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 탓 만성 적자로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 점점 커져
쿠팡 이자보상배율 3년 연속 1미만···유동성 확보 시급
이커머스 현금 확보 총력···M&A 움직임 커질 가능성도

/그래픽=이다인
/ 그래픽=이다인

매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계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면서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커머스 업계의 극심한 출혈경쟁이 만성적자의 늪으로 빠져들었고 결국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업계의 위기는 적자가 쉽지 해결되지 못하는 수익 구조 탓이다. 업체 간 치열한 할인 경쟁으로 인해 외형은 커지고 있지만 수익성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초저가 전략 등으로 고객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지만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주요 이커머스는 각각 1조970억원, 1279억원, 3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매출 신장률은 폭발적이다. 지난해 쿠팡과 티몬은 각각 전년대비 65%, 40.1%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 위메프만 9.2%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상품을 판매하고 남은 이익으로 이자를 갚고 재투자하는데 사용한다. 그러나 적자가 계속되면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쉬운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을 보면 쿠팡은 3년 연속 1만을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이자를 갚고도 이익을 많이 남다는 뜻이기 때문에 클수록 좋다.

만성 적자 기업의 경우 이자를 갚기 위해 현금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영리기업은 상품을 팔고 이익을 남기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적자가 계속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 이자를 잘 갚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쿠팡의 경우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유동성을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쿠팡에 27억달러를 투자한 비전펀드의 최근 투자 실적이 좋지 못해 쿠팡에 추가지원을 할 수 있는지 의문부호가 붙은 상황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최근 10만원짜리 문화상품권을 최대 9% 할인해 판매에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고질적인 유동성을 해결하기 위한 무리한 이벤트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산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업계에 머지않아 M&A(인수‧합병) 폭풍이 불어 닥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쇼핑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왔고 어느정도 사업기반을 다진 이머커스 기업들을 노릴 기업들은 많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는 기업에게 치명적이지만 향후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 이커머스 기업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은 오히려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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