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회수, 지배구조 문제로 인한 재매각 가능성 높아···정몽규 "인수 기간 2년, 전략적 판단 내릴 것"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 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시장에선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재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인수 기간이 2년이고, 이 사이에 전략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답변했다. 재매각 가능성을 일축하진 않은 셈이다.

13일 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마감된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에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인수 금액으로 약 2조5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몽규 회장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신주에 대한 투자 금액이 2조원을 넘어간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전략적투자자(SI)인 현대산업개발과 재무적투자자(FI)인 미래에셋대우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약 8대2 정도의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방식은 특수목적회사 설립 없이 양사가 직접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소유하는 구조다.

재매각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은 HDC라는 지주사를 갖고 있다. 만일 현대산업개발이 주체가 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지배구조는 ‘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순으로 구축된다.

문제는 이 경우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해당 사유 발생 이후 2년 내에 이를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서울의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지만, 에어부산(44.2%)과 아시아나IDT(76.2%)는 상황이 다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대산업개발이 소액주주들로부터 주식을 매수거나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를 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 추가적인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재매각 가능성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는 예상 외로 높은 인수 금액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이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2조원을 넘어선 2조5000억원의 투입은 회수 가능성을 염두한 것이란 시각이다.

실제로 또 다른 본입찰 참여자이자 가장 강력한 인수 경쟁자였던 제주항공-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은 1조4000억~1조7000억원 사이의 금액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보다 적게는 8000억원, 많게는 1조원 이상을 더 투입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이 투입 금액 회수 전략을 염두하고 2조5000억원을 써냈다면 2조5000억원도 큰 금액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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