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두 명중 한 명꼴 청약통장 보유
서울 등 수도권 청약경쟁률 세자릿수 넘어가며 대다수에겐 있으나 마나

서울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 상담실에 분양상담을 원하는 청약대기자들이 앉아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 상담실에 분양상담을 원하는 청약대기자들이 앉아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사다리 역할을 해온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늘고 있지만 청약에 활용하는 이들은 거의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공급물량 축소에 분양가상한제를 통한 반값 아파트가 예고됨에 따라 청약시장에 진입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반해 청약통장의 혜택을 누리는 이는 극소수가 될 것으로 전망돼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12일 금융결제원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청약통장 구좌는 기준 무려 2528만6600여 개에 달한다. 국내 인구가 5171만여 명인 점에 견주어보면 국내 인구 절반가량이 청약통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 중에서 1순위 통장은 1407만 구좌나 된다. 수도권 주요단지에 1순위에서만 수만에서 수십만 명의 청약자들이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수년 간 청약자격 요건이 강화됨에 따라 당첨을 통해 사실상 청약통장을 활용한 이는 드물다. 청약제도 개편 및 금융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청약통장이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 2017년 8·2 부동산대책을 통해 발표된 청약요건 강화에 따라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에선 유주택자들에게 청약기회조차 돌아가지 못한다. 1주택자들은 기존 주택처분 조건으로 청약을 할 수는 있다고 해도 낮은 가점으로 당첨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청약가점제 비율이 크게 확대되면서 가점이 낮은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은 청약통장을 장기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분양시장에서 소외받고 있다. 이처럼 청약통장의 실효성이 사라지면서 청약통장 만의 중요성이 퇴색된 지 오래다.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내년 4월 말 이후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의 경우 공급물량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청약수요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보다 저렴해진 아파트 값에 매력을 느껴 시장유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청약경쟁이 지금보다 치열해지면서 청약가점이 만점에 가까운 이들이 당첨되며 장기간 청약통장을 보유해 온 상당수 청약통장은 힘을 못 쓰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에서 청약을 준비 중인 39세 직장인 A씨는 “분양가상한제가 대다수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 같아도 정책효과는 지나치게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것 같아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586만 명 정도 되는데 서울에서 공급은 연간 1만~1만3000가구 수준에 그친다.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가 낮아지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다시말해 1만명을 위해 나머지 585만 명이 들러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정부는 585만 명에게 당첨의 꿈을 부풀리며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한 것이다.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함께 펼치지 않는다면 전형적인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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