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과의 컨소시엄, 아시아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거 금호산업의 대우건설 딜에서는 승자의 저주로 곤혹치뤄
막대한 부채, 업황 악화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리스크 우려 존재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선정된 가운데 미래에셋그룹이 이번 투자를 통해 금호그룹과의 좋지 않았던 기억을 지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과거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금호산업의 대우건설 인수 딜처럼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12일 아시아나항공 매각주체인 금호산업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선 9월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는 각각 전략적투자자(SI), 재무적투자자(FI)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선바 있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눈앞에 두면서 미래에셋그룹과 금호그룹의 오랜 악연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래에셋은 지난 2006년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FI로 참여했는데, 이로 인해 오랫동안 곤혹을 치른 바 있다. 당시 금호산업은 6조6000억원을 들여 대우건설 인수에 나섰고 미래에셋은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인수 대금의 10% 수준인 6100억원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는 악몽이 됐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가 터지면서 대우건설의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그룹 전체적인 재무 위기로 이어진 금호그룹은 결국 대우건설을 토해내기로 했고 FI로 참여한 미래에셋 역시 투자 손실 위기에 처했다. 당시 FI들은 주가 하락시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지분을 되사는 풋옵션을 설정했지만 금호그룹은 이를 되사줄 여력이 되지 않았다. 대신 금호산업 보통주로 바꾸어주기로 하면서 미래에셋은 금호산업 최대 주주가 됐다. 

미래에셋은 지난 2015년에서야 금호산업 지분을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측에 매각하면서 끝을 볼 수 있었다. 투자에 나선지 7년여만에 엑시트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은 투자 손실뿐만 아니라 기회비용도 크게 발생했다. 일각에선 막역했던 박삼구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관계도 틀어졌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투자 성공을 위해 금호그룹과 손을 잡았지만 그 끝이 좋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그룹이 이번에는 성공적인 투자 결실을 맺을 수 있을 지가 주목된다. 미래에셋이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지만 금호그룹이 끼어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분모가 있는 까닭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재무적인 위기에 놓여 있고 업황이 좋지 못하다는 점에서 과거 대우건설 딜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9조600억원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660%에 달하는 상태다. 여기에  미·중, 한일 경제 갈등, 내수 침체 등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과거 금호산업의 대우건설 인수와는 달리 레버리지를 무리하게 동원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선 승자의 저주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HDC현대산업의 현금성 자산은 약 1조5000억원 수준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딜이 성공적인 투자로 기억되기 위해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에 달려 있다”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수준이 높은 데다 인수 주체인 현대산업개발이 항공사 경영 경험이 없다는 측면은 불안요인으로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 사진=각사.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 사진=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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