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아 국산 장비 쓰던 시대 지나가"

19일 서울 한양대서 개최된 ' /사진=윤시지 기자
19일 서울 한양대서 개최된 '반도체·디스플레이 스마트공정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혁신 기술' 학술대회서 윤석희 SK하이닉스 장비부품 팀장이 주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윤시지 기자

“예전엔 국산 반도체 장비가 가성비가 좋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급망에 진입했다. 문제는 D램 공정에 극자외선(EUV)까지 도입할 정도로 공정이 고도화된 시점에선 가격 경쟁력 보다 기술력이 더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윤석희 SK하이닉스 장비·부품팀장은 19일 서울 한양대서 개최된 '반도체·디스플레이 스마트공정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혁신 기술' 학술대회서 “공정이 고도화될수록 쓸 수 있는 국산장비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소자 기술력이 강해질수록 국내 반도체 장비 경쟁력은 약화된다는 지적이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가 다시 위기다.

일본의 무역 규제에도 국내 반도체 장비와 소재 국산화율은 답보 상태다. 반도체장비재료산업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소재산업 국산화율은 장비산업 18.3%, 소재 50.7%에 그친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반도체 장비기업 10위권에 삼성전자 협력사 세메스를 제외하곤 국내 업체는 이름을 올리지 못 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반도체 주요 공정 중 국내 기술 수준은 평균 66%,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 국산화 비율은 평균 47%로 집계됐다. 특히 반도체 노광 공정에 있어 국내 기술 수준은 10%, 부품 국산화 비율은 0% 수준으로 사실상 외산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다만 반도체 공정 난이도가 점차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외산 장비를 들여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소자 업체의 입장이다.

윤 팀장은 “결국 외산 장비를 우리 돈으로 계속 가격대를 높여가면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지금은 이 같은 고민과 함께 투자가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생태계 최적화를 위해 국내 기업, 정부, 학계 등 3개 집단이 협력이 필수란 지적이다. 국내 후방 업계도 자생적 기술력과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등 경쟁력을 갖춰야 하지만 소자 기업도 상생 연합체 등 국내 생태계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자 업체 지원 방안으로는 후방 업계와의 공동 개발, 교육 및 기술 지원, 컨설팅, 펀딩 등과 분석 공유 인프라 확대가 거론됐다.

윤 팀장은 "갈수록 측정 장비가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영세한 부품업체는 이용이 어렵다"면서 "인프라를 공유함으로써 개발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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