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가 단단한 자아를 지켜나가며 각자의 위치에서 바로 설 수 있도록, 마음을 담아 꾸민 이정화 씨 가족의 햇살 좋은 집.

1 전면에 통창을 시공해 나무와 햇살이 가득한 수오재의 거실. TV 대신 뱅앤올룹슨 스피 커와 소파를 들여 소통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소파는 이탈리아 브랜드인 리빙 디바니 제품. /사진=김덕창
2 집 안의 바닥 전체는 회색 타일로, 벽면은 벽지로 마감했다. /사진=김덕창

 

수오재는 이정화 씨 가족이 올해 7월 이사한 집의 이름이다. 집에 대한 애칭을 고민할 무렵 그녀의 머릿속엔 다산 정약용 선생의 글이 떠올랐다. 다산의〈수오재기(守吾齋記)〉는 자아를 지켜나가는 것에 대해 강조한 수필이다. 밭, 집, 곡식 등 세상 만물은 지킬 필요가 없지만 이익과 유혹에 쉽게 휘둘리게 되는 자신을 지키는 일은 어렵고도 중요하다 고. 여기서 수오재(守吾齋)는 ‘나를 지키는 집’이라는 뜻으로 다산의 맏형인 정약현 선생의 당호였는데, 처음엔 참뜻을 이해하지 못했던 다산이 훗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깨치게 된 지혜다. 수오재의 다섯 식구는 지난 7월 학군이 발달한 창원의 도심으로 이사했다. 사업을 정리하고 아이들 교육에 전념하기로 한 엄마 이정화 씨는 기둥의 균형과 수납 장의 배열까지 섬세하게 챙겨가며 지금의 인테리어를 완성해냈다. 새로운 집에서 다섯 식구 모두가 단단한 중심을 가지고 뿌리내리길 바라는 엄마의 정성이 가득한 수오재에는 밝은 햇살이 가득하다.

 

차가운 바탕에 햇살이 깃드는 집

1 주방 전면의 붙박이장과 아일랜드까지 수납공간이 풍부하다. 아일랜드에 다운드래프트 후드를 매립했다. /사진=김덕창
2 발코니를 확장하고 내력벽과 아일랜드가 균형을 이루도록 기둥을 추가로 디자인했다. /사진=김덕창

 

“이전 집은 웨인스코팅이 많고 클래식한 스타일이었는데 이번엔 정반대로 곡선 없이 직선만으로, 차가운 느낌이 드는 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정화 씨는 동양화를 전공하고 최근까지 플라워 숍을 운영했을 만큼 감각이 뛰어나다. 그녀는 차갑고 간결한 인테리어를 목표로 필요한 시공과 가구 목록을 직접 정리해나갔다. 인테리어는 창원에서만 세 번째. 서울, 부산의 디자이너와 작업해 왔던 전과는 달리 지역에서 활동하는 디자인82의 박성희 디자이너와 함께해 소통이 원활했다고. 거실과 마주 하는 주방을 원했던 집주인의 요청에 디자이너는 대형 아일랜드를 내세운 시뮬레이션을 선보이며 공간을 완성 해갔다. 주방과 연결된 세탁실의 창호를 제거한 부분 역시 디자이너의 아이디어. 세탁기로 향하는 시선을 차단하면서도 창 너머 햇살은 온전히 즐기도록 유리창을 큼직하게 만들었다.

 

3 테이블과 의자는 프리츠한센. 4 세탁기와 건조기의 양옆에 가벽을 세워 정돈했다. 외부에는 방범 및 미세먼지 차단 기능이 있는 방충망을 추가로 설치했다. /사진=김덕창
5,6 입구를 단독으로 사용하며 전실과 창고가 넓다는 장점이 있는 아파 트의 1층집. 현관부터 복도까지 붙박이장으로 빼곡하다. /사진=김덕창

 

 

쓸모에 맞게 전환한 부부의 안방

1 USM 수납장과 뱅앤올룹슨 스피커 등 네이비 컬러를 포인트로 연출한 부부의 침실. /사진=김덕창
2 건식 세면대와 한 공간에 있는 드레스 룸. 욕실과 연결 되는 통로이기도 하다. /사진=김덕창

 

침실과 드레스 룸, 욕실을 겸한 부부의 공간은 주방만큼 신경 써서 꾸민 곳이다. 베란다를 확장해 햇살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반대편의 드레스 룸부터 욕실까지 이어지는 전개가 드라마 틱하다. 넓은 세면대, 넓은 드레스 룸 모두를 원했던 부부를 위해 세면대가 욕실 밖으로 나왔다. 욕실의 크기를 줄여서 드레스 룸의 영역을 확장하고 한쪽 면에 건식 세면대를 배치한 것. 쾌적한 드레스 룸과 아늑한 욕실까지 개성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3 베란다를 확장하고 기둥을 추가한 부분. 노트북을 사용하고 수납하는 공간이다.  4 월풀 욕조를 매립하고 간접조명을 배치한 무드 있는 욕실. /사진=김덕창

 

평면도

 

 

연령대별 맞춤형 아이방 인테리어

1 몰샵의 책상 세트와 기존에 사용하던 가가홈앤차일드 침대가 놓인 둘째 아이의 방. /사진=김덕창
2 세 아이의 방엔 공통적으로 전면 붙박이장을 시공하고, 천장형 에어컨은 단 차를 두어 매립했다. 모듈형 수납장 겸 책상은 USM, 침대는 스페이스로직에서 구매. /사진=김덕창
3 입시를 준비하는 큰아이를 위해 자세 교정에 도움을 주는 바리에르 의자, 선반형 책장을 스타일링했다. /사진=김덕창
4 세면대를 넓게 쓰기 위해 구조 변경을 한 욕실. 거실 붙박이 장까지 확장해 샤워 부스를 만들고 전면에 세면대를 배치했다. /사진=김덕창

 

새로운 집에 오면서 세 아이는 모두 각자의 방으로 독립했다. 공부방과 침실을 공유하던 자매는 물론 엄마, 아빠와 함께 잠들던 막내까지. 이정화 씨는 아이들 각자에게 맞는 구조를 고민하고 가구를 매칭했다. 중학생이 된 첫째 승지는 아빠와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 많다. 베란다를 확장해 넓게 쓰는 방에 테이블 형식의 책상과 기능성 의자를 놓았다. 핑크색 집을 원했던 둘째 도연이도 고민 끝에 엄마의 스타일을 따르기로 했다고. 그 대신 햇살 좋은 창가에 빨간 장미를 심기로 약속했다. 막내 시현이의 방엔 수납장 겸 책상과 침대, 인형을 놨을 뿐인데 그날로 혼자 잠드는 데 성공했다. 이정화 씨는 혹시나 아이들이 문을 쾅 닫는 시기가 올까 봐 모든 방에 슬라이딩 도어를 달았 다며 웃었는데, 남편 김성인 씨는 가족이 거실과 주방에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어 더욱 화목한 가정이 되었다며 아내를 칭찬했다.

 

 

 

리빙센스 2019년 11월호

https://www.smlounge.co.kr/living

기획 김의미 기자 사진 김덕창 디자인·시공 디자인82(010-5060-1014, @design_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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