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협상 파행 후에도 美 재차 방위비 대폭인상 압박···“부유한 韓, 더 부담해야”
여야 3당 원내대표 ‘초당적 방미 외교行’···美 ‘국익’ 명분 앞세워 설득 작업 난항 전망
유영재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글로벌 호구’ 되지 않으려면 협상 중단·협정 폐기 선언해야”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두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20일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 전투 차량들이 줄지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두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20일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 전투 차량들이 줄지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9일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3차 협상은 시작한 지 1시간 30분 만에 파행되면서 연내 타결 가능성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미국은 내년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작전지원비용, 순환배치비용, 주한미군 인건비, 역외 훈련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 약 50억 달러(한화 약 5조8400억원) 규모로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은 이와 같은 인상 요구는 원칙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고, 공정하고 수용 가능한 범위의 인상 규모가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3차 협상이 중단된 것도 한국과 미국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미 측은 새로운 항목 신설 등을 통해 방위비분담금이 대폭 증액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 측은 지난 28년간 한·미가 합의해 온 SMA 틀 내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고, 제임스 드하트 미국 협상 대표단 수석대표는 “유감스럽게도 한국 협상팀이 내놓은 제안은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을 바라는 우리 측 요청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중단된 가운데 미국은 방위비 인상 압박을 재차 가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3차 협상이 파행된 이후 이와 관련해 “한국은 부유한 나라”라며 “그들은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 15일 방한해서도 “대한민국은 부유한 국가이므로 조금 더 부담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조금 더 부담해야만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주한미군 감축 문제와 관련해 애매한 답변을 하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 카드로 꺼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강경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도 설득작업에 나섰다.

이인영(더불어민주당)·나경원(자유한국당)·오신환(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20일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한국 국회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3박 5일간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이들은 방미 기간 중 미국 상원 찰스 그래슬리 임시의장(공화당), 코리 가드너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 하원의 제임스 클라이번 원내총무(민주당), 엘리엇 엥겔 외교위원장(민주당),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회 간사(공화당), 앤디 김 군사위원회 의원,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 미국 의회‧정부 주요 인사들을 면담할 예정이다.

이 원내대표는 “3당 원내대표가 미국 의회를 방문, 한국 국회 및 정당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한미동맹의 굳건한 정신에 기반해 양국이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협상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의 외교적 노력을 견지하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도 “협상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대한민국의 의견을 전달하겠다. 동맹이 튼튼한 것이 미국 국익에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할 것”이라고 밝혔고, 오 원내대표는 “야당이 아닌 여당 원내대표라는 마음으로 협상과 의회외교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초당적 방미 외교’를 통해 한미 양국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겠다는 구상이지만,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국회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미국 주요 인사들을 설득해보겠다는 것”이라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50억 달러를 언급했고, 미국 협상대표단이 이에 ‘끼워 맞추기’를 한 상황이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미국은 ‘국익’을 명분으로 하고 있는 만큼 미국 의회 인사들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중단하고, 협정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천정배(무소속)·송영길(민주당)·김종대(정의당)·김종훈(민중당) 의원의 공동주최로 20일 국회에서 열린 ‘방위비 분담 6조원 요구? 특별협정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유영재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요구에 굴종해 ‘글로벌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를 거부하고 협상 중단, 협정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연구위원은 “6조원이면 2020년 국방예산(정부안) 약 50조원의 무려 12%에 해당한다”며 “이는 우리 국방예산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서 국방비 폭증을 압박하고 국방비 지출의 심각한 왜곡을 야기해 자주적 국방력 건설을 치명적으로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주한미군 총 주둔비용 통계 조작 의혹, 미집행 잔액(2018년 말 군사건설비 미집행 잔액은 1조8469억원, 군수지원비 미집행 잔액 1804억원), 무기구입비 등을 언급하면서,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과중한 부담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미국이 내민 6조 원 카드를 들고 협상을 벌이는 것은 필패의 길”이라며 “미국이 짜놓은 판을 거부하지 않고서는 방어적이고 수세적인 입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주한미군 순환배치 및 전략자산 전개 중단,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위협을 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순환배치 및 전략자산 전개를 중단하거나 주한미군 일부를 감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존 햄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우리 군대가 그곳에 가 있는 것은 한국에 대한 선물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미국의 위협에 ‘굴복’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천정배, 송영길, 김종대, 김종훈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대응 방안 토론회, 방위비분담 6조원 요구? 특별협정 이대로 관찮은가?'에서 천정배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천정배, 송영길, 김종대, 김종훈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대응 방안 토론회, 방위비분담 6조원 요구? 특별협정 이대로 관찮은가?'에서 천정배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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