이자 비용이 10.5%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비소비지출은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 가구에서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1분위 가구 비소득 지출 증가율은 13.4%였고 ▲2분위 5.7% ▲3분위 11.1% ▲4분위 5.1% ▲5분위는 5.7%였다. 이 기간 1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4.3%로 비소득지출 증가율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소득 증가가 세금이나 사회보험 지출, 이자 비용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1분위(1.5%) 가구는 처분가능소득의 증가율도 가장 소득이 높은 5분위(-0.9%) 다음으로 낮았다. 2분위(4.7%), 3분위(2.3%), 4분위(3.4%)가 같은 기간 2~4%대 증가율을 보인 것과도 비교된다.

박상영 통계청 사회통계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경상조세, 사회보험료 등 여러 공적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런 공적 부담 증가가 민간에 영향을 미쳐 소비에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의 비중이 변화했다”고 말했다.

◇경기악화에 3분기 사업소득도 사상 최악

다만 올해 3분기 가계 사업소득도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근로장려세제(EITC) 등 정부의 지원에 따라 1분위 저소득 가구 소득은 늘었지만 2분위에 있던 자영업자 소득이 줄면서 1분위로 추락하는 현상도 지속됐다. 최근 들어 계속되는 경기악화도 자영업 가구의 경제사정을 악화시켰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87만7000원으로 지난해 3분기 474만8000원보다 12만9000원(2.7%) 증가했다. 0%대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도 2.7%를 기록했다.

소득별로 보면 근로소득과 이전소득은 늘어났지만, 사업소득과 재산소득은 큰 폭 줄었다. 특히 3분기 사업소득은 87만9800원으로 기록돼 전년 동기 92만5600원보다 4만5800원(-4.9%)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3.4%) 이후 4분기 연속 감소세에 경기가 좋지 않았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보다도 악화됐다.

사업소득 감소도 고소득층의 소득감소와 함께 중산층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올해 3분기 하위 20%인 1분위 사업소득은 24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했다. 2분위 경계에 있던 자영업가구의 소득이 줄면서 1분위로 내려앉았고, 하위 40%인 2분위 역시 3분위 자영업자가 이동하면서 같은 기간 사업소득이 15.7% 늘었다.

다만 상위 20%인 5분위 사업소득은 154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감소했다. 4분위 역시 같은 기간 사업소득이 10% 줄었다.

/ 자료=통계청, 표=이다인 디자이너
가구당 월평균 소득. / 자료=통계청, 표=이다인 디자이너

◇1분위 근로소득 감소세는 여전···계층 소득격차는 줄었다

3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336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늘었다. 2017년 1분기(-0.0%) 이후 10분기 연속 증가세다. 3분기 기준 2012년 3분기 7.8% 증가 이후 7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하지만 1분위 저소득 가구의 근로소득은 44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1분위 근로소득은 2018년 1분기(-13.3%) 이후 7분기 연속 감소세다. 1분위 자영업 가구는 늘었지만, 근로자 가구가 줄면서 근로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지원이 늘면서 이전소득은 큰 폭 늘었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이전소득은 60만원으로 전년 3분기 55만3000원보다 4만7000원(8.6%) 올랐다. 근로·자녀장려금 확대로 정부 지원금이 늘면서 1~3분위까지 소득증가 혜택 영향이 반영된 것이다.

1분위 이전소득은 67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늘었다. 2분위와 3분위도 각각 5.0%, 6.2%의 소득증가율을 기록했다. 1분위는 근로소득(-6.5%) 감소에도 이전소득이 크게 늘어 전체 월평균 소득이 4.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계층 간 소득격차는 다소 줄었다. 1분위 소득이 늘고 5분위 소득증가율이 다소 둔화됐기 때문이다.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7배로 전년 3분기 5.52배보다 줄었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소비가 둔화되고 건설·설비투자 부진 속에 전반적으로 업황이 부진하다보니 자영업자가 아래 분위로 이동하거나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했다”며 “다만 EITC 등 공적이전소득 부분에서 정부 정책을 강화하면서 1분위 가구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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