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북한 행보 보면 강제 철거 시 재산권 지켜줄 가능성 작아···北에 있는 현대아산 유형자산 2268억원 규모
현대그룹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 방안 고심”

김연철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만나 밝게 웃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연철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만나 밝게 웃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북한이 금강산 관광을 남측을 배제한 채 진행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현대아산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소 금강산에 있는 시설물의 재산권이라도 지켜야 할 상황인데, 전문가들은 금강산 독점 사업권도 사실상 일방적으로 파기되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남한이 부질없는 주장을 계속할 경우 일방적으로 철거를 단행하겠다는 내용의 최후통첩을 했지만 남한은 묵묵부답하고 있다”며 “(금강산 관광 개발에) 남한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시설물 철거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천명한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만나 금강산 관광 문제를 논의한 지 하루 만에 이 같은 입장이 나왔다는 점이다. 김연철 장관은 해당 자리에서 기업의 재산권 보호를 최우선하겠다고 밝혔는데 단 하루 만에 현대아산이 재산권을 지킬지 여부는 결국 북한 의지에 달렸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향후 남북이 어떤 식으로 협상을 이어갈지가 관건이지만, 현재로선 북한이 강제 철거에 나설 경우 현대아산이 재산권을 지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이미 사업독점권마저 일방적으로 파기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미 현대아산의 50년 독점 사업권마저 일방적으로 사살상 파기시켰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게 현대아산이 재산권을 지켜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아산은 지난 1998년 5억달러를 북한에 지급하고 50년간 금강산 관광 개발사업 독점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제 하루아침에 해당 권리가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이론적으로는 현대아산이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강신업 변호사는 “법적 분쟁은 가능하며 당시 현대아산이 투자를 하면서 어떤 약정이 있었을 텐데 그 내용이 무엇인지, 누구에게 책임 소재가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의 외교적 특수성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소송 제기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결국 재산권을 비롯한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문제는 기업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이번에도 북한은 최후통첩을 전하며 그 대상을 현대아산이 아닌 ‘남조선 당국’으로 명시했다. 사실상 문제 해결 주체가 우리 정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사업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정부와 발맞춰 시작하고 진행했던 사업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현대그룹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일부와 긴밀히 협조하며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 있는 현대아산의 유형자산은 2268억원 규모에 달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