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불황에 LG전자·LG이노텍 전장 사업 적자 지속
신사업 낙점한 커넥티드카 시장 개화까지 보릿고개 예상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미래 먹거리 전장사업이 좀처럼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LG전자와 LG이노텍의 전장사업 적자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마침 완성차 불황마저 겹치며 보릿고개가 예상된다. LG그룹은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전자 주요 계열사가 모두 차량용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아 육성중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부는 3년 넘도록 매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LG이노텍 차량용 모터와 센서사업 올해 적자 규모도 지난해 대비 커질 전망이다. 

◇아직도 ‘아픈 손가락’ 전장

LG전자는 2013년 전장 부문 사업본부를 신설한 이후 6년여만인 올해 매출이 4조원대로 성장했지만 적자 폭도 함께 커졌다. 고수익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에선 후발로 진입하며 계열화를 이룬 여타 부품사와 달리 다양한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면서 수익성이 깎여나갔다.

올해엔 전방 완성차 불황이 유독 뼈 아팠다. 올 3분기 LG전자 VS사업본부는 매출 1조3401억원, 영업손실 601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1조1760억원)은 14% 늘고도, 영업손실액(429억원)은 40% 커지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 사업부는 올 상반기에도 71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완성차 불황은 자회사인 차량용 모터와 센서 사업에 12년 업력을 가진 LG이노텍 실적도 끌어 내렸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장 사업 적자는 올 들어 규모가 커졌다. LG이노텍 전장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96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성장했지만, 1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연간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 매출은 5376억원을 기록하며 전사 매출 18% 비중까지 성장했지만, 영업손실 15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증권업계는 올 3분기에도 LG이노텍이 전장 사업에서 140억~150억원대 적자를 내고, 올 4분기까지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적자 규모도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LG이노텍 전장부품 사업부의 올해 연간 영업손실액 492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고,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영업손실 5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양사 모두 내년에도 전장 사업에서 적자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수요가 침체된 데다가, 완성차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까닭이다. 앞서 지난달 LG전자는 올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내년 VS사업부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당초 예상을 선회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5G 커넥티드카에 거는 ‘먼 미래’

LG전자 계열사는 완성차 불황을 뚫기 위해 커넥티드카와 같은 미래 신사업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차량에 채용될 IT 부품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기인한다. 

LG전자는 지난 2014년 글로벌 커넥티드카 개발 연합(OAA)에 참여하면서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차량용 인포테인먼트가 강화된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LG전자는 퀄컴과 함께 커넥티드카에 적용되는 웹OS 오토 개발에 돌입했다. 웹OS 오토는 리눅스 기반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커넥티드 카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통신칩 모듈 사업 이력이 있는 LG이노텍도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커넥티드카의 핵심이 차량과 사물간 통신 기술인만큼, LG이노텍이 그룹 내 자율주행 기술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퀄컴 스냅드래곤 5G 칩셋 기반의 차량용 통신 모듈 개발에 성공하고 내년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완성차 업체에 영업 중이다.

다만 이 제품은 지난해 말 이 회사가 개발한 C-V2X 모듈과는 달리 차량 간 직접통신을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 이동통신표준화 기술협력기구 3GPP는 내년에 차량용 5G C-V2X 직접통신 표준이 완성할 전망이다. LTE C-V2X 국제 표준이 완성된 후 통신 모듈 개발까지 약 2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5G C-V2X 모듈 상용화는 2021년 이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양사는 선제적 투자를 통해 커넥티드카 부품 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본격 시장이 무르익기까진 갈 길이 멀다. 전장 사업의 외형 성장에 속도를 조정하고 불어난 적자를 덜어내는 작업이 우선할 전망이다. 업황이 좋지 않다보니 LG전자는 매년 규모를 키웠던 VS사업부 설비투자에 주춤한 모습이다.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8672억원으로 잡아뒀던 VS사업부 설비 투자 계획은 2분기 들어 6345억원으로 2327억원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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