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신학철·조성진·차석용·하현회···각자 사정은 다르지만 당장의 연임엔 ‘긍정적’ 평가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구광모 LG그룹 회장 체제에서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5명의 LG그룹 CEO(최고경영자)가 임원 인사에서 유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임원 인사는 구 회장 취임 후 세 번째다. 앞서 소폭에 그쳤던 두 차례의 경우와 달리 미래 먹거리·조직 개편 등을 감안해 폭넓은 수준의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는데, 유독 부회장단만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해석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LG그룹의 부회장단은 △권영수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5인이다. 구 회장 취임 후, 새로 등용된 부회장은 신학철 부회장뿐이다. 나머지 4인은 고(故) 구본무 회장 재임 시절 부회장에 승진해 주요 계열사를 이끌어 왔다.

구광모 회장 취임 후 LG를 떠난 부회장은 두 사람이다. 지난해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용퇴했으며, 지난 9월엔 실적 부진 등에 책임을 지고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사의를 표시했다. 최고경영진의 거취에서는 다른 그룹들에 비해 안정적인 행보를 보인 셈인데, 결과적으로 이들 5인이 내년에도 ‘구광모 체제’에서 LG의 주축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큰 분위기다. 

연임이 가장 확실시됐던 권영수 LG 부회장은 구 회장을 근저에서 보필하는 인사 가운데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선대 회장이 타계할 당시에 그는 LG유플러스 대표직을 수행했다. 구광모 회장이 그룹 전면에 등장할 때 그와 함께 지주사 LG의 대표직에 앉으며 실세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총수들이 모였던 자리에 CEO로선 이례적으로 LG를 대표해 참석했던 권 부회장은 유난히 ‘1등 DNA’를 강조해온 인물이다. 이동통신업계 ‘만년 3위’ LG유플러스의 대표직에 있으면서 1등 도약을 위한 혁신을 강조했다. 그 때문인지 최근 1년 새 경쟁업체들과의 소송도 불사하며 “독해졌다”는 평을 얻은 LG그룹 변화의 배경으로 꼽히기도 한다.

재계에서는 권 부회장에 대한 구 회장의 신뢰가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길 꺼려하면서도 대외적 평가에 좌지우지되지 않으며 오로지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쓰는 행보를 보인다”면서 “구 회장이 제시한 청사진의 실현을 가능하게 할 승부사적 기질을 지닌 권 부회장의 시너지가 당분간 주효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사다난하게 취임 첫 해를 보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도 잔여 임기를 무사히 치를 것으로 점쳐지는 CEO다. 신 부회장의 대표직 임기는 오는 2022년 3월까지다. 글로벌 기업인 3M의 한국지사에 입사해 미국 본사로 발령되고 부회장에까지 올랐던 그는 구광모 회장 취임 후에 영입된 첫 번째 외부 수혈 인사다.

올 한 해 LG화학은 유독 뉴스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았다. 여수산업단지 오염물질 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기술력을 둘러싼 국내외 소송전이 확전되는 조짐을 보였다. 또한 연이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인해 수익성 감소와 발화 원인을 규명하라는 국회 및 관계당국의 압박도 견뎌내야 했다.

이 모든 일이 신 부회장 취임 1년 차에 벌어졌다. 여수산단 문제와 관련해선 즉각 해당 설비를 폐쇄하고 사과하는 등 조속한 조치를 취했으며, SK 측을 상대로도 물러섬 없이 공방을 지속하며 ‘독해진 LG’의 대표적인 사례로 떠올랐다. 그룹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주력으로 키울 의지가 상당한 만큼 신 부회장 역시 유임이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용산공고 출신으로 세탁기 기술력 하나로 CEO 자리까지 오른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에 대해서는 “유임이 불투명하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특히, 건조기 품질 관련 이슈가 뼈아팠다는 평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논란이 된 건조기를 수리한 이후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소비자들의 고충 토로가 이어지면서 ‘가전 명가’ LG의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해당 논란과 관련해 한국소비자원 집단분쟁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스마트폰사업부의 연이은 부진까지 더해져 조 부회장에 대한 우려도 컸다. 최근 그룹 안팎에 따르면 조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했으나 구 회장이 이를 반려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유임이 사실상 결정된 케이스로 분류된다. 다만, 재차 기회를 얻은 만큼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 또한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부회장단 중 최고령자인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도 견고하다는 평을 듣는다. 다른 4인의 CEO 나이가 62~63세인 반면, 그의 나이는 66세다. 2004년 LG생활건강 대표이사(사장)로 부임한 그는 지난 2011년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현재까지 LG생활건강을 이끌며 ‘최장수 CEO’ 이력을 갖고 있다. 아울러 미국 생활용품 전문 업체 ‘프록터 앤 갬블’(P&G) 출신으로 최초의 ‘비(非)LG맨 출신 부회장’이기도 하다.

그룹 내 세대교체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도 그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으로 평가된다. 본인만의 경영 시스템 효율화를 바탕으로 빠른 의사결정과 체질 개선 작업을 일궈낸 뒤 차별화 된 리더십을 바탕으로 LG생활건강의 호황을 견인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인수를 마친 ‘뉴 에이본’을 기반으로 미주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현지 시장 사정에 밝은 전문가가 필요한 만큼 그의 ‘장기 집권’은 현재진행형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의 경우도 다른 부회장들처럼 유임에 무게가 실린다. 하 부회장은 구본무 회장 재임 시절 지주사 LG의 대표직을 수행하다가, 구광모 회장이 실권을 잡음과 동시에 권영수 부회장과 자리를 맞바꿨다. 지주사가 갖는 상징성 탓에 당시에는 LG그룹 핵심에서 다소 밀려난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하 부회장 취임 이후 LG유플러스는 기존 20%에 그쳤던 시장점유율을 5G 아래서 26%까지 끌어올렸다. 또 통신사 최초로 5G 콘텐츠를 지난달 중국으로 수출했으며 CJ헬로비전인수 등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을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하 부회장은 LG유플러스 대표직을 맡은 지 1년밖에 안 됐다는 점과, 대표직 임기가 2022년 3월까지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유임으로 가닥을 잡게 될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고 귀띔했다.

한편, 재계 등에 따르면 LG그룹의 임원 인사는 오는 28일에 이뤄질 것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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