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인수 시 항공업계 전체 빅2로 올라설 가능성도
인수 못하면 진에어와 치열한 1위 경쟁
현대산업개발 에어부산 분리매각 하지 않을수도

사진=셔터스톡
/ 사진=셔터스톡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결정된 이후 항공업계 시선은 승자인 HDC현대산업개발보다 애경그룹과 제주항공에 쏠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분리매각이 이뤄져 제주항공이 에어부산을 품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데, 그 결과에 따라 항공업계가 어떻게 재편될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선 애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밀려난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오히려 재무 악화를 막아 악재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이 같은 분석을 내놓는 데엔 한 가지 변수가 끼어 있다. 바로 제주항공이 에어부산을 인수한다는 전제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에어부산 분리매각이 이뤄진다면 제주항공이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에어부산은 그나마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어서 신주까지 인수할 필요가 없어 인수대금 과잉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경이 에어부산을 인수하고 제주항공이 에어부산을 품게 되면 에어부산이 베이스로 삼고 있는 김해공항을 갖게 된다. 부산 지역의 수요를 흡수하는 김해공항은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 제주공항과 함께 수익을 내는 곳으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공항이다.

전문가들은 제주항공이 에어부산을 품게 되면 현재의 저비용항공사(LCC) 1인자 이상의 위상까지도 노려볼만 하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대한항공과 함께 국내 항공업계 ‘빅2’도 노려볼만 하다는 것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사업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인 만큼, 현대산업개발이 완전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더라도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그 사이 제주항공이 에어부산을 품고 세력을 키우면 빠르게 빅2로 올라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에어부산을 인수하지 못하게 되면 제주항공은 일단 현상유지에 만족을 해야 한다. 허나 현재의 LCC 1위의 지위는 2위 사업자 진에어가 바로 뒤에 버티고 있어 언제 뒤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작년 매출액은 각각 1조2593억원, 1조106억원이다.

사실상 박빙으로 봐도 과언이 아닌데, 진에어가 국토교통부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제주항공이 시장의 절대적 1위 사업자라고 보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 특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항공업계가 침체기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을 감안하면 제주항공으로선 에어부산을 품고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허나 이 모든 시나리오는 현대산업개발이 에어부산을 분리매각 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것이다. 에어부산 분리매각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이번 아시아나 인수로 에어부산이 지주사 HDC의 증손자 회사가 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증손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데 업계에선 승부사 기질을 가진 정몽규 회장이 에어부산을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갖고 갈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 자금력 등을 감안할 때 굳이 에어부산을 매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일각에선 제주항공 인수가 무산될 경우 애경이 매각설이 나왔던 이스타항공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지만 업계에 따르면 아직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스타항공이 시장에 나와야 하고 에어부산의 경우처럼 인수 시 즉각적으로 예상되는 이익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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