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받고 높은 점수 줬다”는 컨설팅 제안 의혹 부정···“자체 프로세스에 의해 평가, 독립성 유지하고 있어”
올해도 신라호텔 라연, 광주요그룹 가온 4년 연속 3스타 선정

그웬델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가 14일 취재진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사진=박지호 기자
그웬델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가 14일 취재진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 사진=박지호 기자

“미쉐린은 어니스트 싱어와는 어떤 관계도 없다. 현재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

글로벌 미식 가이드인 미쉐린 가이드가 컨설팅 비용을 받고 높은 점수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정했다. 식당들에 컨설팅을 목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인물로 보도된 어니스트 싱어에 대해서는 미쉐린과 어떤 관계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법적 조치도 정해지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그웬달 뿔레넥(Gwendal Poullennec)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14일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에디션 발간 행사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현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어니스트 싱어와 자신은 어떤 관계도 없다"면서 "미쉐린 내사 결과, 내부 정보가 새어나갔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평가자의 방문이나, 평가 대상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회사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다고 밝힌 것이다.   

이어 뿔레넥 디렉터는 "아울러 어니스트 싱어가 어떤 방법으로 미쉐린 내부의 정보에 접근했는지는 자신도 알지 못한다"면서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원들은 익명으로 활동한다. 누군가가 미쉐린 직원인 척하며 금품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곧 그가 우리 직원이 아님을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3스타를 받은 라연과 가온에 대해서도 "어떠한 금전적인 거래도 없었다"고 말했다. 

◇ "뿌리깊은 독립성에 기반해 평가한다"는 미쉐린

미쉐린 가이드는 이날 비스타 워커힐 서울에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에디션에 오른 1스타, 2스타, 3스타 식당과 셰프들을 소개하며 "저희 뿌리 깊은 독립성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평가 방법을 개발했다.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평가원들 이외에 다른 사람들은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암행 방문 및 평가'라는 자신들의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언한 것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공개 행사가 열린 비스타 워커힐. 기념 사진 촬영을 마친 셰프들이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그 너머로 그웬델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가 무대 위에 서있는 모습. /사진=박지호 기자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공개 행사가 열린 비스타 워커힐. 기념 사진 촬영을 마친 셰프들이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그 너머로 그웬델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가 무대 위에 서있는 모습. / 사진=박지호 기자

하지만 미쉐린 평가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나왔다. 한식 레스토랑 윤가명가를 운영하는 윤경숙 대표는 14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총괄 또 (어니스트) 싱어라는 이름을 가진 이런 정보들을 중간에서 전달해 주고 하셨던 분까지 하면 1년에 평균 6번 정도 방문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쉐린 가이드가 레스토랑에 사전 방문 일자를 알리고, 특정 식재료 사용을 요구하고, 2억여원가량의 컨설팅도 제안했다고도 밝혔다. 한 마디로 별을 달아주는 평가가 공정치 않았다는 것이다. 

미쉐린 가이드의 위상은 독립성에 기반한다. 복수로 구성된 암행 평가자들이 1년 동안 여러 레스토랑을 다니며 수준을 평가하고, 서로의 평가에 대한 크로스 체크를 통해 최종 점수를 낸다는 것이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 원칙이었다. 평가자(미쉐린)와 피평가자(레스토랑) 간 이해관계가 없다는 점이 미쉐린 가이드의 공정성을 담보해왔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금품 등이 오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돈을 받고 별을 얻은 식당을 그 누구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뿔레넥 디렉터가 이날 가장 강조한 것도 바로 독립성이었다. 그는 "우리는 자체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평가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여러명의 평가원이 현장에 가서 정보를 수집하고, 이에 기반해 여러명이 함께 결정을 내린다. 한 명이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가원도 익명임은 물론, 다국적 평가원이다. 한국 평가원이 일본에 가서, 일본 평가원은 프랑스에 갈 수 있다"면서 "한 식당을 방문하는 평가원도 매번 달라진다. 이건 전세계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것이 우리의 부패 방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의 어니스트 싱어처럼 자신의 이름을 직접 내걸고 식당에 평가자 행세를 할 수 없음을 짚은 것이다.

미쉐린 가이드를 사칭한 의혹을 받는 어니스트 싱어에 대한 법적 조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뿔레넥 디렉터는 "그 남성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상황을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칭에 대한 회사의 소극적인 대처는 재발 위험성을 키운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수많은 맛집 소개 프로그램들이 종영한 것은 신뢰도를 잃었기 때문"이라면서 "회사를 사칭하고 다닌 인물에 대해 아무 조치도 내리지 않는다면 사칭을 사실상 방관하는 것과 다름 없다. 이는 재발 방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신라호텔의 라연과 광주요그룹의 가온이 4년 연속 최고 점수인 3스타를 받았다. 이어 2스타에는 7개 레스토랑이, 1스타에는 22개 레스토랑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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