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체 오류 및 예·적금 조회 불능에 시행초부터 ‘혼선‘
‘킬러콘텐츠‘ 고민 이전에 경품경쟁·실적압박만

하나의 은행 애플리케이션으로 모든 은행권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은행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몰고 올 것이란 기대감을 품고 지난 30일 시작됐지만, 시작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모든 은행권의 금융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무너진 게 첫 번째였다. 일부 은행에서 이체 오류가 발생하는 등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이는 발견되자마자 곧바로 해당 은행이 오류를 시정해 신규 서비스 첫날 으레 일어날 수 있는 작은 해프닝 정도로 여겨졌다. 문제는 사전에 협의했던 서비스가 지금까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픈뱅킹을 통해 모든 은행권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정부와 은행 당국의 홍보와는 달리 서비스에 참여한 주요 시중은행의 예·적금 정보는 여전히 조회되지 않고 있다. 앞서 은행권은 오픈뱅킹 시행에 앞서 입출금 계좌와 함께 예·적금, 펀드 계좌 정보까지 모두 공유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그러나 특정 은행의 예·적금 정보만 조회될 뿐 이체는 불가능했으며, 몇몇 은행들은 조회조차도 할 수 없었다. 기대가 허무해지는 순간이었다.

금융혁신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여전히 구시대적인 영업방식도 지적됐다. 과당경쟁과 실적 할당 문제다. 오픈뱅킹 출범 후 은행들은 너도나도 고객 유치를 위한 경품 이벤트를 벌이기 바빴다. 신한은행은 시행일보다 앞선 지난달 25일부터 사전예약을 받고, 오픈뱅킹 사용 동의를 하면 오픈캐시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펼쳤다. 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대다수 시중은행 역시 최신 전자기기, 백화점 상품권 등 경품 이벤트를 내걸었다.

또한 국민·신한·농협은행 등은 오픈뱅킹으로 타행 계좌를 등록할 때 권유 직원 추천코드를 입력하도록 했다. 오픈뱅킹이 은행원들의 새로운 실적 기준으로 작용한 셈이다. 은행 측은 오픈뱅킹 가입을 독려하기 위한 항목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영업점 일선에 있는 은행원들은 모두 “실적 경쟁 요소가 하나 더 늘어났다”며 압박을 느끼는 게 현실이다.

경품 이벤트와 실적 압박이 판치는 사이 오픈뱅킹에 맞춘 특화 서비스 등 ‘킬러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선행되지 못했다. 금융당국도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서비스는 서비스의 경쟁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오픈뱅킹을 둘러싼 은행들의 과열 경쟁 양상을 지적했다.

물론 현재까지는 시범운영 기간이다. 크고 작은 잡음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변혁의 시대에도 여전히 물량공세, 수치경쟁을 강조하는 은행권의 ‘비혁신적인’ 영업 행태가 아쉬운 건 사실이다. 오는 12월 18일에는 오픈뱅킹이 본 서비스에 들어간다. 그때까지 처방전이 마련돼 ‘금융혁신’이라는 키워드가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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