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심사 난항 ‘안개 속’ 피인수 사활 건 남준우 사장 연임 전망···노사 갈등 격화 가능성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 사진=연합뉴스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서도 비교적 순탄하게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일궈낸 대우조선해양 노사 사이에 반목이 격화될 전망이다. 임단협이 타결된 지 열흘 만에 회사가 매각 반대 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데 대해 노조 측이 강경 대응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1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에 따르면, 사측은 전날 오후 4시30분께 용역을 동원해 매각 반대 천막농성장을 철거했다. 해당 천막은 이곳 노조와 매각을 반대하는 거제 지역 주민들이 주축이 된 ‘대우조선해양 동종사 매각 반대 지역경제살리기 범거제시민대책위원회’가 조성한 것으로, 현대중공업 측의 인수에 반발하며 현장실사 저지를 위해 지난 5월 설치됐다.

대책위원회 측은 이번 철거와 관련해 “범대위 소속 지킴이가 없는 일요일 오후를 틈 타 기습적으로 감행한 비겁한 도발”이라며 규탄 받아 마땅하다고 힐난했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시민에게 사과하고 즉각 원상 복구하라”며 “시민의 동의와 지지가 없이 기업 합병은 성공할 리 없고, 시민을 적으로 돌린 기업이 오래도록 성장하기란 더욱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으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철거가 노조의 양보를 바탕으로 임단협 합의가 이뤄진 직후 진행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난달 31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사측의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전체 조합원 5596명 중 5288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62.1%의 노조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조선 3사 중에는 삼성중공업에 이어 두 번째로 일궈낸 성과였다.

더불어 집중 교섭에도 해법을 찾지 못하는 현대중공업과 대비되는 행보였다. 또한, 이번 합의로 3년 연속 연내 임단협 타결에 성공하게 됐다. 매각 이슈가 맞물려 있어 예전에 비해 난항을 겪었지만, 이성근 사장이 사내 소식지 등을 통해 어려운 경영환경에 대해 상세히 소개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꼽힌다. 노조가 더욱 분개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사장을 비롯한 대우조선해양이 현재 매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라 평했다. 한 관계자는 “매각 발표 후 극에 달했던 노조와의 갈등관계가 이번 임단협 타결 과정에서 상당히 진정되지 않았느냐”며 “이를 계기로 교감을 확대해 매각과 관련된 우려를 씻었다면 좋았을 텐데, 굳이 이 시점에 철거를 감행한 배경이 의아스럽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천막을 철거했다는 것은 원활한 실사가 가능하게 하기 위함인데, 결과적으론 노조의 화만 돋웠고, 철거된 천막도 재차 설치된 상황”이라며 “실사 등의 추진에서 노조와 범대위 등으로부터 더욱 강력한 반발을 살 것이 불 보듯 빤해, 이성근 사장이 악수를 뒀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천막 철거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회사의 이익과 관계된 선주들의 항의가 있었고, 천막 철거와 관련해 노조와 상당 기간 논의를 진행해 왔다”면서 “회사 직원들이 철거 작업을 진행하던 중 노조가 항의해 이를 중단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향후 천막 철거 관련 논의는 노조 및 시민단체 등과 함께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심사는 한국을 포함해 총 6개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어내야 한다. 현재까지 카자흐스탄만이 승인 결정을 내린 가운데, 한국·중국·싱가포르·일본 등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4월부터 사전 절차를 진행해 온 유럽연합(EU)은 이달 중순을 지나 본 심사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선주들이 밀집해 있고 특정 기업의 과점을 경계하는 경향이 짙은 EU와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 후 한국을 상대로 경제보복을 진행 중인 일본에서의 승인 난항이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가 나온 바 있어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양사 노조 모두가 극렬히 반발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측과의 합병이 “회사 가치를 지속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한 바 있는 이성근 사장에 대해서는 연임이 확실시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소통이 원활하고, 이번 합병 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난제가 산적해 있지만, 기업결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중용될 가능성도 크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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