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이커머스 알리바바, 차이냐오 스마트 물류센터 통해 배송 속도 높여···12억개 배송도 거뜬
향후 이커머스 성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최저가 아니라 ‘차별화한 기술’이 결정

알리바바 차이냐오 물류센터에서 AI 운송 로봇이 상품을 싣고 내부를 이동하고 있다. /사진=알리바바그룹 유튜브 영상 갈무리
알리바바 차이냐오 물류센터에서 AI 운송 로봇이 상품을 싣고 내부를 이동하고 있다. / 사진=알리바바그룹 유튜브 영상 갈무리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올해 광군제(11월11일) 숙제는 바로 배송일을 지난해보다 앞당기는 것이었다. 이에 스마트 물류센터를 새로 오픈한 알리바바는 AI(인공지능)가 접목된 1000대의 무인 운반 로봇을 투입해 물류 서비스 고도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광군제의 핵심 가치인 '최저가'에 '신속한 배송'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향후 이커머스 전쟁의 초점이 가격보다는 기술에 맞춰질 것임을 예고한다.

알리바바의 물류계열사 차이냐오(Cainiao)의 새 물류센터 개설은 그야말로 시기 적절한 선택이었다. 올해 광군제에서도 최대 거래액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광군제가 열리는 11월11일 24시간 동안 타오바오, 티몰, 티몰 글로벌, 알리 익스프레스 등 자사의 복수 플랫폼에서 총 2684억 위안(약 44조6200억원)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로써 알리바바가 배송해야 할 상품은 12억9000만개를 기록했다. ‘배송대란’이 현실화한 것이다. 

중국 우시(Wuxi)에 위치한 차이냐오 스마트 물류센터는 지난 10월부터 가동을 시작했으며, 광군제인 11월11일에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알리바바는 쿠팡과 달리 직매입한 물건을 판매하지 않는다. 셀러(판매자)에게 자신들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다. 대신 각 셀러의 배송은 회사의 물류회사인 차이냐오에서 책임지고 있다. 차이냐오 물류센터가 광군제 배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배경이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차이냐오의 우시 스마트 물류센터에는 약 1000대의 AI 기술 기반 로봇이 돌아다니게 된다. 이들 로봇은 이전 모델보다 효율성이 약 60% 높으며 제품 배송 시간을 약 30% 줄일 수 있다. 로봇청소기와 닮은 운송 로봇의 경우 한번에 500kg까지 들 수 있다. 1000대가 동시에 움직이는 만큼 서로 통신을 해 길을 비켜준다. 360도 턴도 자유자재로 하고, 임무를 마치면 알아서 제자리로 돌아가 다음 주문을 기다린다. 

그뿐만 아니라 차이냐오는 패키지 배송 및 픽업을 위한 자율 운송 차량도 배치했다. 

외신(Parcel And Postal Technology)에 따르면, 벤 왕(Ben Wang) 차이냐오 부회장은 "물류회사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소비자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면서 "5년 전에는 1억개 이상의 택배를 배송하는 데 9일이 걸렸다면, 이는 지난해 3일(2.8일)까지 줄어들었다. 올해에는 기술을 더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온라인몰도 결국 '기술'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광군제와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는 국내 11월 할인 행사에 맞춰 국내 이커머스업체들은 어떻게 '택배대란'을 준비했을까. 

18일 G마켓·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진행한 연중 최대 할인 행사 빅스마일데이에서 '스마일배송' 거래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130% 늘어났다. 이는 평상시 일 평균 대비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스마일배송은 각기 다른 셀러의 물품을 합배송하는 3PL(제3자 물류) 시스템이다. 국내 대다수 이커머스업체는 물류센터를 갖고 있지 않아 이들 이커머스에 입점한 셀러들은 각자가 '알아서' 대한통운·롯데택배 등 3PL 업체를 통해 물건을 발송해야 하는 반면, 이 스마일배송은 셀러가 알아서 해 온 일을 이커머스업체가 대신 해주는 서비스다. 알리바바 챠이나오 물류센터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다. 셀러는 물류센터나 택배회사를 별도로 구하지 않아도 돼 좋고, 물건을 받아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문한 물건이 한 박스에 담겨 오니 편리하다. 

현재 스마일배송이 진행되는 곳은 바로 동탄 물류센터. 가오픈 상태인 동탄 물류센터에는 2015년 스마일배송에 최적화해 개발된 물류관리 시스템인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가 적용됐다.  WMS는 판매 상품의 입-출고, 재고 현황을 손쉽게 파악해 물류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베이코리아는 "AI 기술을 활용해 앞으로도 꾸준히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피킹(물건을 집어 박스에 담는 과정), 라벨링, 테이핑까지의 과정 중 상당 부분은 자동화된 바 있다. 

아직까진 이 같은 '스마트 물류센터'가 모두에게 갖춰져 있지는 않다. 별도의 물류센터를 갖고 있지 않은 대다수 국내 이커머스에서 발생하는 주문은 여전히 플랫폼에 입점한 셀러가 처리하고 있다. 한 이커머스업체 관계자는 "11월 행사에서는 이전보다 참여 셀러가 많아진다. 그들이 각자의 주문을 처리하는 방식"이라면서 "알리바바와는 판매 방식이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광군제 때 발생하는 택배대란이 국내에서는 특별히 발생하지 않는 이유다. 이는 이커머스업체들이 현재 '초저가 행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다만 앞으로 이커머스의 경쟁력이 가격에서 기술로 옮겨 갈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마진률만 낮추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최저가보다, 오랜 R&D(연구개발)를 기반으로 한 기술 고도화만이 차별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알리바바만 봐도 배송뿐 아니라, 구매 과정에도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이번 광군제 때 소비자의 상품 픽업을 위해 스마트 물품 보관함에 안면인식 기술도 적용했다. 또 차이냐오는 10만명에 달하는 티몰 판매업자(셀러)가 스마트폰을 통해 간편하게 공급 체인을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판매와 배송 전반의 편의성 및 효율성을 높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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