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항공엔진사업 투자 성과 최근 들어 열매 맺기 시작···방산과 함께 그룹 핵심사업 자리매김
최근 5년간 약 23조원의 항공기 엔진 부품 공급권 따내···시장 신뢰 얻은 것 계기로 공격적 투자 계속할 듯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항공기엔진 제작현장. /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항공기엔진 제작 현장. /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산업계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얘기로 떠들썩한 사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세계적 항공기 엔진 제조사인 영국 롤스로이스사와 약 10억달러(1조2000억원) 규모의 항공기 엔진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40년간 공을 들여온 항공엔진사업이 ‘대기만성’으로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이다. 항공엔진 사업은 방위산업(방산)과 더불어 이미 한화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초창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한화그룹은 이제 인수전 관련 뉴스에서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이 처음 매물로 시장에 나왔을 때만 해도 한화는 SK와 함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그 당시에도 본지는 한화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화, 아시아나항공·롯데카드 인수 모두 접을 가능성도 有)고 분석했지만, 대다수는 이런저런 이유로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업계에선 한화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한화 사정에 정통한 한 재계 인사는 “아시아나항공은 결국 ‘항공서비스업’인데 서비스업과 한화는 거리가 멀다”며 “한화가 항공과 관련해 하고 싶었던 것은 항공부품사업이고 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한화는 항공사업보다 항공엔진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5월 미국의 항공엔진 부품 전문 업체인 ‘EDAC(이닥)’사를 3억달러(35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항공엔진과 항공기계 등 첨단기술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화는 올해 초엔 세계적 항공기 엔진 제조사인 미국 P&W(Pratt & Whitney)사로부터 약 40년에 걸쳐 약 17억달러(1조9000억원) 규모의 항공엔진 부품 공급권을 따낸 바 있다. 또 최근엔 롤스로이스와 1조2000억원 규모의 항공엔진 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979년 항공부품사업을 시작했다. 그랬던 사업이 특히 최근 들어서부터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회사 측은 그 이유를 항공부품사업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항공부품사업은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아 장기간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성과가 나오는 분야”라며 “미국 P&W 계약을 시작으로 슬슬 그 투자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엔진 부품 공급은 한 번 계약하면 20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5년간 약 23조원의 항공기 엔진 부품 공급권을 따냈다.

한화는 앞으로도 항공엔진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기업들은 주력 사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는데, 한화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한화는 최근 면세점사업을 정리하고 방산·태양광 등 주력 사업에 힘을 쏟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바로 항공엔진사업이다. 항공기 엔진 부품 시장은 2025년 542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등 연간 6%대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2022년까지 항공기 부품 및 방산 분야에 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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