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15일 임원추천위원회 첫 회의···내달 24일 전 후보 선정 예정
전임 은행장 모두 2년 임기 후 교체···책임경영 가치 희석 우려

이대훈 농협은행장/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의 연임 여부가 금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단위 조합을 가진 농협의 특성으로 인해 전임 농협은행장들이 모두 2년 이상의 임기를 수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행장이 역대 최고 실적을 바탕으로 3연임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행장이 사상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할 경우 농협은행뿐만 아니라 농협금융 전반에 걸쳐 성과 중심의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더 나아가 경영 지속성 측면에서 계열사들의 업계 내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이날 임시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주요 자회사 대표이사(CEO)를 선임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올해 CEO 임기가 만료되는 주요 계열사로는 농협은행과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농협캐피탈 등이 있다. 임추위는 4~5번의 회의를 거쳐 내달 24일 전에 최종 후보를 선정할 방침이다.

가장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자리는 농협은행장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3분기 기준 농협금융 전 계열사 순익의 82.31%를 차지할 정도로 그룹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는 이대훈 현 은행장과 최창수 농협금융 부사장, 이창호 농협은행 수석부행장 등이다.

지난 2년 동안의 경영 실적만을 따졌을 때는 이 행장이 3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이 행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17년 농협은행은 65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후 ‘이대훈 체제’에서 이듬해 1조2181억원의 실적을 달성했으며 올 3분기에도 누적 기준 1조1922억원의 역대 최고 순이익을 시현했다. 또한 ‘NH스마트뱅킹 원업(One Up)’과 통합 플랫폼 ‘올원뱅크 3.0’ 등도 잇달아 선보이며 디지털 부문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농협은행장은 다른 시중은행장 자리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모회사인 농협금융 자체가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로 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단위 조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자연히 모든 인사에 지역 안배와 정치 배경 등이 고려된다. 앞선 선임 은행장들이 우수한 실적을 냈는데도 모두 2년씩만 임기를 수행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자료=농협금융지주/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자료=농협금융지주/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대표적으로 이경섭 전 은행장은 취임 첫 해 ‘빅배스’(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 요인을 일시에 제거하는 회계기법)를 성공적으로 실시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선해운 부실 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약 1조6000억원 규모로 쌓았음에도 그해 바로 58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취임 2년 차에도 65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당시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지만 최종적으로 연임에는 실패했다.

농협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계열사들도 유사하다.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CEO가 2년의 임기만을 수행하고 일종의 관례처럼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룬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농협캐피탈의 경우 김종화·이신형·고태순 전 대표가 각각 임기 전에 비해 127.54%, 91.08%, 56.67%의 순이익 성장을 이뤘지만 모두 임기 2년 만을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해부터 농협손보를 이끌어온 오병관 농협손보 사장도 연임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대로 1년의 임기만을 수행한 홍재은 농협생명 사장과 이구찬 농협캐피탈 사장은 연임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 행장의 3연임을 계기로 농협금융에도 성과 중심의 평가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음에도 관례·전통과 같은 외부 요인들에 의해 단기간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모습이 반복되면 책임경영의 가치가 점차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일관성도 결여돼 글로벌이나 디지털 등 장기간이 소요되는 사업들의 경쟁력도 약화될 위험이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장들은 일반적으로 3년의 임기를 보장받는데 반해 농협은행장에게는 그보다 짧은 2년의 임기가 주어진다”며 “은행의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적과 관계 없이 임기가 2년으로 굳어질 경우 조직 발전에 대한 은행장들의 동기부여도 저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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