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잘한다고 소문난, 젊고 작은 전시 공간들을 찾았다.

① place 소쇼

 

예술을 일상 속으로

미술 전시는 고귀하고 특별한 장소에서 하는 문화생활일까? 소쇼는 이런 의문에서 시작한 전시 공간이다. 독립전시기획자 황아람과 김민경 작가가 뭉쳐 만들었다. 대중은 미술을 어려워하고 그런 이유로 미술 종사자들은 고립된다. 소쇼는 예술과 대중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자처한다. “주거 환경에 미술을 접목한다면 미술 전공자가 아닌 일반 대중에게도 예술이 쉬워질것 같았습니다.” 개인의 사적인 공간에 동시대 미술 작업을 들이기 위해 소쇼는 전시 공간을 쇼룸 형태로 만들었다. 소쇼는 이곳에서 미술을 대중의 일상 속에 조화롭게 풀어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안을 한다. 작가의 작업을 인테리어와 가구 등을 통해 보여주는 프로젝트를 2년 동안 진행했다.

계동에서의 두 번째 발자국

올해 초 황아람은 계동에서 새로운 형태의 소쇼를 열었다. 을지로의 소쇼가 쇼룸이었다면 이곳은 아트 클럽을 목표로 한다. 계동의 소쇼는 전시 유무에 관계없이 개인이 문화생활을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친구를 만나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홀로 들어서서 책을 읽을 수도 있는 공간인 것이다. 소쇼의 지금 목표는 사람들이 이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는 것. 단지 미술 작품만 보고 퇴장하지 않고, 1분이라도 더오래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음악, 베이커리, 음료 등 많은 것들을 세심하게 준비했다. 라운지처럼 구성된 2층에서는 다양한 예술 관련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소쇼가 사랑하는 아티스트

소쇼는 작업 반경을 넓히려는 작가들을 관심 있게 본다. 틀에 갇히지 않고 과감한 시도를 하는, 부딪히며 성장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의 작업을 한영역에 한정짓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아티스트들을 찾는다. 회화 작가가 도자나 다른 영역들의 작가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는 항상 흥미롭다. 소쇼는 전시를 함께 준비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눌수 있는 아티스트를 선호한다. 전시 프로젝트의 기획은 기획자와 작가의 의견이 결합되어 완성되는 것.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작가들에 관심을 갖는 편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6길 32-4 SNS @sosho_club

 

•pick3•

소쇼가 주목하는 로컬 아티스트 셋.

황아람 ‘소쇼’ 대표<br>
황아람 ‘소쇼’ 대표

1 엄유정 엄유정은 그림을 그린다. 그의 작업을 오랫동안 보면서 개인적인 취향이 참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2 임소담 페인팅 작가다. 그러나 페인팅에 다른 장르의 미술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새로 배워서라도 자신의 페인팅에 접목한다. 자신의 작업을 대하는 태도가 무척 멋지다. 최근에는 도자를 배우고 있더라.

3 김성욱 미디어 설치 작가다. 기술을 적극 도입해 새로운 미디어 예술을 창작한다.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가구에 응용하는 작업을 하는 등그만의 독특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② place 공간 사일삼

 

도시 내부순환도로

공간 사일삼의 김윤익, 심혜린은 그들 스스로를 ‘리버 사이드 익스프레스(리사익)’라고 부른다. 도시 내부순환도로는 신호등이 없는 도로다. ‘리사익’은 김윤익과 심혜린 작가가 새로운 생각들을 끊임없이 공유하겠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리사익은 공간 사일삼을 통해 다른 미술가와 함께 새로운 관점을 나눈다. 처음 이곳은 리사익의 작업실이었으나 점차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을 전시하고 발표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작업실과 전시가 공존 하기에 관객들은 앞치마에 페인트를 묻힌채 작업 중인 작가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공장 단지 속의 공간

공간 사일삼은 문래동의 오래된 공장 단지 한가운데 있다. 내비게이션 없이는 찾기 어려운, 의외의 위치에 자리한다. 복층으로 구성된 전체 공간 중 2층으로 오르면 전시장이 펼쳐진다. 곧장 모서리 한편에 툭 불거진 기와지붕이 눈에 든다. “기와지붕을 그대로 살려놓았다는 점이 전시하는 작가들에게 미션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특수한 구조와 환경이 작품의 설치에 영향을 주니까요.” 하지만 공간 사일삼에서 전시를 여는 작가들은이 기와지붕을 오히려 잘 이용한다. 이것을 이용해 예상치 못한 형태나 독특한 볼륨감을 만드는 등 아이디어를 발휘해, 공간이 지닌 결함을 위트 있게 풀어내는 것이다. 공간 사일삼의 전시에서는 공간의 결함과 협소함이 자아낸 의외의 순간들을 목격할 수 있다.

예술을 상자 속에 압축하다

공간 사일삼은 미술 전공자뿐 아니라 비전공자에게도 접근하기 쉬운 곳이 되고 싶었다. ‘팩(Pack)’이라는 생소한 플랫폼을 마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팩은 작품을 압축한 듯 네모난 큐브 안에 넣어 보여주는 전시 플랫폼이다. 모서리 길이가 50cm가량인 투명한 큐브에 작은 조각, 오브제, 피규어 등의 작품을 넣어 전시한다. 큐브는 어떤 작품을 공간 사일삼만의 관점으로 제시하기 위한 도구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게, 예술과 맞닿을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팩은 미술로 연결된 네트워크 안에서만 미술 작품이 알려지는 한계점을 타파하는 공간 사일삼만의 방식이에요.” 공간 사일삼에서는 큐브에 담긴 작품들과 관련된 굿즈도 판매한다.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4가 31-48 SNS @413space

 

•pick3•

공간 사일삼이 주목하는 로컬 아티스트 셋.

김윤익과 심혜린 ‘공간 사일삼’ 대표

1 유로모 유로모는 부서진 파편이나 입체물에 유화 및 아크릴화로 만화 캐릭터를 그리는 작가다. 이미지를 그리는 형식이 독특해 작품을 보면 볼수록 오히려 더 궁금해지는 작가다.

2 쿠마쿠라 료코 쿠마쿠라 료코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다뤄온 도상이나 텍스트를 참조해 이미지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그려왔던 도상들을 시각화한 작품들이 인상 깊다.

3 쿠도 레나 쿠도 레나는 스누피나 세일러문과 같이 익히 알고 있는 캐릭터들을 모티브로 조각 작업을 한다. 캐릭터의 이미지를 변형해 왜곡된 형태의 조각으로 만드는데 그감각이 아주 새롭다.

 

 

 

③ place 샌드위치 apt

 

성수동의 테라스가 있는 갤러리

샌드위치apt는 전시기획자 오지영이 사진가 장덕화와 같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댈러스의 미술관에 간 적이 있어요. 갑자기 작가들이 전시장 한가운데 식탁을 놓고 점심 식사를 하더라고요. 그 광경을본 순간 전시장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매료됐어요. 샌드위치apt도 누구에게나 어렵지 않고 편안한, 딱딱하지 않은 공간이길 바랐습니다.” 옥상 공간에 만든 갤러리이기에 테라스도 함께 있다. 갤러리는 5분 혹은 10분이면 볼수 있을 정도로 작기에, 관객들이 오랜 시간 머무르면서 감상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테라스 공간을 만들었다. 커피 한 잔 들고 테라스에 서면 성수동 골목이 내려다보이고 시원한 바람이 이마를 훑는다.

누구나 열 수 있는 전시

샌드위치apt는 지금껏 총 세 차례의 전시를 진행했는데 모두 성격이 달랐다. 첫 번째는 공사장에서 가져온 유리 파편을 전시하는 이수진 작가와 미디어부터 회화, 사진 등을 다루는 박상호 작가 전시다. 두 번째는 사진가 장덕화와 페인팅을 하는 이건희 작가의 콜라주 전시다. 사진 위에 페인트를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지금은 밥(Bob)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밥은 크레용, 페인트, 스프레이 등 사용하는 재료가 무궁무진하다. 이외에 ‘텀턴’이라는 전시도 진행 중이다. 전시를 철거하고 다음 전시를 기획하는 사이에 짧게 하는 팝업 형식의 전시다. “텀턴 전시는 작가나 작품에 관한 기준점을 두지 않아요. 우리는 연령, 나라, 장르 구분 없이 모든 사람들이 다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샌드위치apt의 텀턴 전에는 누구나 그만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

솔직하고 명백한 취향

샌드위치apt는 작가의 성향이 그대로 녹아든 작품을 좋아한다. “작가의 생김새와 말투, 성향이 드러나는, 솔직하고 명백한 작품들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지금껏 전시했던 모든 작가들의 작품 속에 그들의 일상적인 행동이나 성격이 묻어 있었습니다.” 샌드위치apt는 즉흥적으로 여는 전시도 즐긴다. 보통 갤러리들은 1년 정도 전시를 미리 계획하고 움직인다. 샌드위치apt는 계획보다 2~3개월 앞당겨 열었기 때문에 계획을 세울 틈도 없이 전시를 진행했다. “목표는 한 달에 한 번 전시를 여는 것이에요. 계획 없이 이루기에는 힘든 목표이기 때문에 이제는 계획을 좀세워보려고 합니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길 114 3층 SNS @sandwich_apt

 

•pick3• 

샌드위치apt가 주목하는 로컬 아티스트 셋.

오지영 ‘샌드위치apt’ 대표

1 장덕화 장덕화는 사진작가다. 상업 사진및 패션 사진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지만, 그가 패션이 아닌 다른 것을 찍은 사진에서 배어나는 독특한 느낌을 좋아한다.

2 이건희 이건희는 페인팅을 한다. 장덕화와 협업한 적이 있는데, 사진가와의 협업에서 보여준 페인팅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3 넥페이스 늘 이메일을 보내지만 답장이 오지 않는 아티스트다. 아주 자유롭게 살고 있는 작가인데, 그의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작품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④ place 킵인터치 서울

 

젊은 아티스트들의 시작점

젊은 작가들을 위한 갤러리가 홍대 근처에는 많지만, 안국동에는 드물다.킵인터치 서울은 크고 오래된 갤러리들이 많은 안국동을 여전히 미술을 접하기에 용이한 동네라고 생각한다. 킵인터치 서울은 안국동에도 젊은 아티스트들이 작가로서 첫발을 내딛는 공간이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문을 연 전시장이다. “청년 작가가 모여 그들 커리어의 시작점을 찍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2년 동안 운영하면서 전시했던 작가들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거든요.” 킵인터치 서울은 종종 학부 졸업을 하지 않은 이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열기도 한다. 자신의 스타일을 개척하고자 계속 회화를 연구 중인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비공식적인 소통의 장

“킵인터치 서울이 너무 공식적인 공간은 되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아티스트와 관객이 두루 모여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근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킵인터치 서울은 보통 사람들에게 다소 폐쇄적으로 느껴질 수있는 미술 공간에 개방성을 부여하고자, 청년 작가들과 관객들이 편하게 모여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세미나를 진행하고, 관객이 작품에 대한 감상평을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진다. 열띤 토론을 나누며 미술에 대한 다양한 감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다.

열린 공간

전시 기획은 대개 갤러리가 아티스트를 선택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킵인터치 서울의 전시는 아티스트가 이 공간을 선택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킵인터치 서울은 되도록 유행에 부합하지 않고, 열정적인 아티스트와 손을 잡는다. “열정이 있고 예술에 대한 관심도가큰 작가들과의 작업으로 얻는 영감은 값지니까요. 우리는 세계관이 작품 속에 솔직하게 담겨 있는 전시를 주로 합니다. 작품에 솔직한 감정을 담는 작가들은 기획하는 과정에서도 개방적이기 때문이죠.” 킵인터치 서울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잘 드러낼 줄 알고, 타인의 아이디어에 열려 있는 작가들과 협업할 때더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북촌로1길 13 SNS @keep_in_touch_seoul

 

•pick3•

킵인터치 서울의 주목하는 로컬 아티스트 셋.

샘 로빈슨, 이연경, 이남경 ‘킵인터치 서울’ 대표

1 권세정 권세정 작가와 두 번의 그룹전을 진행하면서 팬이 되었다. 개성 있는 작업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 신민 작품에 아이디어를 직접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며, 자신의 감정이 드러나는 작업을 한다. 동시대적인 캐릭터가 도드라진다.

3 김은진 페인팅 작가다. 작품 속에 여러 가지 역사적인 이야기를 담아낸다. 교육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은, 여러 가지 역사적 의미를 내포한 작품을 만든다.

 

 

 

아레나 2019년 11월호

https://www.smlounge.co.kr/arena

GUEST EDITOR 정소진 PHOTOGRAPHY 최민영, 김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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