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쉬운 은행용어 사용 캠페인’ 실시···국민은행도 고객언어가이드 수립
고객 이해도 향상시 불완전판매 문제 개선 기대···“업계 차원의 노력도 필요”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사용돼왔던 어려운 금융용어들을 순화하기 위한 은행들의 시도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은 불필요한 한자어와 전문용어들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한 캠페인과 내부 정책을 시행 중이다.

고객들이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용어들은 불완전판매와 같은 고객 피해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던만큼 이러한 변화들은 향후 고객 보호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일부 용어들은 현실적으로 대체가 쉽지 않아 개별 은행 차원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한 달 동안 ‘고객중심, 이해하기 쉬운 은행용어 사용’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직원들을 대상으로 변화가 필요한 용어를 제안 받았으며 해당 용어들의 고객응대 사용빈도, 효과성 등 따져 최종 30개의 개선 용어를 선정했다.

대표적으로 ‘날인’과 ‘내점’, ‘차주’ 등의 용어가 각각 ‘도장을 찍다’, ‘방문’, ‘대출 신청하신 분’으로 대체된다. 우리은행은 한 달 동안 전 직원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함과 동시에 ‘써보니 좋아요’ 이벤트를 시행해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던 용어를 선정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23일 고객들이 금융용어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KB고객언어가이드’를 수립했다. 이번 고객언어가이드는 맞춤법, 표기법, 띄어쓰기 등 기본적인 오류부터 일본어 투, 과도한 높임법 등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잘못 쓰여 온 표현까지 다루고 있다.

특히 은행원이 사용하는 언어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이 행동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에 중점을 뒀다. ‘제공합니다’를 ‘받습니다’로 변경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러 용어가 사용되던 문제점도 바로 잡았다. ‘영업점’, ‘지점’, ‘창구’ 등 다양하게 쓰던 용어는 고객이 주로 ‘지점’이라는 용어로 검색을 한다는 통계자료에 근거해 ‘지점’으로 통일했다.

국민은행은 우선 모바일뱅킹 KB스타뱅킹에 고객언어가이드를 적용했으며 점진적으로 다양한 비대면 채널의 문장 표현까지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금융권 최초로 국립국어원과 협약도 맺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주기적으로 CS응대방안 개선을 위한 내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7월 금융 용어 개선 및 직원 교육을 단행한 바 있다. KEB하나은행 역시 지난 2016년 고객이라는 단어 대신 손님이라는 표현을 공식 사용하기 시작하는 등 우리말 순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손님은 국립국어원이 언어 순화를 권장하는 대표적인 단어 중 하나다.

이러한 변화들은 최근 은행권을 뒤흔든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 사태에 따른 보완 조치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향후 이러한 움직임이 다른 은행과 업권으로 확대될 경우 금융권의 고객보호 역량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금융권 약관과 상품설명에 사용되는 어려운 용어들은 불완전판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왔다.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용어들이 많이 사용될수록 고객들은 판매 직원들의 설명에만 의지하게 돼 향후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DLF 사태 이후 발표한 혁신안에도 ‘쉬운 용어 사용’과 ‘약관 등 관련 서류의 정보 전달력 강화’ 등을 포함 시킨 바 있다.

다만 개별은행의 노력만으로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법적으로 정해져있는 법률용어나 은행권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전문 용어를 개별 은행이 단독으로 바꿀 경우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 질권설정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어려운 금융용어들이 쉬운 용어로 바뀌면 금융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이해도가 높아져 불완전판매 위험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며 “하지만 단기간에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 변경을 논의하는 등의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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