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일수 11일간 사전계약 3만2179대···내년 말까지 11만대 판매 목표
‘현대차 대표 세단’ 걸맞는 정숙성과 첨단 사양···‘파라메트릭 쥬얼’로 확 바뀐 전면부, 넓고 낮은 차체로 안정감 구현 스티어링
가벼운 스티어링 휠은 호불호 갈릴듯···3294만~4489만원

“어머 차보쇼, 성공한겨? 어찌 이리 좋은 차가 있어.”

개인방송 BJ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아들을 구박하던 어머니가 아들이 타고 온 그랜저를 보곤 이내 웃으며 이 같이 말한다.

현대자동차의 ‘더 뉴 그랜저’ 출시 행사 막을 연 동영상 두 편 가운데 한 편의 내용이다.

과거에도 현대차는 그랜저 CF에 ‘성공’ 이미지를 입혔다. 2009년엔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현대차는 더 뉴 그랜저를 통해 ‘그랜저=성공’이라는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성공의 대상을 한층 더 넓혔다.

더 뉴 그랜저는 현대차가 3년 만에 선보이는 6세대 그랜저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지난 4일 첫날 사전계약 대수 1만7294대로 역대 최다 사전계약 기록을 경신했다. 이후 지난 18일까지 영업일수 기준 11일간 진행된 사전계약에서 3만2179대의 계약을 달성했다. 현대차는 내년 말까지 11만대 판매를 목표하고 있다.

이상엽 전무가 더 뉴 그랜저 디자인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창원
이상엽 디자인센터장(전무)이 더 뉴 그랜저 디자인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최창원

이날 행사는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진행됐다. 방송인 김풍이 더 뉴 그랜저 소개를 맡았다. 출시 행사 등에서 임원이 첫 차량 소개를 진행하는 것과는 상반됐다. 이어서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전무, 윤성훈 현대차 대형총괄 1PM 상무 등이 디자인과 상품성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출시 행사에 이어 곧바로 시승 행사가 진행됐다. 더 뉴 그랜저 시승은 출시행사가 이뤄진 고양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남양주에 위치한 오로라베이커리카페를 왕복하는 약 112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자유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거치며 도심 주행 및 가속감을 다양하게 느껴볼 수 있었다.

차량 탑승 전 외관 디자인을 먼저 살폈다. 그랜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미지는 대부분 비슷하다. 앞서 출시된 그랜저IG 등을 통해 이미지가 다소 젊게 변했다곤 하지만 여전히 ‘4050, 사장님 차, 부모님 차’ 등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더 뉴 그랜저는 앞선 그랜저들과 이미지가 사뭇 다르다. ‘40대의 차’라기 보단 ‘세련됐다’는 느낌이 강하다. 윤성훈 상무는 “그랜저는 성공의 상징이다. 과거 성공의 기준이 부와 명예였다면, 2020년을 바라보며 재해석한 성공의 상징은 다양한 분야에서 스스로의 성공을 쟁취하는 것”이라면서 “성공을 재정의한, 새로운 타깃층을 위해 변화를 택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더 뉴 그랜저의 이미지 변화는 전면부 디자인이 이끌었다. 더 뉴 그랜저 전면부엔 르 필 루즈(Le Fil Rouge)가 선보였던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LED 헤드램프가 일체형으로 적용됐다. 또 하나 재밌는 점은 주간주행등으로 탑재된 ‘히든 라이팅 램프’다. 해당 램프는 시동이 꺼져 있을 땐 그릴의 일부이지만, 시동을 켜 점등하면 차량 전면부 양쪽에 빛이 떠도는 모습을 구현한다.

더 뉴 그랜저의 전면부 모습. /사진=최창원
더 뉴 그랜저의 전면부 모습. / 사진=최창원 기자

전면부와 달리 후면부는 기존 그랜저의 이미지와 비슷하다. 다만 리어램프가 이전보다 얇고 길어졌다. 덕분에 차량을 바라보면 실제 제원보다 와이드하고 차체가 낮아 보여 안정감 있는 이미지를 구현했다. 더 뉴 그랜저의 제원은 전장이 4990㎜으로 기존보다 60㎜ 늘어났다. 휠베이스와 전폭은 기존 대비 40㎜, 10㎜ 늘어난 2885㎜, 1875㎜ 수준이다.

외관을 살펴본 뒤 내부를 살펴봤다. 현대차는 프리뷰 행사 때부터 변화한 인테리어를 강조했다. 이상엽 전무는 이날 행사에서 “좋은 공간엔 좋은 의도가 있다. 사람을 고려한, 사람을 배려한 실내 공간을 만들었다”면서 “보편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개인의 만족감과 신념을 유지할 수 있는 인테리어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운전석에 앉자 12.3인치 클러스터와 심리스 형태의 내비게이션이 눈에 띄었다. 더 뉴 그랜저는 호불호가 갈리던 기존 아날로그 시계의 자리를 커다란 디스플레이로 메웠다.

디스플레이 아래 위치한 온도 조절 버튼은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로 정리됐다. 기어봉도 버튼식으로 바뀌었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도 적용됐는데, 바닥에 평평하게 놓고 충전하는 방식이 아닌 비스듬하게 집어넣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휴대폰 화면이 크다면, 주행 중에도 화면 일부를 볼 수 있다.

디자인과 달리 주행 능력은 ‘세단’의 느낌을 한껏 살렸다. 특히 주행을 돕기 위해 확대 적용된 운전 보조 기능들이 마음에 들었다. 더 뉴 그랜저엔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까지 확대 적용된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차량 후진 시 후방 장애물을 감지해주는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PCA)’ ▲운전자가 방향 지시등을 켜면 후측방 영상을 클러스터에 표시해 안전한 주행을 도와주는 ‘후측방 모니터(BVM)’ ▲정차 후 후측방 접근 차량을 감지하면 뒷좌석의 문을 잠그고 경고해주는 ‘안전 하차 보조(SEA)’ ▲스마트키를 이용해 차량을 앞, 뒤로 움직일 수 있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RSPA)’ 등이 적용됐다.

정숙성과 가속감도 무난했다. 시속 120km를 넘나드는 속도에서도 주행감은 부드러웠고, 풍절음 등 외부소음의 유입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더 뉴 그랜저는 ▲2.5 가솔린 ▲3.3 가솔린 ▲2.4 하이브리드 ▲3.0 LPi 등 총 네 가지 엔진 라인업으로 동시에 출시된다. 이날 기자가 탑승한 차량은 3.3 가솔린 모델이었다.

3.3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290마력, 최대토크 350.kgf·m의 구동 성능을 구현한다. 여기에 R-MDPS(랙 구동형 파워스티어링)이 적용돼 고속 주행 시 조향 응답성을 강화했다.

더 뉴 그랜저의 후면부 모습. /사진 제공=현대차
더 뉴 그랜저의 후면부. / 사진=현대차

다만 육중한 덩치에 비해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스티어링 휠은 호불호가 갈릴듯 하다. 더 뉴 그랜저 3.3 가솔린 모델의 공차 중량은 1660~1670kg로 K7 3.0 가솔린 모델(1645kg)보다 중량이 많이 나간다.

연비는 목적지를 향할 때와, 돌아올 때 큰 차이가 있었다. 같은 길을 오갔음에도 목적지를 향할 땐 9.4km/ℓ의 연비를 보였고 돌아올 땐 10.6km/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목적지를 향할 땐 스포츠 모드로 주행했고, 돌아올 땐 컴포트 모드를 이용했다. 더 뉴 그랜저의 공인 복합연비는 18인치 3.3가솔린 엔진 기준 9.7km/ℓ이다.

판매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2.5 가솔린 3294만~4108만원 ▲3.3 가솔린 3578만~4349만원 ▲2.4 하이브리드 3669만~4489만원 ▲일반 판매용 3.0 LPi 3328만~3716만원으로 확정됐다.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모델의 트림 별 차량 가격은 ▲프리미엄 3294만~3669만원 ▲익스클루시브 3681만~4012만원 ▲캘리그래피 4108만~4489만원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세제 혜택이 적용된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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