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부의·29일 상정 예정···지역구·비례대표 비율 두고 ‘셈법’ 제각각
군소野 의원정수 확대 주장에 與 ‘난색’···한국당 “의원정수 270석·비례대표 폐지”
지역구 의원 설득 여부도 미지수···여야정 상설국정협의체 합의 가능성도 낮아

선거제 개정안 국회 본회의 부의(27일) 약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의 협상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사진=이창원 기자
선거제 개정안 국회 본회의 부의(27일) 약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의 협상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사진=이창원 기자

국회 본회의 부의를 약 2주 앞둔 선거제 개정안의 처리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다. 선거제 개정 방향에 대한 여야의 ‘셈법’이 각각 다르고, ‘강대강’으로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선거법 개정안은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고,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지역구 225석‧비례 75석’안을 큰 틀에서 합의한 바 있다. 손학규(바른미래당)‧이정미(정의당) 등 전‧현직 대표들이 단식 투쟁을 통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관철시키면서다.

이에 따라 선거제 개정안은 가까스로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됐지만, 이후 각 정당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개정안에 따른 지역구 의석이 28석이 줄어든 데 대한 지역구 의원 ‘달래기 대책’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의결정족수 149명이 필요한 만큼 현재 지역구 의원들의 표심잡기가 불가피하다.

군소야당들은 ‘240:60’, ‘200:100’, ‘250:50’ 등 다양한 지역구‧비례대표의 비율을 제시하고 있고,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방안까지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의원 세비 총액 동결‧의원정수 확대’를 검토하자고 공식 제안한 바 있다. 지역구 의석 축소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비례대표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의원정수가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야당의 제안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잇따른 국회 파행으로 국회를 향한 비판 여론이 높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높게 조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선거제가 정당 지지도를 의석으로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비례대표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의원정수를 확대는 불가하다는 인식이다.

또한 향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검경수사권 조정 등 패스트트랙 지정법안 협상의 주도권 확보에 선거제 개정안 처리 여부가 중요한 영향을 주는 만큼 지역구 의석을 ‘파격적’으로 줄이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금의 개정안도 지역구 의석을 28석 줄이도록 해 지역구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더 이상의 지역구 의석 축소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의 경우 ‘의원정수 270석‧비례대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의원정수 축소가 ‘민의’이고, 의원정수‧비례대표 등의 확대 주장은 ‘밥 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처리의 불법성을 지적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해당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의 검토 기간이 법적 기간을 채우지 못했고, 내년 1월 말 부의돼야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당 내에서는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이 처리될 경우 의원직을 총사퇴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당 재선의원들은 12일 모임을 갖고 이와 같은 입장을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회민주주의를 복원한다는 차원에서도 불법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을 반드시 하겠다. 그 일환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황교안 대표도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청와대 만찬에서 “정부와 여당이 한국당과 협의 없이 선거제 개혁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문제가 있다”며 “우리가 안을 냈는데 합의도 하지 않고 패스트트랙에 올리지 않았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이해찬(민주당)‧손학규(바른미래당)‧정동영(민주평화당)‧심상정(정의당) 등 여야 4당 대표들은 일제히 반발했고, 손 대표의 경우 “한국당이 협상안을 제대로 가져와서 이야기와 협의를 해야지 다 피하는 것 아니냐.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 한 때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상설국정협의체를 통한 패스트트랙 지정법안 논의 여부도 요원해지고 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에 대한 각 당의 입장차가 분명한 상황에서 여야정 협의가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선거제 개정안의 경우 어느 한 쪽의 ‘양보’가 없이는 불가하다. 무엇보다 선거에는 ‘타협’은 없다는 게 여의도의 정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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