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중소기업에게 주52시간제 처벌 미루고 특별연장근로 허용”···중소기업계 “한숨 돌렸지만 탄력근로제 입법은 시급”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정부가 내년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에게 법정노동시간 위반 처벌을 유예하는 기간을 부여하고,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완화한다. 중소기업계는 한숨 돌렸다는 입장이면서도 주52시간제 계도 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고 탄력근로제 등을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18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주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 대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탄력근로제 개선 등 입법이 안 될 경우 주52시간제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가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중소기업이 주52시간제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전체 50~299인 기업에 충분한 계도 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구체적인 계도 기간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대기업에게 부여했던 계도 기간보다는 긴 시간이 주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주52시간제를 적용한 300인 이상 기업에게 계도 기간 6개월을 부여한 바 있다.

근로시간을 주52시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도 폭넓게 적용된다. 이 장관은 "시행규칙 개정으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최대한 확대하겠다"며 "현재 시행규칙에서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발생 시에만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허용하고 있으나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 대해서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인가 사유를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본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르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는 내년 1월부터, 5인 이상~50인 미만인 사업장에는 내년 7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돼야 한다. 그러나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들은 주52시간제가 도입될 경우 경영에 큰 애로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계는 특히 대기업·중견기업보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업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주52시간제를 도입할 경우 경영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50인 이상~300인 미만 중소기업 51.7%는 “연말까지 주52시간제를 도입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불규칙적인 업무 발생과 설비 작동 중단 불가, 숙련 인력 대체 어려움 등이 이유로 거론됐다.

중소기업중앙회·한국여성경제인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 등 14개 중소기업 단체는 지난 13일 주52시간제 시행 시기를 유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소기업 단체들은 주52시간제 시행을 1년 이상 유예하고 산업별 특성을 검토해 추가로 탄력·선택근로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중소기업계는 이날 노동부가 주52시간제 계도 기간 연장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한숨 돌렸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만성적인 인력난과 납품 기업이 많은 특성 탓에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 국회 통과도 함께 촉구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계도 기간 부여, 특별연장근로 제도 개편 등 정부 대책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일정 부분 반영한 것"이라며 "계도 기간이 시행 유예와 같은 효과를 가져오고 근로감독 등 부담이 면제된다면 그나마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틔워 주는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중기중앙회는 “특별연장근로제도를 보완한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하지만 인가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등 요건과 절차를 대폭 완화하는 명시적인 조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주52시간 계도 기간을 부여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소기업계가 요청한 1년 이상 시행 유예는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올해 안에 미진한 부분은 국회에서 실효성 있는 보완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탄력근로제도 단위 기간 6개월 확대가 이뤄져야 하며, 선택근로제 역시 정산 기간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의 대표는 “주52시간제가 당장 내년부터 도입된다고 하지만 제조업 공장 같은 경우 납품 기간 등으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당장 6개월 계도 기간이 생겨 다행”이라며 “6개월 후에는 또 막막하다. 정부나 국회에서 기업 규모나 산업에 맞는 보완책을 또다시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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