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Q 자본총계 1조2095억원으로 감소···자본잠식까지 여유금 3493억원→1034억원
구주 가격 낮추고 연내 매각 서두른 금호, 자본잠식 따른 대주주 감자 고려 시각도

아시아나항공의 3분기 실적이 공시됐다. 막대한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도 눈에 띄지만, 이로 인해 올 초에 이슈가 됐던 ‘부분 자본잠식’ 우려가 시장에서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금호산업이 경영권 프리미엄마저 포기하고 연내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를 이와 연관 짓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아시아나항공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올 3분기 연결 기준 232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반기 말 1조4554억원에 달했던 자본총계는 1조209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자본금은 올해 반기 말과 유사한 1조1061억원이다.

쉽게 말해 부분 자본잠식까지 남은 여유금이 3493억원에서 1034억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적자 누적으로 인해 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말한다.

아시아나항공 자본흐름. /인포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아시아나항공 자본흐름. / 인포그래픽=이다인

일각에선 금호산업이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딱 시장 가격만큼의 구주 가격만을 제시받고도 ‘연내 매각’을 서두른 까닭을 이와 연관 짓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으로 제시한 금액은 3000억~3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시작된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한 구주 가격과 유사하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도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주 발행이 2조원 이상일 것”이라고 밝히면서 실제 구주 가격은 시장의 예상치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당초 금호산업 내부에선 ‘국적 대형항공사 2곳 중 1곳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이유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대했다. 이에 인수전 초반 시장에서 흘러나왔던 구주 가격은 7000억~1조원이다. 그랬던 금호산업이 3000억원대의 구주 가격을 받아들이고 연내 매각 절차를 서두르는 것에 대해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은 아시아나항공의 내부 실적이 대략 예상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순손실이 생각보다 컸다. 내부에서 이를 파악하고 있었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하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3분기는 항공업계에서 최성수기로 불린다. 반면 4분기는 2분기와 마찬가지로 항공업계의 전통적인 비수기다. 여기에 일본 불매 운동, 미중 무역분쟁, 홍콩-중국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악재가 가득한 상황이다. 4분기 실적이 3분기 실적과 다를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아시아나항공 스스로 추가 자본금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에서 3분기의 절반 정도 순손실만 나더라도 부분 자본잠식이 진행될 우려가 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부분 자본잠식을 명분으로 대주주 차등감자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연내 매각만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금호산업은 올 초와 마찬가지로 이 같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올해 1분기 이후 자본잠식 우려가 나왔지만 산업은행이 4000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 채권형 사모전환사채(CB)를 우선 매입하면서 이를 해소했다. 이번에도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 정상화를 위해 최소 2조원 가량을 투자할 경우 자본금은 3조원대로 올라선다.

한편, 금호산업 측은 현재 시장에서 언급되는 구주 가격 등에 대해 확인된 정보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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