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플러스 호황기에 빨리 무선이어폰 시장 진입했어야

지난해부터 LG전자는 왜 무선 이어폰을 내놓지 않느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은 ‘준비하고 있다’였고 올해 11월이 돼서야 톤플러스 프리가 나왔다. 정확히는 아직 예약 고객들도 제품을 받지 못했다. 왜 이렇게 출시가 더뎠나는 질문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25만9000원. 예상했던 가격을 뛰어넘었다. 삼성전자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가 15만9500원, 애플 무선 이어폰 에어팟 1세대가 19만9000원, 에어팟 2세대가 24만9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비싼 가격이다. 애플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내놓은 신제품 에어팟 프로는 오는 13일 국내에서 32만9000원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미 무선 이어폰 시장을 장악한 에어팟과 갤럭시 버즈를 두고 후발주자가 더 비싼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이 다소 의아하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마니아 층이 두터운 경우 충성고객들의 기대로 어느 정도 성공이 가능하지만 LG전자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강직한 마니아를 둔 에어팟도 출시 초반에는 가격이 장벽으로 작용했다.

물론 LG전자는 넥밴드형 블루투스 이어폰 톤플러스로 크게 활약한 과거의 영광이 있다. 톤플러스가 얼리어답터의 필수품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폰으로 적자내면 톤플러스가 메운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과거의 좋은 노하우와 사용자들이 있었다면 같은 이름으로 빠르게 무선 이어폰 시장에 뛰어들었어야 했다. 자연스럽게 톤플러스 사용자들을 무선 이어폰 시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제품에 흡족해 하는 사용자들이 많고 호평이 많았기에 충분히 그 기회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LG전자는 그렇지 못했다. 톤플러스는 시대에 뒤처져 아재의 전유물로 전락했고 젊은 세대들은 빠르게 무선 이어폰 시장으로 떠났다.

신제품 톤플러스 프리를 예약 구매자들보다 먼저 사용해 본 결과 음질은 빼어났다. 막귀가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음질에 의구심을 품을 이들은 없어보였다. 청음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음악에 조예가 깊은 이들, 자주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도 음악을 들려주었고 호평이 돌아왔다.

그럼에도 가격을 얘기하면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그 정도의 가격을 주고 지금에서야 후발주자 LG전자 제품을 사야하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이왕이면 돈을 좀 더 보태 새로 나오는 에어팟 프로를 사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LG전자자가 좋은 제품을 선보인 것은 맞지만 가격대가 적당했는가에는 의문이 든다. 프리미엄 전략을 표방하지만 한참 늦게 내놓은 무선 이어폰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가치를 부여해 줄지도 미지수다. 톤플러스가 잘나가던 시절에 좀 더 빨리 톤플러스 프리를 준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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