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험지’ 승부 촉각···여야, 험지 명단 채우기 속도전

여야가 내년 총선에서 이른바 '험지'에 출마할 명단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험지에서의 승리 여부는 총선 승부의 바로미터인 만큼 각각 국정동력 확보, 분위기 쇄신 등 정치적 의미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국회를 향한 비판적 여론이 높고, ‘물갈이’‧개혁 등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지도‧중량감‧신선함 등을 갖춘 인사 영입과 이들의 험지 출마‧승리 등의 중요성을 여야가 일제히 감지하는 분위기다.

이와 같은 ‘인재영입‧험지공천 전략’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신호탄을 쏘며 본격화되고 있다. 13일 민주당은 국회에서 ‘전략 지역 후보 예상자 입당식 및 환영식’을 개최하고,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 김학민 전 순천향대 산학협력부총장,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등의 출마지역을 밝혔다.

이들은 각각 경기 이천(김용진), 충남 홍성‧예산(김학민), 경남 사천‧남해‧하동(황인성) 등 지역에 출마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해당 지역들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송석준, 홍문표, 여상규)이 차지하고 있는 상대적으로 진보 정당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구다.

이날 입당식에 참석한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반드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야하는 지역을 선정하고 적임자를 물색해왔다. 그렇게 물색해온 세 지역 소중한 결심을 하고 입당 해주신 분들을 소개한다”며 “세 지역은 지금까진 우리당의 취약지역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내년 총선에서 힘 합쳐 노력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지역이라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은 향후 강원도,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 험지 지역구에 출마할 인재영입에 더욱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영문 관세청장 등 약 10명 정도의 현직 장‧차관 인사들도 민주당 영입‧험지출마 예상자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출생지가 강원‧춘천(홍남기), 서울(강경화), 경남 진주(정경두), 대전(성윤모), 울산(김영문) 등 험지 지역인데다 인지도와 중량감 등 측면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설득 작업에 골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민주당은 향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낙연 국무총리, 윤건영 대통령 국정기획상황실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등의 출마 지역과 시기 등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같이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험지 공천을 본격화한 반면 한국당의 경우 당 안팎에서 지도부의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2일 한국당 수도권·충청권 당협위원장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우파 국민들이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의 승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오만하고 불손한 행동으로 당의 신뢰를 실추시킨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읍참마속’ 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룰을 확정해야 하며 다선·중진 의원들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선당후사’ 정신으로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폭적인 물갈이와 다선‧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 등을 통해 현재의 분위기를 쇄신‧반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 7일 한국당 초선 의원들도 전·현직 지도부, 대권후보군, 3선 이상 중진 의원 등의 험지 출마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태흠‧김무성 등 중진급 한국당 의원들도 ‘중진 용퇴론’ 입장을 밝히면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5일 김태흠 의원은 ‘영남권·강남3구 중진 용퇴 및 험지 출마’를 공개 요구했고,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김무성 의원은 지난 12일 황 대표를 겨냥해 “(스스로 대권주자 또는 정치 지도자급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라를 망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거물 정치인들을 잡겠다는 의지를 갖고 당에 불리한 수도권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