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취임 이후 영업이익 1조원 목표 제시
3분기 부진 영향에 영업이익 1조원 달성 빨간불
“업계 최대 실적만으로도 높은 평가”

3분기 연결 기준. / 표=시사저널e.
3분기 연결 기준. / 표=시사저널e.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호기롭게 내걸었던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졌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5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으로 목표 달성이 가시권에 들었지만, 증권업황 악화에 3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탓이다. 그나마 한국투자증권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이 가능한 점은 위안거리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하 연결 기준)으로 666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사상 최대 실적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6444억원을 3분기만에 넘어선 것이다. 누적 당기 순이익 역시 5333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다시 썼다.

역대 최고 실적을 냈음에도 올해 내건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졌다. 정 대표는 올해 1월 정식 취임과 함께 ‘올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과 ‘3년 내 순이익 1조원’을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영업이익 1조원과 순이익 1조원은 국내 증권사에선 나오지 않은 기록으로 이를 통해 국내 리딩 증권사의 입지를 공고히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정 대표는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동원증권에 1988년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한번의 이직 없이 최고경영자(CEO)까지 올랐다. 투자은행(IB) 부문에서만 27년의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기도 하다. 그러나 10년이 넘는 장수 CEO로 한국투자증권의 전성기를 이끈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의 뒤를 이었다는 점에서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정 대표가 이같은 성장세를 이어감과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구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정 대표의 목표는 현실화되는 듯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누적으로 51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1분기 2745억원, 2분기 24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대비 한 단계 레벨업된 모습이었다. 하반기에도 이같은 성과를 낸다면 1조원 달성은 무난해 보였다. 그러나 이번 3분기에 전분기 대비 약 39% 낮은 14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부진했다. 

4분기가 남아있지만 33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야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4분기 증권업황 역시 올해 상반기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까닭이다. 그나마 증시가 회복되고 있고 IB 부문에서 선방하고있어 3분기 대비 실적은 좋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올해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앞둔 것 자체만으로도 정 대표에게 좋은 평가가 매겨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까지 실적을 다른 증권사 대비 압도적인 상황이다. 증권사 중 자기자본 9조원을 처음 넘긴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3분기 누적으로 영업이익 5753억원,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 7.6%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이익과 연환산 ROE(14.7%)와 큰 격차를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한국투자증권은 이익의 규모뿐만 아니라 자본대비 수익성에서 타 증권사 대비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입지를 유지했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증시 환경이 해마다 바뀌고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이같은 성장세를 보일 수 있을 지가 정 대표 체제의 관전 포인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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