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적격심사에 또 발목 잡힌 카뱅
카카오페이, 증권업·보험업 등 금융업 전반으로 사업 다각화 시도
‘쉬운 은행’ 카뱅·‘생활금융’ 카카오페이로 ‘투트랙 전략’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카카오페이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분 정리 등으로 기업공개(IPO)에 차질을 빚고 있는 카카오뱅크와는 달리 증권업·보험업 등 금융권 전반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어 카카오페이가 카카오의 핵심 금융 계열사로 떠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또 발목 잡혀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일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서울 사무소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IPO보다 대주주 변경 이슈가 마무리되는 게 먼저”라며 “시장에 적합한 모습으로 평가받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해 현재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한투지주)의 카카오뱅크 지분 29%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밸류운용)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 승인에 따라 한투지주의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 조정안이 통과되면 한투지주에 5%-1주를 남기고, 밸류운용이 29%, 카카오가 지분 3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카카오는 지난 7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한 이후 6개월 이내인 내년 1월 23일까지 카카오뱅크의 주식을 취득해야 한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이번엔 밸류운용의 모회사인 한국투자증권(한투증권) 쪽 문제다. 한국투자증권이 담합 혐의로 벌금형을 받으면서 한도 초과(10%) 보유 주주의 자격을 상실하면서다.

한투지주는 당초 주력 계열사인 한투증권에 나머지 지분을 넘기려 했지만, 한투증권이 지난 2017년 채권 금리 담합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벌금형을 확정받으면서 향후 5년간 인터넷은행의 한도 초과 주주가 될 수 없게 됐다. 이에 한투지주는 한투증권 대신 밸류운용을 선택하고 5%의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손자회사에 넘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만 여전히 논란거리가 남아 있어 적격성 심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투지주의 지분을 넘겨받기로 한 밸류운용이 결국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한투증권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규제를 피하려 손자회사에 지분을 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전환 과정에서 차질이 생기면서 자본 확충 계획에도 걸림돌이 생겼다.

카카오뱅크는 당초 2020년 전후로 IPO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분 정리가 늦어지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본 확충 일정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업계에선 내년 IPO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일 금융위가 한투증권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문제 삼아 지분 정리를 승인하지 않는다면 1월까지 카카오가 카뱅의 주식을 취득하기 어려워진다”며 “카카오뱅크의 IPO를 위해선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등극하고 그에 따른 자본 확충이 발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데 주식 취득에 차질이 생긴다면 내년 상장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거래액 추이/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카카오페이 거래액 추이/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카카오페이, ‘생활금융’으로 금융권 영토 확장

반면 카카오의 또 다른 금융 계열사인 카카오페이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순항하고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카카오페이의 거래액은 22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20조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3분기에도 12조90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하면서 4분기 전에 이미 누적거래액이 30조원을 넘겼다. 3분기 기준 카카오페이의 누적 가입자 수는 3000만명으로 이 중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는 19000만명에 달한다.

지분 인수도 순탄하게 진행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0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약 4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올 4월 금융위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카카오페이 측은 바로투자증권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는 대로 카카오 플랫폼의 특성을 살린 디지털 투자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밖에도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와 손을 잡고 디지털 종합손보사를 추진하는 등 금융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또한 최근 오픈뱅킹 서비스 출시로 현재의 간편결제 사업자에서 향후 종합지급결제업자로 거듭날 가능성까지 열렸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를 중심으로 금융업을 이끌던 카카오의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각기 다른 지향점으로 금융업을 끌고 가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예금이나 대출 등 일반적인 은행의 기능에 ICT 기술을 접목해 좀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쉬운 은행’을 지향한다면, 카카오페이는 결제·송금 서비스를 기반으로 투자, 보험, 청구서 납부 등 소비자 생활 편의에 초점을 맞춘 ‘생활금융’을 지향한다”며 “각기 다른 전략으로 금융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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