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 A사, 제약사 상호와 5~20% 마진 리스트에 기재···업계 “고마진은 싼 가격에 시장에 나온 약” 추정
A사 “회사가 영업사원에 제공한 마진 리스트는 있었다”···“사원 이름 없으면 우리가 만든 것 아냐” 주장

도매상 A사 실명과 전화, 팩스번호, 제약사별 마진이 기재된 리스트. / 사진=시사저널e
도매상 A사 실명과 전화, 팩스번호, 제약사별 마진이 기재된 리스트. / 사진=시사저널e

의약품 도매업소가 전문의약품을 대상으로 불법 백마진을 약국에 제공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혹을 받고 있는 도매는 회사가 영업사원에 제공하는 마진을 기재한 사례는 있지만, 해당 영업사원은 이미 퇴사했고 약국도 잠시 거래한 후 종료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 해당 영업사원 이름이 없는 리스트는 자사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시사저널e는 20일 서울 지역 한 약국을 통해 복수의 도매업소 영업사원으로부터 확보한 리스트를 입수했다. 리스트에는 서울시 소재 도매 A사 실명과 인터넷 사이트, 전화번호, 팩스번호 등이 적시됐다. 인터넷 사이트 주소와 함께 ‘회원가입→전화인증→주문’이라는 문구도 기재됐다.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 의약품을 주문하는 절차를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리스트에는 ‘전일 주문하시면 다음날 택배로 배송됩니다’라는 내용도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제약사나 도매업소가 약국에 전문약을 납품할 경우 해당 의약품에 대한 마진을 약사에게 제공할 수 없다. 대신 약국 약사는 전문약을 환자들에게 판매하면서 조제료를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에서 받게 된다. 반면 일반의약품은 제약사나 도매가 약사에 마진을 제공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의약분업 이후 경쟁이 심화되자 일부 제약사나 도매가 약국 약사에게 전문약 마진을 일부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를 속칭 ‘백마진’으로 부른다. 백마진은 정부가 규정한 경제적 이익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리베이트다. 

통상 일부 제약사나 도매가 약국에 백마진을 제공하는 방법과 영업은 여러 종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중 과거에 일부 있었지만, 최근에는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것이 리스트 영업이다. 리스트 영업이란 제약사나 도매 영업사원이 약국을 방문해 전문약 제조 제약사와 품목, 구체적 마진 수치가 기재된 리스트를 전달하는 영업 형태를 지칭한다. 수령한 약국은 리스트를 보고 필요한 의약품을 주문할 수 있다. 

이번에 확보한 문건은 바로 약국 전문약 리스트라는 것이 제보자들의 주장이다. 해당 리스트에는 국내 41개 제약사(중복 제외)와 숫자가 기재됐다. ‘외자사 전 품목’은 4라고 적시됐고, ‘기타 국내 전 제약사 가능’이란 내용도 포함됐다. 

리스트에 나온 최고 숫자는 20이었다. 최하 숫자는 5였다. 업계 관행대로 최하 5%에서 최고 20% 마진으로 볼 수 있다. 20%에 해당되는 제약사는 넥스팜코리아와 한국넬슨제약, 성원애드콕제약, 태극제약, 한국유니온제약, 한국코러스제약 등이다. 반면 유한양행과 종근당, 동아제약, 대웅제약, JW중외제약, 일동제약, CJ헬스케어 등 상위권 제약사들은 5~7%에 해당됐다.

복수의 도매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고마진의 경우는 해당 제약사 의도에 관계없이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시장에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상위권 제약사 품목은 제한된 가격으로 시장에 나온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스트를 제보한 복수의 영업사원은 “A사 사원이 약국을 방문해 리스트에 나온 수치대로 마진을 제공하겠다고 말한 후 리스트를 두고 갔다고 약사가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A사는 제보자들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우선 리스트는 영업사원 요구로 작성한 문건이며, A사가 영업사원에게 제공하는 제약사별 마진을 정리한 문서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제보자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약국 백마진은 절대 아니라는 해명이다.

A사 관계자는 “영업사원이 도매에 요구해 마진 문서를 만들어 준 경우가 3년 전에 이어 최근 있긴 했다”면서도 “해당 영업사원이 약국을 방문해 자신이 받는 마진이라며 공개했고, 약사 요청을 받아 약국에 놓고 간 것으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영업사원이 신규로 개설한 약국과 한 달 여간 거래가 있었지만, 무리한 조건을 요구해 거래를 정리했고 사원도 지난달 말 퇴사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도매가 만들어준 마진 문서에는 해당 영업사원 이름이 기재돼 있기 때문에 이름이 없는 리스트는 A사가 제작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리스트에 영업사원 이름이 없다면 우리 업소와 경쟁하는 다른 도매가 만든 문건으로 추정된다”면서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고 있지만 회사가 만든 리스트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A사와 제보자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백마진 리스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문건을 수령한 약사는 함부로 의약품을 주문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앞서 언급대로 약국 전문약 백마진은 리베이트다. 현재 정부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제약사나 도매, 받는 의사나 의료기관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행하고 있다. 즉, 전문약에 대한 제약사나 도매의 마진 제공을 금지한 상황에서 약사가 백마진을 수령했다가 자칫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도매업계도 이미 사라진 것으로 인식됐던 리스트 영업이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달갑지 않은 기색이다. 최근 최고 25% 백마진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우편물을 일부 약사들이 수령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도매의 리스트 영업은 반박이 힘든 증거가 남는다는 차원에서 매우 위험한 행위”라며 “경쟁이 가열되는 등 약국영업이 어려운 것은 이해가 가지만 제약사나 도매, 약사 모두 조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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