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의원들 입법·특별활동비에 비과세 법적근거 없어” 주장
국회 “법원서 입법활동비 ‘보수·수당과 다른 성격’ 판시” vs 녹색당 “사무처 근거는 조세법과 무관한 판례”

녹색당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국회 앞에서 국회의원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폐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녹색당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국회 앞에서 국회의원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폐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회의원들이 매년 받는 연봉 중에서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에 대해 법적 근거 없이 소득세를 내지 않아 탈세를 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러한 국회의원에 대한 부당한 특혜에 대해 국세청이 세금을 추징하라는 주장이다.

이에 국회사무처는 판례에서 입법·특별활동비는 국회의원 보수와 다른 성격임을 판시했다고 반박했지만, 이 판례는 조세법과 무관하다는 지적도 제기돼 논란이다. 

녹색당은 13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들이 매년 1811만원의 탈세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세청에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비 및 특별활동비에 대한 소득세 추징을 촉구하는 탈세제보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이 매년 받는 연봉 중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내지 않아 왔다. 그런데 이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원천징수 의무가 있는 국회사무처와 국회의원들이 탈세를 해 온 것이다. 이는 사라져야 할 대표적인 국회의원 특혜이고 특권이다”고 밝혔다.

국회의원들이 받는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를 합치면 연간 4704만원이다. 입법활동비가 1인당 매월 313만6000원, 연간 3763만2000원이다. 특별활동비는 국회의원 평균 1인당 940만8000원(2019년 예산기준)이다. 이는 국회의원 총 연봉 1억5200만원 중 30%에 해당한다.

현재 국회의원들은 이에 대해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 녹색당에 따르면 이렇게 내지 않은 세금은 국회의원 1인당 1811만400원이다. 이는 소득세율 35%를 적용하고 주민세까지 포함한 경우다. 300명 국회의원들을 합치면 54억3312만원에 달한다.

녹색당은 국회의원들이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12조에서 비과세소득으로 열거한 ‘실비변상적 성질의 급여’에는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에 해당되는 항목이 없기 때문이다.

하 위원장은 “소득세법 시행령상 비과세소득으로 분류되는 ‘실비변상적 성질의 급여’에는 국회의원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가 해당되지 않는다”며 “대법원은 월 정액으로 지급되는 여비조차 ‘직무에 따라 고정적으로 차등 지급되는 수당 성격으로 판단되므로 실비변상적 급여가 아니라 과세대상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비과세 요건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런 대법원 판례에 비춰보더라도 국회의원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에 대해 비과세를 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했다.

하 위원장은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국세청의 책임도 크다. 국세청이 적극적으로 법해석을 하지 않고 원천징수 기관인 국회사무처에 책임을 떠넘겨 왔기 때문”이라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쓰는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에 소득세를 추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회사무처는 다른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입법 및 특별활동비는 국회의원의 직무활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 또는 수당과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무처는 “국회의원에게 지급하는 입법 및 특별활동비는 국회의원으로서의 고유한 직무수행을 위해 명시적인 법적근거인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무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가 지급해 주는 것”이라며 “대법원에서도 입법 및 특별활동비는 국회의원의 직무활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 또는 수당과는 성격을 달리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소득세법 상 ‘실비변상적 성질’의 경비로서 비과세 소득에 해당한다”고 했다.

사무처가 근거로 든 판시(2011마2482)는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가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관한 사항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4년 8월 대법원은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는 국회의원으로서의 고유한 직무수행을 위해 별도의 근거조항을 두고 예산을 배정해 직무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가 지급해 주는 것”이라며 “국회의원의 직무활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 또는 수당과는 성격을 달리하고, 위 비용들에 대해 압류를 허용할 경우 위 비용들이 위 법률에서 정한 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채무변제 용도로 사용됨으로써 국회의원으로서 고유한 직무수행에 사용될 것을 전제로 그 비용을 지원하는 위 법률에 위배되고, 또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인 입법 활동 등의 정상적 직무수행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하승수 위원장은 “국회사무처에 들고 있는 대법원 판례는 민사집행법상 압류대상 채권에 관한 것으로 조세법과는 전혀 무관한 판례다”며 “조세법률주의원칙상 소득세법 시행령의 ‘실비변상적 급여’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그런데 소득세법 시행령에 열거된 항목을 보면 국회의원에 해당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하 위원장은 “공무원의 직책수행경비는 장, 차관 등 보직을 맡고 있는 경우다. 국회의 경우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우에나 해당한다.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는 직무수당 정도에 해당하며 이는 일반적으로 과세대상이다”며 “국회 운영위에서 논의하고 있는 연봉체계 개편과 무관하게 과세는 이뤄져야 한다. 또 연봉체계 개편도 국회의원들끼리 논의하기 이전에 국회의원 연봉을 독립기구에서 정하는 것부터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 위원장은 “이처럼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권들, 부당한 예산사용과 과도한 연봉, 개인보좌진 규모를 줄이고, 국회서 사용되는 각종 예산 낭비를 줄여가면 지금의 국회예산 6400억원으로도 논란이 되는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당장 내년도 예산에서 6700억원대로 증액 편성된 국회예산에서부터 국회의원 연봉을 삭감하고 낭비요소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과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 사진=연합뉴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