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자르트·스타일난다, 글로벌 화장품기업에 M&A···해외 자본 투자 유치 따라 '유니콘' 등극도
전문가 "해외 인프라 안정적으로 뚫기 위한 하나의 방안일 듯"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뷰티시장은 포화 상태다. 온라인 유통시장이 활발해지면서 뷰티 제품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뷰티 스타트업들은 해외 자본에게 매력적인 존재다. 지난해부터 외국계 기업과 투자자의 국내 뷰티 스타트업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는 늘어나고 있다. 닥터자르트, 스타일난다, AHC가 대표적이다. 그에 따라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 자본을 기반으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기업 에스티로더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 ‘닥터자르트’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해브앤비를 인수했다. 에스티로더는 지난 2015년에 닥터자르트에 소액 투자하기도 했다. 에스티로더가 아시아 뷰티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브앤비는 지난 2004년 설립돼 2005년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자르트’를 론칭했다. 현재 37여 개 지역에 진출해 있고, 지난해 기준 매출액 4898억원을 기록했다. 해브앤비 기업가치는 현재 17억 달러(악1조9000억원)이다. 에스티로더 측은 닥터자르트를 인수하면서 북미, 영국,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더 넓은 소비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계 글로벌 기업의 국내 뷰티 스타트업 인수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앞서 프랑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은 국내 패션 스타트업 ‘스타일난다’를 6000억원 규모로 인수했다. 스타일난다는 ‘쓰리컨셉아이즈’로 중화권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바셀린으로 유명한 글로벌 화장품기업 ‘유니레버’는 국내 화장품 AHC 운영사 ‘카버코리아를 약3조565억원에 인수했다.

해외 자본의 관심은 투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유니콘 기업 9개 중 2개는 뷰티 스타트업이다. 지피클럽과 엘엔피(L&P)코스메틱이다. 이 두 스타트업 모두 해외 자본을 유치해 몸집을 키웠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꿀광마스크로 중국에서 큰 매출을 기록한 ‘지피클럽’의 지분을 6700만 달러(약 750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이 투자로 지피클럽은 기업가치 1조5000억원을 인정받게 됐다. 먼저 유니콘 반열에 오른 엘엔피코스메틱도 중국 랑시그룹, 대만계 사모펀드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엘엔피코스메틱은 방탄소년단이 광고한 ‘메디힐’ 운영사다.

스타트업업계에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개인 사업자 등이 뷰티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여전히 동남아와 중화권 지역에서 국내 뷰티 스타트업들이 강세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는 온라인쇼핑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전도 한몫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화장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7월 기준 6조원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뷰티산업은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창업 기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사무실 없이 온라인 플랫폼으로만 화장품·옷 등 뷰티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 사실 단순하게 보면 시장은 포화 상태”라며 “하지만 내수 시장 외에도 중화권이나 동남아 시장에서는 여전히 국내 뷰티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어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뷰티 스타트업들이 해외 자본을 기반으로 판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M&A나 지분투자 등으로 인프라를 뚫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김애선 KCERN(창조경제연구회) 책임연구원은 “국내 뷰티 스타트업들은 자체적인 제품 역량을 갖추고 있다. 화장품 기술력 등이 세계 시장에서 검증됐다”며 “그러나 내수 시장만 공략하기엔 한계가 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뚫기는 어렵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판로 개척, 인프라 확보, 마케팅 단계가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스타트업들이 자체적으로 연구개발(R&D)한 제품들을 유통하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해외 자본에서 찾은 것 같다. 닥터자르트가 이번 M&A를 결정한 배경에도 새로운 인프라 구축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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