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어 정치권까지 반발···규제 일변도 DLF 대책에 ‘후폭풍’ 지속
금융정책
은행권 이어 정치권까지 반발···규제 일변도 DLF 대책에 ‘후폭풍’ 지속
  • 이기욱 기자(gwlee@sisajournal-e.com)
  • 승인 2019.11.1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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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금지’ 고강도 규제에 은행권 “비이자이익 확대 유도 정책과 반대” 지적
정무위 여야 의원, 은행권 경쟁력 악화 우려···“초가삼간 태우면 안 돼”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의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대책 발표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은행의 사모펀드 상품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자 은행산업 전체의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은행권에서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최근에는 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까지 질타를 가하고 있어 논란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 의원들은 물론 여당 역시 금융당국을 비판하며 대책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저금리 기조, 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권 수익성 악화···DLF 대책 시행 시 비이자이익도 위험

지난 14일 금융당국은 DLF 사태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 내용은 고위험 사모펀드와 신탁에 대한 은행 판매를 제한하는 것이다.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을 20% 이상 잃을 수 있는 상품, 이른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되는 금융투자상품들은 은행 창구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된다. DLF를 비롯해 주가연계펀드(ELF), 파생결합증권신탁(DLT), 주가연계신탁(ELT)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은행이 해당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공모 형태를 갖추거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기준 적용을 받지 않도록 상품 설계 구조를 바꿔야 한다.

대책이 발표되자 은행권에서는 산업 경쟁력 악화에 대한 우려들이 다수 제기됐다. 초저금리 기조와 오랜 대출 규제로 인해 순이자마진(NIM)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가운데 이번 대책으로 비이자이익도 줄어들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를 기준으로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은행의 NIM은 각각 1.53%, 1.67%, 1.47%, 1.40%로 각각 지난 분기보다 0.05%포인트, 0.03%포인트, 0.06%포인트, 0.09%포인트 하락했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3곳의 은행은 올 들어 꾸준히 NIM이 내려가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제한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오랜 기간 강화하고 비이자이익 확대를 유도했다”며 “모든 은행들이 비이자이익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상품 판매가 제한되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겜블(도박), 제로섬 게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결국 해당 게임에서 승자 입장에 서기 위해서는 금융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만 규제한다고 피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외국 금융사와의 경쟁에서 이겨 수익을 거둬야 하는데 이런 식의 규제는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방향”이라며 “일괄적인 규제가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는 금융사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은행업권을 대표하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역시 금융당국의 대책에 대해 “일부 불완전판매 문제가 전체 은행권의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한으로 확대된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사모펀드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8월말 기준 파생결합펀드와 신탁의 은행 판매 잔액은 총 49조8000억원이다. 6월말 기준 국내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모가 116조5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약 40% 이상이 은행에서 판매된 셈이다. 은행 판매 자체가 막히면 사모펀드 판매도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긍정적 요소도 감소될 위험이 있다. 은행을 떠난 투자자들이 증권사가 아닌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여야 한목소리로 ‘하향 평준화’ 우려···은성수 “당국이 해야 할 일 고민할 것”

금융권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이번 대책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은성수 금융위원장에 대한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책 발표 전에도 어떤 은행은 해당 상품 판매를 미리 중단시켰고 금리 하락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한 상품을 팔아서 투자자에게 이익을 안겨준 곳도 있다”며 “판매 자체를 규제하면 잘하고 있는 은행도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해서 어떻게 은행의 경쟁력이 생기겠느냐”며 “잘하는 회사는 격려해서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김병욱 의원 역시 “금융당국 책임도 큰데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 없이 책임을 은행에 너무 떠넘기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인 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규제하면 모든 금융사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원금 손실 20% 이하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러면 (은행권의) 하향 평준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도 “DLF 대책이 현실화되면 과연 사모펀드에 투자하려는 노력이 일어날지 의문”이라며 “과거에 정부는 전문 운용사가 증가함에 따라 금융 혁신이 이뤄지고 일자리도 늘어난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여당은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이원국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다들 아시다시피 시중에 부동자금이 1100조인데 이 자금을 어떻게 건전한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일지가 굉장히 중요한 정책적 목표”라며 “DLF 불완전판매로 인한 금융소비자 문제는 전체 시장의 문제로 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별 은행의 문제일 뿐 이것을 일반화시켜서 자본시장 전체를 위축시키는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정책으로 가는 것은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며 “‘빈대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말이 있는데 잘못된 DLF 상품 판매를 잡기 위해 자본시장 전체를 위축시키는 정책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회에서 이런 지적들이 나온 것과 관련해 은 위원장은 “감독당국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질책을 따끔하게 받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은행들의) 하향 평준화 지적에 대해서는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모든 부분이 상향 평준화될 수 있도록 감독당국이 해야 할 일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금융투자부
이기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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